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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2년 연속 ‘행복지수’ 1위 이끈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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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도 많이 들어올 법한데요. 선물도 들고 오고.

“명절 같은 때 선물 들어오면 바로 다 돌려보내요. 얼마 전 원로 한 분이 보내온 가을대추를 바로 돌려보냈더니 비서실로 다시 보내왔어요. 그래서 또 돌려보냈더니 무슨 곡해를 해서 돌려보낸 게 아닌가 하고 놀라서 찾아오셨더라고요. 청렴하고 투명한 구정을 위해 제가 취임하자마자 이 방에 맨 처음 설치한 게 CCTV예요. 누구든지 뭔가를 가져오면 (CCTV를 가리키며) 저기를 보라고 해요. 그건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기도 해요. 서초구는 전체 면적의 60%가 공원녹지예요. 조금만 토지 변경을 하면 땅주인이 엄청난 이익을 봅니다. 처음에는 조건 없다고 말하는 호의도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죠. 막말로 제가 백수라면 뭘 가져오겠습니까. 제 방에 CCTV가 있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이제 뭘 들고 오는 사람도 없어요, 하하.”

취임과 동시에 ‘즉각 반응하는 소통행정’을 서초구의 슬로건으로 내건 진 구청장은 출근 첫날 구청장실 옆에 ‘직소 민원실’을 설치했다. 절박한 민원부터 해결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현대판 신문고다. 업무 처리 과정이 복잡해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민원은 ‘현안회의’에서 처리한다.

칸막이 무너뜨리기

현안회의는 구청의 주요 현안을 놓고 담당직원과 관련 결제라인의 모든 부서장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으로 답을 찾는 구청장 주재 회의다. 진 구청장이 만들어 정착시킨 현안회의를 통해 서초구는 지금까지 920여 건(322회)의 안건을 처리했다. 현안회의가 서초구 창의행정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년 전 이곳에 와보니 해묵은 민원의 대부분이 부서 간 칸막이와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어요. 시스템을 바꿔야 했어요. 박근혜 대통령도 부처 간 벽을 없애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습니까. 관료제의 가장 큰 폐해가 할거주의입니다. 자기 부서, 자기 팀만 봐요. 단순 민원은 크게 상관없지만, 여러 부서에 걸친 복합민원은 부서별로 문서를 주고받는 데만 몇 달이 걸려요. 그런 경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저를 비롯한 모든 관련 직원과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 변호사, 수혜자, 반대자 등이 한데 모여 토론하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 현안회의로 서초구의 수십 년 묵은 현안들을 깨끗이 청소했어요. ‘손주 돌보미’ 같은 창의행정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요.”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답 찾겠다”

4월 9일 서초구청에서 열린 아이 돌보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진익철 구청장(앞줄 오른쪽).

손주 돌보미 제도는 2007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시행해온 아이 돌보미 제도를 확대 발전시켜 손주를 돌보는 친할머니나 외할머니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손주 돌보미 자격은 아이 돌보미의 절반 수준인 25시간의 돌보미 교육을 받은 70세 이하 할머니에게 주어진다. 서초구에서 돌보미 교육을 받고 손주 돌보미가 된 할머니는 시행 첫해인 2011년 2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3명, 올해 170명으로 늘었다. 진 구청장은 “손주 돌보미 제도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 최근 강남구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내년도 전국 사업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서초구 출산율이 전국 최하위권인 0.93명이었어요. 44만 명이 사는데 하루에 아기가 10명도 안 태어난 거죠. 그래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둘째 아이 때부터 돌보미를 보내줬더니, 할머니들이 불만을 제기했어요. ‘손주는 우리가 제일 잘 보는데 왜 우리한테는 혜택을 안 주느냐’고. 현안회의에서 이 안건을 토론해보니 외할머니, 친할머니에게도 돌보미 교육을 이수하면 돌보미 수당을 주되, 부정수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

서초구 돌보미 사업은 공동육아 개념으로 정착해 만족도가 높다. 진 구청장이 어린이집 인근을 금연거리로 지정하고 아파트를 신축할 때 어린이집 정원을 늘리도록 제도를 개선해 보육시설 부족과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도 크게 줄었다. 2010년 말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 시행을 앞두고 한 어린이집 원장이 ‘구청장에 바란다’에 올린 민원도 여기에 한몫했다.

껑충 뛴 출산율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장관부령)이 개정되면서 한층 강화돼 어린이집 1층은 80%가 지상에 나와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었어요. 건축법은 50%만 지상에 나와 있으면 1층으로 보는데 5년 안에 80%가 노출되도록 개선하라니, 건물을 들어 올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잖아요. 서초구 관내만 하더라도 27개 보육시설이 당장 문을 닫고 4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갈 곳을 잃을 상황이었죠. 이 건으로 현안회의에 참석한 여성가족과장은 법규 사항이니 구청장이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건축법보다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이 더 강화된 것은 장관부령을 뜯어고치는 격이었어요. 당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더니 담당 국장과 과장, 팀장이 오더라고요. 문제가 뭔지 설명하고 현장을 보여줬더니 제 말이 맞다며 시행규칙을 원안대로 다시 바꿨죠. 그 일로 서초구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어린이집이 구제받았다고 해요.”

지난 3년여 동안 서초구의 출산 증가율은 서울시 평균치(4%)보다 4배 이상 높은 17.5%를 기록했다. 진 구청장은 “지난해 서초다산장학재단을 설립해 다자녀 가정의 셋째 이상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처럼 서초구의 육아 환경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 출산율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30억 원가량의 기금이 모여 지금까지 50명에게 각 250만 원씩 1억2500만 원을 줬고 올해도 봉사활동과 성적, 가정형편을 고려해 50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거예요. 목표액 100억 원이 다 모이면 그 이자로 1인당 대학등록금 500만 원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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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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