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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아이들 ①

‘김수철 사건’ 후 1년, 학교 안전 보고서

“성추행범 활보하는 학교, 방치된 CCTV…구멍 뚫린 성폭력 안전망”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김수철 사건’ 후 1년, 학교 안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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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대낮에 서울 도심 초등학교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면서 정부의 아동 성범죄 예방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 지난해 이른바 ‘김수철 사건’ 이후 내놓은 갖가지 학교 안전 강화 대책이 현장에서는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범죄 대응 환경을 취재했다.
‘김수철 사건’ 후 1년, 학교 안전 보고서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막기 위해 학교 내 CCTV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이 입안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초등학교에는 봄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공기는 따뜻했고, 재잘대는 아이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CCTV 촬영 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는 후문 밖에서 들여다본 풍경이다. 불과 10여 일 전, 이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로 괴한이 침입했다. 20여 분간 학교를 휘젓고 다니던 남자는 쉬는 시간 교실 밖으로 나온 여학생들을 잇달아 성추행한 뒤 달아났다. 벌건 대낮, ‘학교 보안관’까지 배치된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하교 시간 교문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딸을 데리러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빨간 점퍼를 입은 남자가 4층 복도까지 올라왔더래요. 6학년 여자애를 끌어안고 가슴을 만졌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쓰레기차가 들어오느라 잠깐 뒷문을 열어둔 거라는데, 그럼 누군가 경비를 섰어야 하지 않나요?”

말마디마다 분노가 서려 있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나지 않았고 학교는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마음엔 두려움이 남은 듯 보였다.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던 여자 어린이가 납치·성폭행당한 이른바 ‘김수철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다짐하며 학교 안전 강화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365일, 24시간 학교 안전망 서비스’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 학교는 과연 안전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 상당수는 구두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김수철 사건’ 이후 치안 위험 지역에 있는 학교 1000곳을 골라 경비실을 설치하고 출입자동보안장치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청원경찰을 배치해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재 청원경찰이 배치돼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한 곳도 없다. 관련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교과부가 학교에 시설비를 지급하는 대신 인건비는 시·도 교육청에서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365일 24시간 안전망

시·도 교육청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책에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떠들썩하게 발표부터 해놓고 책임은 우리한테 넘긴다. 청원경찰은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대신 ‘배움터 지킴이’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청원경찰과 ‘배움터 지킴이’의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전자는 경찰교육기관에서 2주간 실무교육을 받고, 임용 뒤에도 매월 4시간씩 직무교육을 받는 전문인력이다. 무기도 휴대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하루 3만원씩 봉사료를 받는 자원봉사자다. 서울시교육청의 ‘배움터 지킴이’ 운영지침에는 ‘배움터 지킴이의 신분은 계약에 의한 고용 관계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책 발표 당시의 구상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셈이다.

교과부가 역시 대책으로 내놓은 ‘안심알리미 서비스 확대’도 사실상 중단됐다. ‘안심알리미 서비스’는 초등학생의 등·하교 상황을 부모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 학생이 단말기를 갖고 등교하면 교문 등 주요 지점에 설치된 센서가 이를 인식해 부모에게 문자를 보내준다. 하교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9년 2억원을 들여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2011년까지 이 서비스를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관련 예산은 삭감됐고, 상당수 학교는 매달 학부모가 5000원 안팎의 이용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잦은 고장까지 일어나면서 이 ‘서비스’는 원성의 대상이 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영희(36)씨는 “지난해 석 달쯤 가입했다가 해지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에러가 나는데, 그때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어 가슴이 내려앉았다. 분명히 학교에 도착할 시간이 됐는데도 문자가 안 와서 교실까지 찾아간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센서의 인식 범위가 너무 넓어서 아이가 교문 근처에만 가도 하교했다는 문자가 온다. 올 시간이 안 됐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해보면 아직 교내에 있더라”고 했다. 그는 “주위 엄마들이 ‘아이에게 휴대전화 사주고 수시로 통화하는 게 더 속 편하다’고 조언해 서비스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오류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문답 게시판 등에는 “알리미 서비스에 가입하지 말라”는 학부모들의 조언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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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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