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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AI, SARS, 암 정복도 멀지 않았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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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은 일찍 발견하면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암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딱 떨어지는 치료약이 없더라도 질환에 대한 진단만 빨리, 그리고 손쉽게 이뤄지면 불치의 병이란 없다. (주)씨젠의 천종윤 대표는 이런 상식을 현실화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업계의 희망. 잘나가던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진단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모든 질병은 진단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 진단이 잘못되거나 늦어지면 그만큼 병세는 깊어지고 생명도 위협받는다. 병원체가 몸에 들어와 장기(臟器)를 파괴하는 단계(각종 장비로 검사가 가능할 시점)에 이르면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의학계에서 ‘조기 진단’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을 매일 집에서 검사할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된다면 암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진단기술은 오히려 치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또 쉽게 할 수 있는 진단법의 개발은 곧 해당 질환의 정복이 멀지 않았음을 뜻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과 연구자들은 신약개발이나 줄기세포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질병 치료의 시초라 할 진단 영역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주)씨젠의 천종윤(千鍾潤·50·이학박사)씨는 기존 유전자 증폭기술(PCR)의 한계를 극복한 획기적 질환 진단법을 개발해 세계 유전자업계와 진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후(포스트닥) 과정을 거친 그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0년 유전자 전문 벤처기업인 씨젠·씨젠생명과학연구소를 세워 연구에 몰두해왔다.

벤처 창립 1년이 채 안 된 2001년 초, 천 대표는 감염성 질환 진단, 범죄자 추적 등 각종 유전자 연구에 폭넓게 사용되는 PCR의 비효율성과 부정확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시료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업체들은 그의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아우성쳤고, 유전자 관련 학계와 진단의학계에서는 천 대표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PCR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세기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인공지능 유도 미사일’

천 대표가 개발한 기술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우선 PCR과 그 기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PCR은 세포 내 유전물질인 DNA 중 특정 부분의 DNA 한 가닥을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숫자로 대량복제하는 방법으로, 어떤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1983년 미국의 뮬리스 박사가 개발한 PCR은 이후 유전자와 연관된 모든 연구실과 진단업계에서 필수적인 기술이 됐으며, 뮬리스 박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년 이상 사용되어온 PCR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소량의 유전자에서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려면 ‘프라이머(올리고)’라는 미세한 DNA를 증폭기계에 넣어 연구자가 복제하고자 하는 유전자와 정확하게 결합시켜야 하는데, 이 프라이머가 원치 않는 유전자와 결합함으로써 엉뚱한 실험결과를 빚어내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알아내려면 환자의 타액이나 객담 등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프라이머가 A형 독감 바이러스의 DNA와 결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감기 원인 바이러스를 진단할 때까지 수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프라이머를 새롭게 디자인해 반복 실험을 거듭하게 됨으로써 실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했다.

천 대표는 특정 유전자 부위에만 결합하도록 설계된 특수 구조의 프라이머를 개발함으로써 PCR의 이런 한계를 일거에 해결했다. 이 프라이머는 원하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면 실험자가 찾고자 하는 유전자의 DNA와 정확하게 결합해 증폭을 시작한다. 위치만 입력하면 자신이 알아서 목표물을 오차 없이 폭격하는 인공지능 유도 미사일을 개발한 셈이다. ‘ACP’라고 이름붙여진 이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원하는 유전자 DNA 수십 종류를 단번에 찾아 증폭할 수 있는 기술(DSO)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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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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