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호

‘세계 2위 행복강국’ 덴마크 만든 7가지 필요조건

[백승주 칼럼] “행복지수 끌어내리는 정치, STOP!”

  •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前 국회의원

    입력2026-01-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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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정치체제

    • ②신뢰받는 안전 체제 ③공정한 기회

    • ④완전한 남녀평등 ⑤상호 존중

    • ⑥함께 웃는 문화 ⑦탄탄한 복지제도

    덴마크는 2025년 3월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47개 국가 중 행복지수 2위를 기록했다. 뉴시스

    덴마크는 2025년 3월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47개 국가 중 행복지수 2위를 기록했다. 뉴시스

    2025년 11월 4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 덴마크사절단을 이끄는 율-옌센(Juel-Jensen) 의장이 의원 일행과 함께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사업회를 방문했다. 필자는 2023년 가을 덴마크를 방문해 덴마크 초대 국방장관의 아들 닐스 이베르 크비스트고르(Niels Iver Qvistgaard)가 다른 나라 국적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사실을 확인했고, 국내 언론에 이 사실을 최초로 알린 바 있다. 

    옌센 의장은 “6·25전쟁 당시 코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보낸 유틀란티스호 스토리가 덴마크 국민가수의 노랫말이 됐고, 덴마크인 대부분이 그 노래를 통해 6·25전쟁 당시 어려움을 겪던 코리아를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필자는 “유틀란티스호가 덴마크 국민과 우리 국민의 가슴을 영원히 항해하도록 하는 것이 전쟁기념사업회의 존재 이유”라고 화답했다. 

    덴마크 의회 지도자를 만나자, 1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 불현듯 생각났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라는 물음에 필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쟁기념사업회를 방문한 덴마크 의원들에게 그 해답을 듣고 싶었다. 이들은 북유럽에서 초미의 관심을 갖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행복지수에 대한 필자의 궁금증을 기꺼이 풀어줬다. 이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덴마크가 ‘행복강국’이 된 비결을 알아봤다. 

    2025년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58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간해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한다.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기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건강한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관대함, 부패에 대한 인식 등 여섯 가지이며 140개 이상의 국가에서 국가당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응답자의 주관적 대답을 기초로 하기에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북유럽 국가의 행복지수는 대체로 높게 나타난다. 

    2025년 3월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는 147개국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실시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는데,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에서 58위를 차지했다. 1인당 GDP, 기대 수준, 물질적 복지 수준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자유, 관대함, 부패 등의 만족도는 바닥 수준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 특히 자살은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로 조사됐다. 소송 건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연간 600여만 건에 달한다. 이는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독일의 5.17배. 일본의 3.05배에 해당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소송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 국민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지라도 매우 행복한 상태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덴마크는 같은 보고서에서 행복지수 2위를 기록했다. 그 비결을 묻자 덴마크 의원들은 우리나라 행복지수와 비교해 설명하지 않고 신뢰도가 높은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내보였다. 필자는 이러한 신뢰와 힘(사회와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을 묶어 ‘신뢰 캐피털’로 표현하겠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오른쪽)이 2025년 11월 4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 덴마크사절단을 이끄는 율-옌센(Juel-Jensen) 의장과 환남을 나누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오른쪽)이 2025년 11월 4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 덴마크사절단을 이끄는 율-옌센(Juel-Jensen) 의장과 환남을 나누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덴마크 행복지수 높인 ‘신뢰 캐피털의 힘’ 

    얀센 의장: “자유주의가 정착돼 나라가 안정돼 있다. 신체 활동을 즐기는 국민이 많고,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는 자급자족 문화를 갖고 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내 삶이 행복하다고 믿으며, 아내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서로 신뢰해야 행복한 삶이 가능하지 않은가.”

    쇠네르고르 의원: “사회 구성원 간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국민 간 신뢰도가 매우 높다. 삼권분립체제, 경찰과 군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높다. 이 같은 신뢰가 행복의 발판이다.”

    리스 의원: “남녀평등이 완전히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에게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철저하다. 덴마크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이 균등한 기회를 누리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뭉크 의원(덴마크사절단의 홍일점 의원): “존중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존중의 기초는 신뢰다.”

    크리스텐센 의원: “유머 감각이다. 유머러스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는 진지해야 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 미소를 잃지 않은 태도가 중요하다. 덴마크 사회는 서로 신뢰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마일방 의원: “북유럽 국가들은 매우 탄탄한 복지 체계를 갖고 있다. 잘 설계된 보험제도, 복지제도를 토대로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한다. 따라서 개인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양육비나 생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이들 6명이 스스로 진단한 행복 국가의 조건은 ‘덴마크식 신뢰 캐피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뢰 캐피털은 7가지 강령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①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②신뢰받는 안전 체제, ③공정한 기회 ④ 완전한 남녀평등, ⑤상호 존중, ⑥함께 웃는 문화, ⑦탄탄한 복지제도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를 덴마크처럼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덴마크가 자랑하는 ‘신뢰 캐피털’의 7대 강령은 우리 헌법, 법률, 교육과정, 정당 정강에 다 있다. 따라서 이 7대 강령을 항상 준수하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도 덴마크처럼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이것 중 한 가지라도 소홀하면 국민은 불행해지니 정치권에서는 7가지가 모두 잘 지켜지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 

    행복지수 깎아내리는 정치, 중단해야

    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년 새해를 맞이한 모든 국민은 저마다 소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정치는 이러한 소망에 답해야 하며, ‘어떻게 정치해야 국민이 행복할까?’ 늘 고민해야 한다. 덴마크 정치인이 제시한 7개의 신뢰 캐피털 운용 강령을 참고해 행복지수를 깎아내리는 정치를 중단하고, 이들 강령을 활성화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지금 입법부 우위의 정치 질서가 정부 수립 이후 발전해 온 삼권분립 정신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사법부의 권위는 삼권분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얀센 의장이 힘주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착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체제에 대한 국민 신뢰가 형성되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심플한 주장이 우리 국정 운영에도 반영될 수 있다. 지금 공론화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부 개편은 국민행복지수가 최우선 잣대가 돼야 한다. 그 자체가 정치투쟁의 수단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혼신을 다해 지킨 사법부의 독립성과 입법부·행정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우리 헌정사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오작동한 과오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많은 법조인의 노력 속에 방향성을 갖고 발전해 왔음에도 흠집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법부 개편은 전·현직 법조인의 의견에 귀 기울여 신중에 신중을 기해 추진돼야 한다. 삼권분립을 흔드는 개편은 안 된다. 역사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둘째, 군·경찰·국정원 등 안보 당국에 대한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그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다.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 핵 보유 차원을 넘어 핵강대국을 지향하는 북측의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급장교, 군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 약화는 행복의 질을 본질적으로 떨어뜨린다. 더는 정치적 입지 변화의 수단으로 군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은 국민적 합의로 공고해졌다. 이러한 공감대 위에서 고급장교의 임기를 보장해 군심을 안정시키고, 군에 필요한 기강을 확고하게 다지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1957)라는 명저를 남긴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군부(the military)와 군(the armed force)을 이렇게 구별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고급장교를 군부, 국가를 수호하는 제복 입은 상비전력 전체를 군이라고 말이다. 우리 국민은 군을 신뢰하고 사랑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셋째, 상호 존중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상호 존중의 반대말은 ‘상호 패싱(passing)’이다. 상호 패싱은 공멸을 가져온다. 조선왕조 말기 대원군과 명성황후는 철저하게 서로를 ‘패싱’했다. 결과는 망국이었다. 여당과 야당이 일시적으로 ‘상호 패싱’ 하는 것이 정치적 승리를 확인하거나, 새로운 승리를 만들 현실 정치의 묘수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묘수도 큰 틀에서 서로 존중하는 동업자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모질고 독한 정치 언어 대신 유머가 넘치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모질고 독한 정치 언어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만들고 신속하게 전파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질고 독한 정치 언어에 국민이 중독되면 우리 사회는 행복해질 수 없다. 

    넷째, 과거가 아닌 글로벌·수평적 차원에서 남녀평등, 기회균등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 사회의 남녀평등은 급격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분류된다. OECD 기준에 미달하는 남녀평등, 기회균등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겸손 모드로 행복지수 업그레이드해야 

    “전쟁기념관 전사자명비에 새겨진 많은 전몰장병의 이름을 바라보니, 그 숭고한 희생에 비하면 덴마크의 병원선 파견은 정말 작은 기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얀센 위원장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 그의 겸손한 마음 앞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우리는 많은 개발도상국 지도자를 만나 대화할 때 한강의 기적을 말하기 전에 왜 자살률 1위 국가가 됐는지, 개인별 소송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많아진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경제 번영을 거듭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보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자신의 정치 행위와 정책을 결정하는 잣대로 국민 행복을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2026년에는 역사의 거울 앞에서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한다. 정치가는 국민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에 대한 역사 평가가 묘비에 남는다. 국민 행복을 생각하는 정치가 역사를 두려워하는 정치다.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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