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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왕? 실제론 바른생활 숙녀”

섹시 댄스로 스크린 달군 김민정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밤의 여왕? 실제론 바른생활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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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는 생활력 강한 아르바이트생, 나이트클럽을 평정한 댄싱퀸 렉시, 애교 많은 새댁, 3개 국어에 능통하고 호텔 조리사급 요리 실력을 갖춘 현모양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어떤 모습이 실제와 가장 흡사한지 묻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새댁’을 꼽았다.

“희주가 영수와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참 예쁘잖아요. 저도 연애를 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아기자기하고 살가운 걸 좋아하거든요.”

▼ 원래 애교스러운 편인가요.

“필요할 때 애교를 피우기도 하지만 사랑할 때는 더 애교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영화 속 희주처럼.”

▼ 평소에는 섹시와 청순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나요.



“기분에 따라 왔다갔다 해요. 노출이 과하거나 주렁주렁 달린 걸 안 좋아해서 매니시룩이나 미니멀룩을 즐기는데, 같은 옷을 입어도 그때마다 느낌이 다 달라요. 어떤 때는 되게 여성스러워 보이고, 어떤 때는 중성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섹시해 보이기도 하죠. 배우를 오래 하다보니까 여러 모습을 다 갖게 된 것 같아요.”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유달리 크고 맑은 눈망울에 자꾸 눈길이 갔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배우라 나름의 눈 관리 비법이 있을 터.

“배우들은 메이크업을 한 상태로 먼지 많은 세트장에서 밤샘 촬영을 자주 하다 보니 눈의 피로감을 빨리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전 오래전부터 죽염을 써왔어요. 아침, 저녁으로 죽염을 희석해서 눈에 넣어 헹궈내요. 안약 넣듯이 넣어서 헹궈내면 눈이 시원하고 맑아져요.”

▼ 얼굴이 작은 것도 관리 덕분인가요.

“집안 내력인 것 같아요. 엄마 얼굴이 작거든요. 손댄 데는 없어요. 다 알려진 얼굴이라서 손대면 팍팍 티가 나잖아요.”

▼ 입술도 자연산인가요.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라고들 하던데.

“하하, 어릴 때는 입술이 콤플렉스였어요. 스태프들이 제 입술이 두껍다고 놀렸거든요. ‘닭똥집’이라고들 해서 싫었는데 스무 살 넘어가니까 남자 팬들이 제 입술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라며. 그때부터 입술이 두꺼운 게 좋은 거구나, 칭찬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콤플렉스가 아닌 장점이 됐죠.”

▼ 극중에서처럼 학창 시절에 ‘날라리’였나요, 모범생이었나요.

“날라리는 아니었어요. 굳이 꼽으라면 모범생에 가까웠죠. 집, 학교, 촬영장밖에 모르는. 원래 성격이 보수적인 데다 어릴 때부터 남의 시선을 받고 살아서 일탈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 그럼 희주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했겠네요.

“3개 국어로 육두문자를 날리고 액션 연기를 하면서 대리만족은 실컷 했죠. 그렇지만 희주는 남에게 폐를 끼치면서 나쁜 짓을 하는 구제불능 날라리는 아니었어요. 힘든 상황 때문에 방황하면서 클럽을 전전하다 욕이 몸에 밴 거죠.”

배우는 운명

영화에서는 가능한 욕이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렇듯 드라마는 영화보다 제약이 많다. 대신 촬영하면서 보는 이의 반응을 즉각 감지할 수 있는 건 드라마의 강점이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23년간 넘나들며 연기해온 김민정은 어느 쪽에 더 애착을 느낄까.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더 애착이 가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직업이 영화배우였어요. 1990년 ‘미망인’이라는 드라마로 데뷔할 때부터 그런 꿈을 꾼 건 아니에요. 이 일을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시작했는데, 연기를 몇 년 하면서 영화배우가 제게 잘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주변에서도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이 더 잘 어울린다고 했고요.”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드라마는 너무 정신없이 넘어가 초인의 힘을 발휘해서 찍어야 하는데, 영화는 좀 더 여유가 있잖아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도 맞춰보고, 스태프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촬영 현장의 느낌이 좋아요.”

▼ ‘우연한 기회’라면 길거리 캐스팅?

“엄마와 함께 다니다보면 캐스팅 제의를 자주 받았지만 그때마다 엄마가 뿌리쳤어요. 저를 연예인으로 만들 생각이 없으셨거든요. 그러다 이모가 재미삼아 ‘베비라 선발대회’에 제 사진을 보냈는데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1등은 해피아이 유아복 광고를 찍어야 해서 생각지도 않던 광고모델이 되고, 그게 드라마 출연으로 이어지면서 운명처럼 배우가 됐어요.”

▼ 연기가 적성에 딱 맞던가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걸 되게 재밌고 신나 하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밤샘촬영 때 아역배우들은 다 재우지만 예전에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성인배우들과 함께 밤새우고 함께 밥 못 먹고 그랬는데, 다른 아이들이 배고프고 잠 못 자서 칭얼댈 때도 저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연기했대요. 그런 걸 보고 엄마도 제가 연기에 재능이 있나보다고 생각하셨대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릴 때부터 프로 기질이 좀 있었나 봐요.”

▼ 일할 때 완벽주의자인가요.

“예전엔 그랬죠. 지금도 그런 면이 있지만, 이제 좀 즐기면서 일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저를 풀어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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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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