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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⑩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힘 앞엔 굴복, 덕 앞엔 심복(心服)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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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의 중심은 맑고 텅 비고 고요하다.
  • 대륙과 바다를 휘감고 회오리치는 태풍의 힘은 이 고요함에서 나온다.
  •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것은 폭력, 권력과 같은 1차원적 힘이 아니라 태풍 속 진공(眞空)과도 같은 덕(德)의 힘이다.
  • 덕치, 그것은 공자의 오랜 꿈이었다.
  •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덕의 리더십’은 자본주의 시장사회에서도 먹히는 성공 포인트다.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덕치는 북극성이 가만히 있는데도 주변의 많은 별이 그를 향하는 것과 같다.”

올해는 태풍이 잦다. 밥을 먹다가도 인공위성에서 찍은 장대한 태풍의 모습을 보노라면 숟가락질이 문득 멈춰진다. 도시와 국경 따위는 안중에 없고, 높은 산맥과 바다조차 가리지 않고 동아시아의 대륙과 바다를 온통 휘감으며 회오리치는 비구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거대한 힘’에 찬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연이어 큰 강이 범람했다느니,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이 뿌리 뽑히고 대도시가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다시금 태풍의 위력을 실감한다.

태풍의 눈

태풍은 여느 바람과는 성격이 다른 독특한 바람이다. 일진광풍과도 다르고 몰아치는 폭풍과도 다르다. 노자는 “아침 내내 몰아치는 회오리바람도 없고, 하루 종일 내리는 소낙비도 없다”(飄風不終朝,驟雨不終日)라고 했지만, 태풍만은 며칠을 두고 불고, 또 밤새도록 비를 쏟는다.

폭풍이 위에서 아래로 퍼붓는 바람이라면, 태풍은 아래서 위로 쳐올리는 바람이다. 또 폭풍이 고기압대에서 생긴다면, 태풍은 저기압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폭풍이 물처럼 흐르는 바람이라면, 태풍은 꼿꼿이 서서 걷는다. 태풍을 세우는 힘은 그 한가운데 뻥 뚫린 ‘눈’에서 나온다. 눈이 없다면 태풍은 한낱 ‘열대성 폭풍’에 불과하다. 거대한 구름 회오리 한가운데 뻥하니 뚫린 태풍의 눈은 한밤중에 마주친 고양이 눈깔처럼 섬뜩하다.

태풍의 눈은 텅 비고, 고요하며, 기압은 낮다. 그러니까 폭풍이 남성적이라면 태풍은 여성적인 바람이라고 해야 하리라. 자기를 낮추고 고요하며 맑은 태풍의 중심이 가진 특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여성적이다(태풍에 여성의 이름을 붙이던 옛 관습은 나름대로 유래가 있다고 해야겠다).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주목할 점은 기압이 낮으면 낮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태풍의 역설이다.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는 한반도에 막대한 해를 입힌 최대 위력의 태풍이었다. 인명피해가 130명, 재산피해는 4조781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전에 따르면 ‘태풍 매미는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래 중심부 최저 기압이 가장 낮은 950헥토파스칼(hPa)을 기록했다’고 한다. 중심 기압이 역사상 가장 낮았기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역설적이다.

정말 강한 힘은 자기를 낮출수록, 또한 중심을 텅 비우고 고요하게 유지할 적에야 터져 나온다는 ‘힘의 역설’을 태풍으로부터 배운다. 자연의 강한 힘에 그런 역설의 기운이 감돈다면, 인간사회에도 그런 신비한 힘이 있지 않을까.

두 가지 힘

춘추시대는 ‘폭풍의 시대’였다. 권력자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폭정의 시대요, 힘센 자가 약자를 밀어붙이는 폭력의 세월이었다. 공자는 이 폭력의 시대에 맞서서 힘의 원리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결코 시대의 폭풍을 피해 자연 속으로 도피한 은둔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세상의 힘에는 폭력만이 아닌 또 다른 힘, 즉 타인의 몸과 마음을 끌어들이는 신비한 힘이 있음을 발견하고, 여기에 덕(德)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자 말씀하시다. “천리마 기(驥)를 칭탄하는 까닭은 그 힘(力) 때문이 아니라, 그 덕(德) 때문이다.”(논어,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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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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