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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문정인 교수의 다보스포럼 참관기

  • 정리·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시내 │인턴기자 숙명여대 국문과 4학년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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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포럼에서 나온 세계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미스터 둠(Mr. Doom)’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세계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위기 요인이 남아 있지만 퍼펙트 스톰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루비니 교수 못지않게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이다. 2008년부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밝혀왔는데 올해 포럼에선 “위기 극복의 1단계는 잘된 것 같다. 아직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스톱 앤 고(stop · go) 형태로 위기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이다. 멈춰서 있는 상황보다 나으므로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적지 않은 전문가가 저성장, 고실업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New normal) 경제’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을 예측한 이가 많았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일부 학자는 미국의 성장률을 4%로 점치기도 했다. 유로존 경제도 바닥을 쳤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8~8.5% 성장하고 엔저 정책을 펴면서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도 2.5% 넘게 성장하리라고 내다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악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물론 2013년 세계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았다.

낙관론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성장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각국이 긴축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관이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포럼에서 나온 낙관적 기류는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보면 실제로 악화되고, 개선될 것이라고 보면 실제로 개선되는 합리적 기대이론의 자기 치유적 처방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포럼에서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 뒤,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각국은 긴축정책을 단행했으며, 그 결과 경기가 침체됐다. 이를 교훈 삼아 올해 포럼에서는 의도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린궁핍화 vs 경기부양책

이번 포럼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살리려는 일부 국가들의 공세적 재정 및 환율 정책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다보스에서 살펴보니 환율 강세로 손해를 본 국가와 환율 약세로 이득을 본 국가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별세션에서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메르켈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의 양적완화는 이웃 국가를 가난하게 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머빈 킹 영란은행(BOE·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은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두고 “중상주의적 전략”이라고 몰아세웠다. 필자가 봤을 때는 일본 측 해명도 일리가 있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후의 선택으로 양적 팽창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유로존의 고정환율 덕분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수출에서 이익을 보지 않았느냐”고 말한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상의 반박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번 포럼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 추세는, 거의 모든 국가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했다. 각국 인사들의 연설 내용도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하지만 고민이 같다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상호보완적 관계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처럼 상호대립적인 관계로 치달을 소지가 적지 않다.

각국 인사들은 실업 중에서도 청년실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려면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의 처방이 유사했다. 자유시장 경제라는 공통된 프레임 안에서 첨예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포럼 논의를 지켜보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의 손’이 무섭게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했다. 결국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핵심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 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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