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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누명 쓰며 세계를 누볐다

한국형 액체로켓 KSR-Ⅲ 발사 성공기

  • 글: 신동호 dongho/Dongailbo

스파이 누명 쓰며 세계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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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누명 쓰며 세계를 누볐다

2005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건설될 우주발사센터 조감도.

가장 중요한 액체로켓 엔진은 현대모비스가 만들었고, 로켓 기체는 두원중공업, 점화장치는 한화, 유도제어용 관성항법장치는 대우종합기계, 통신장비는 단암전자통신이 제작했다. 로켓 설계와 성능시험 그리고 발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조광래 우주발사체연구부장이 이끄는 124명의 기술진이 담당했다. 끝까지 애를 먹인 액체엔진은 항우연의 이대성 추진기관연구부장이 맡아 현대모비스와 함께 개발했다.

이대성 부장은 “항우연 연구원 124명 가운데 외국에서 액체로켓 개발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항우연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박사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은 로켓 제조회사나 연구소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한다. 미국에 유학 왔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 국방과학위원회 로켓 책임자가 된 중국인 첸쉐썬(錢學森) 박사가 1955년 중국에 돌아가 중국을 로켓 강대국으로 만든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가 1978년 백곰, 1986년 현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993년 과학로켓1호(KSR-Ⅰ), 1998년 과학로켓2호(KSR-Ⅱ)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미사일과 과학로켓은 모두 고체로켓이었다.

한국의 로켓 기술은 백곰 미사일 개발 이후 20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우연의 채연석 원장은 당시 한국이 백곰 개발에 성공한 것은 1975년 파산 직전에 있던 로스앤젤레스 근처 록히드사의 로켓 추진제 제조공장을 인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시설은 미사일 추진제를 생산하는 ㈜한화 대전공장의 모체가 되었다. 고체로켓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고체 추진제를 잘 혼합하는 일인데, 미국의 시설을 들여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후 현무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사정거리 180km 이상의 로켓은 개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주었다. 이것이 로켓 개발의 족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체로켓과 전혀 다른 액체로켓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부품 조달이 문제였다.

항우연 로켓체계개발그룹장 박정주 박사는 “액체로켓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핵심부품 4개를 미국에서 수입하려 했지만 거절당해 할 수 없이 모두 국산화했다”고 털어놓았다. 항우연은 미국 기업과 관성항법장치·전자광학추적장치·레이더추적장치·S밴드 송신기와 UHF 수신기 도입 계약을 맺었으나, 미 국무부가 KSR-Ⅲ는 한미간의 미사일 각서를 초과하는 로켓이라며 1998년과 1999년 수출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항우연은 발사대와 로켓을 연결해 전원을 공급해주다가 발사 직후 떨어져 나오는 커넥터를 프랑스 회사에 주문했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누군가의 압력을 받았는지 ‘못 팔겠다’고 통보해왔다.

끝까지 속 썩인 엔진 개발

그러나 이런 작은 부품들보다 훨씬 어려웠던 것은 액체엔진의 개발이었다. 항우연 기술진과 현대모비스 기술진은 ‘스파이’라는 누명을 무릅쓰고 러시아·중국·인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액체로켓 정보를 수집했다.

로켓이 목표 고도인 42km까지 올라가려면, 엔진이 지상시험에서 60초 동안 연소를 견뎌내야 한다. 엔진 시제품이 나온 것은 2년여 전. 처음에는 국내에 지상연소시험장이 없어 러시아에 가져가 시험을 했다. 그후 항우연에 시험장이 완공되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연소 불안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고, 그동안 실험하다 버린 액체엔진만 무려 40여 개나 됐다.

연소가 불안정해지면 엔진의 진동이 심해져 폭발할 수도 있다. 엔진의 소음 주파수와 엔진의 고유 진동수가 공진 현상을 일으켜 엔진의 진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게 연소 불안정이다. 항우연 추진성능시험그룹장 이수용 박사는 연소가 진동 주파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파수를 조정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점화 직후 엔진 내부의 압력이 수십 배 치솟는 ‘하드 스타트’ 가 일어나 엔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력이 얼마나 컸던지 시험장 방화문이 날아가고 시험시설이 파손되었다. 원래 액체로켓은 2002년 4월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일곱 달이나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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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동호 dongho/Donga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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