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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론자들은 미신에서 깨어나라”

덴마크 통계학자 비예른 롬보르그의 도발적 문제 제기

  • 글: 조영일 연세대 교수·화공생명공학 joeyi@yonsei.ac.kr

”환경론자들은 미신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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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온난화에 따라 빙산이 녹아 땅이 물에 잠긴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지구는 식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비예른 롬보르그는 이런 ‘당연한 상식’에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딴죽을 걸어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덴마크의 통계학자다. “환경위기론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과장됐다”고 성토하는 그의 ‘회의적 환경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환경론자들은  미신에서 깨어나라”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으면 엄청난 재앙이 닥친다는 상식과는 반대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 9월4일까지 10일간 열린 WSSD(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에서 국제환경단체 대표들은 합의된 이행계획 내용이 ‘선언만 가득한 부실덩어리’라며 집단 퇴장했다. WWF(세계야생생물기금)는 WSSD를 ‘부끄러운 거래를 한 세계정상회의(The World Summit of Shameful Deals)’라 해석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 이행계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예른 롬보르그가 떠오른다. 자유기업원의 권혁철 정책분석실장은 “요하네스버그의 유일한 승리자는 롬보르그”라고 말한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이행계획 주요 내용이 롬보르그의 제안과 같은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책 ‘회의적 환경론자(The Skeptical Environ mentalist: Measuring the Real State of the World)’의 저자인 롬보르그는 환경위기론자들이 내세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같은 대책보다 한층 중요하고 긴급한 실질적 사안이 수십억에 이르는 사람들의 위생환경 개선이라 주장해 왔다.

그런데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미국까지 합세하여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주요 이행계획이 ‘깨끗한 식수와 적정한 위생시설 없이 사는 사람 수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비예른 롬보르그는 누구고, 그가 말하는 ‘회의적 환경론’이란 어떤 의미일까.

1965년 출생, 1994년 코펜하겐대학 정치학박사, 1994년 아르후스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통계학 부교수. 프로필로만 살펴본 롬보르그는 패기 넘치는 30대 학자다. 그러나 2001년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내일의 세계지도자’로 선정됐고 2002년에는 덴마크 환경평가연구소 소장에 취임, 같은 해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50인의 유럽 스타’에 선정되는 등의 이력은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슈메이커임을 짐작케 한다.

한때는 그린피스 회원이었던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환경운동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덴마크 주요 신문에 4편의 칼럼을 발표한 1998년부터. 널리 상식으로 자리잡은 ‘환경에 관한 통설’에 이의를 제기한 이 칼럼을 둘러싸고 유럽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그의 저서 ‘회의적 환경론자’가 케임브리지대 출판부를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논란은 한층 거세졌다. 3000여 건에 이르는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저술은 독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이후 그는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ABC’ ‘CNN’ 등 언론매체의 환경 논의에 참여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는 일은 우선 그가 말하는 ‘회의적 환경론자’의 개념을 따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옳겠다.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걱정하고 우리 후손의 건강과 복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환경론자’이고, 낙관이나 비관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세상의 진상을 알려 하기 때문에 ‘회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7년 LA의 한 서점에서 줄리언 사이먼 당시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환경에 대해, 이른바 ‘환경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이후 통계학을 이용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공동목표에 참여하기 위해 자료와 정보 수집에 나섰다.

사이먼과 엘릭의 내기

롬보르그에게 변신의 계기를 제공한 사이먼 교수 역시 처음에는 자원과 환경, 특히 인구가 큰 문제라 생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관련자료와 사실을 조사할수록 진실은 ‘통설’과 전혀 다르다는 점만 더욱 명백해져서, 결국은 진실에 굴복하여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사이먼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일화는 ‘인구폭탄’의 저자인 폴 엘릭과 벌인 ‘내기 사건’이다.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위기가 세계를 위협하면서 언론매체는 물론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조차 온통 로마클럽이 주장한 ‘성장의 한계’ 이론에 동조했다. 이때 사이먼 교수는 그와 같은 통설에 반하는 예측으로 반기를 들었다.

인구가 증가해도 천연자원의 희소성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연자원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한 희소성이 낮아져 그 실질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 주장했다. 사이먼 교수는 이 예측에 대해 누구든지 내기를 걸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서둘러 응했던 것이 바로 “엄청난 인구폭발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던 엘릭이었다. 1980년 9월29일, 이들은 크롬, 구리, 니켈, 주석, 텅스텐의 다섯 가지 천연자원을 선택하고, 각각 200달러씩 합계 1000달러어치에 대해 내기를 걸었다. 그런데 10년의 만기가 도래한 1990년에 내기에 진 쪽은 ‘뜻밖에도’ 사이먼이 아니라 엘릭이었다. 해당 천연자원의 가치가 10년 동안에 무려 60% 가까이 하락했던 것이다. 엘릭은 가격 하락분에 해당하는 576.07달러를 사이먼에게 보내야만 했다.

구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리 자체가 아니라 구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술이 창의적으로 발전해 통신선로용 구리를 광섬유가 대신하고 다시 무선통신이 대체하게 되면서 구리 자체의 유한성은 무의미해졌다. 다이아몬드를 사재기했던 미국 정부가 인조 다이아몬드의 출현으로 큰 손해를 입은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이 그런데도 환경위기론자들은 가치가 계속 감소하는 구리와 같은 자원을 남겨서 후손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것이 사이먼의 주장이다. 희소성이나 유한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파이의 확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사람들은 핸드백용 악어가죽이 모자라면 악어를 기르고 제지용 펄프가 부족하면 나무를 심는다. 광어나 장어 양식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연의 자정능(自淨能)이 모자라면 하수처리장을 설치한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 언젠가 핵융합 발전(현재는 핵분열)이 실용화된다면 에너지자원으로서 화석연료의 유한성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이산화탄소 문제도 옛이야기가 된다.

이와 함께 사이먼은 창의적 인간이야말로 사회를 번영하게 하는 ‘근본자원’이라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핍된 ‘종말증후군’이야말로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오염이며 재앙 중에 재앙이라는 것이다.

이제 사이먼과 롬보르그 등 기존 상식에 반기를 든 이들의 의견과 논거를 빌려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환경종말론’의 근거를 과학적인 논증을 통해 비판해보기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처방은 근본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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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일 연세대 교수·화공생명공학 joey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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