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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엄마가 보고 있다. 열공하리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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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교육 없는 전국 최초 자율중학교
  • ● 전교생 70%가 외지 출신, 전원 기숙사 생활
  • ● 영어·수학 경시대회 휩쓸어
  • ●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 방과 후 밤 9시까지 보충심화학습
  • ● 예체능·특기교육 활성화, 지도자 교육 실시
  • ● 매일 운동장 두 바퀴 돌고 졸업 전까지 유도 2단 따야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화산중학교 설립자인 심의두 교장(위). 화산중학교가 자랑하는 ‘잉글리시 카페’(아래).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 논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전북의 북쪽 끝인 완주군 화산면이다. 전주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화산은 한우단지와 붕어찜으로 이름난 곳이다. 하지만 화산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전국 최초의 자율중학교인 화산중학교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단정한 느낌의 편도 1차선 도로를 5분쯤 달리자 화산면 화평리에 위치한 화산중학교가 나타났다. 은행나무와 설송이 교정에 이르는 진입도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왼편으로는 운동장이, 오른편으로는 기숙사 두 동이 자리 잡고 있다. 파란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우레탄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학교 입구 쪽으로 테니스장과 농구장도 눈에 띈다. 3층 건물의 본관 옥상에는 한 시간에 2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 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방학이라 교정은 텅 비어 있었다. 칠순의 심의두(沈宜斗·74) 교장이 현관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교장실에 설치된 대형 컴퓨터 모니터로 지난 6월 교육방송 영어교육채널인 EBSe가 방송한 ‘영어강국 코리아-화산중학교 편’을 감상했다. 토익(TOEIC) 955점을 받은 이 학교 3학년 김법창 군의 유창한 회화 실력과 해맑은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농악을 배우는 화산중학교 학생들. 오른쪽은 컴퓨터실에서 영어 자습하는 광경.

시골학교로 몰려든 대도시 아이들

자율학교란 교장 임용, 교육과정 운영, 교과서 사용,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다. 자립형 학교와 달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주로 농어촌 고등학교가 대상인데, 중학교로는 화산중이 1호다.

자율학교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2009년 7월 현재 화산중 전체 학생수는 355명. 이 중 화산면 출신은 84명(23%)이다. 화산면에 소재한 화산초등학교와 삼오초등학교 졸업생은 무조건 입학시켜야 한다. 전주를 비롯한 전북 지역 출신이 전체의 31%(111명)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타(他) 시도 출신이다. 출신 지역을 보면 서울(27명)을 비롯한 광역시 이상의 대도시 출신이 57명이고, 경기도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시도에 고루 분포해 있다.

화산중의 학년당 학급 수는 4개 반, 한 학급 학생수는 30명이다. 이 자그마한 농촌 시골학교에 대도시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화산중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교육 광풍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사교육은 남의 나라 얘기다. 모든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의 공부는 밤 9시까지 이어진다. 정규수업이 끝난 후 보충심화학습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학생의 70%인 25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화산면에는 학원이 아예 없다.

사교육이 없다고 대도시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겠지만, 화산중 학생들은 전국 단위 각종 학력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왔다.

MBC아카데미·중앙일보 주최 수학학력평가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한국생물올림피아드대회 동상, 국제영어대회(IET) 동상, 전국 중고 외국어경시대회 장려상 등 수상 실적이 화려하다. 특히 지난해 ‘제11회 MBC아카데미 전국 초·중 영어수학 학력평가’에서는 화산중 학생 43명이 대상, 금·은·동상, 장려상을 휩쓸었다. 또한 해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명문고에 다수 진학해 학교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화산중의 교육과정은 일반 중학교와 어떻게 다른가. 먼저 학습시간을 보자. 정규수업은 오후 5시에 끝난다. 저녁식사 후 6시15분부터 방과후 학습이 시작돼 9시까지 이어진다. 이때 일반 학급 학생들은 수업은 한 시간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율학습을 한다. 반면 수월성반(영재학급) 학생들은 3시간 내내 수업을 받는다.

수월성반은 편제에 있는 학급이 아니라 영어·수학 심화학습 대상자를 모아 임시로 편성한 학급이다. 수월성반 학생은 학년당 20명. 매 학기 초 4개 반에서 시험성적이 우수한 상위 20명이 선발돼 특별수업을 받는다. 이들은 일반 수업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받으면서 영어·수학과 야간 심화학습을 할 때만 수월성반에 편성된다. 화산중이 자랑하는, 이른바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이다. 말하자면 각 반 수재들이 영어·수학을 배울 때만 특정 교실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다. 마치 대학생들이 강의실을 찾아가듯 말이다.

야간 심화학습은 영·수 위주로 진행되지만 과학과 국어도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배운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들은 대부분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교사들이 기숙사에 상주하며 이들의 학습을 돕는다.

화산중의 입시요강엔 영재학급 학생 선발이 포함돼 있다. 지원자 중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수학시험을 통과한 20명을 특별전형으로 뽑는 것이다. 이들은 1학년 수학 과정에 한해 영재반으로 편성되는데, 실제로는 수월성반 학생들과 겹치게 된다.

화산중 학생들의 외국어 학습은 영어로 끝나지 않는다. 제2외국어로 중국어와 일본어 중 하나를 골라 배워야 한다. 심화학습 과목에는 한문도 있다. 전교생이 한자 급수 시험을 볼 정도로 한자 교육이 세다.

그렇다고 공부만 죽어라 시키는 학교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화산중은 학생들의 예체능과 특기 활동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전문강사를 초빙해 피아노 바이올린 가야금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게 하고, 장기·바둑도 가르친다. 이를 포함해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특기 종목은 44개나 된다. 무술로는 태권도와 유도를 배우는데, 특히 유도의 경우 모든 학생이 졸업 전까지 2단 이상을 따야 한다. 이는 호신술로는 유도가 가장 좋다는 심 교장의 신조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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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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