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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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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장환율제’ 자체가 성립 불가능한 제도
  • ● MB 정부 ‘747 경제정책’ 현실성 없었다
  • ● 종합부동산세는 ‘세금’ 이름 빌린 정치폭력
  • ● 朴 정부 ‘규제 기요틴’, 규제해야 할 사람도 풀어줘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소신’과 ‘고집’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으면서 또 다르다. 시각에 따라 다르고, 처지에 따라 다르고, 결과에 따라 다르다. 성공하면 소신이고, 실패하면 고집이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MB노믹스’를 설계한 강만수(70)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은 소신이었을까, 고집이었을까.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그의 별명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올드보이’ ‘킹만수’ ‘강고집’ ‘경제대통령’… 등 대부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로 붙여진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강하게 밀어붙였던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가들과 여론의 반감이 컸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한 권의 책을 냈다. ‘실전위기 경제학’이라는 부제 아래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글로벌 경제위기까지’라는 다소 긴 제목이 달렸다. 강 전 장관은 머리말에서 “비판과 분석을 당하는 입장에서 자전적인 회고보다 사실적인 실록으로 쓴 실전경제학”이라고 설명했다.

발간 직후부터 논란이 일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의 환율·금리정책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이성태(70) 전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비판이 입길에 올랐다. 이 전 총재는 발끈했고, 언론은 강 전 장관과 이 전 총재 간의 갈등에 주목했다. 강 전 장관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뭘까. 그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7% 성장’ → ‘7% 성장능력’

“언론은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안 좋고 비판적인 내용 위주로 보도하는 것 같다. 2008년 당시 언론 보도는 ‘한국에 위기 온다’ ‘검은 9월이 다가온다’ 같은 부류의 비판적인 게 많았다. 후배 공무원들과 경제학자, 기자 등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강 전 장관은 두 번의 경제위기를 현장에서 겪었다. 그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 차관(김영삼 정부)이었고, 2008년 경제위기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명박 정부)이었다. 결과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대응은 실패였고, 2008년 경제위기 대응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2008년 강 전 장관의 ‘MB노믹스’는 고집이 아닌 소신이 되는 건가.

1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오찬과 인터뷰를 겸해 강 전 장관을 만났다. 그가 쓴 책 내용을 중심으로, 2008년 경제위기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자 했다. 강 전 장관은 이 책에서 MB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경제위기의 전조가 시작됐다고 썼다. “저투자, 저환율, 저기술의 ‘3저 함정’에 의해 저성장, 경상수지 적자, 성장잠재력 저하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도 강 전 장관은 MB 정부 출범과 동시에‘747(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경제정책’을 실현 가능한 것처럼 발표했다. 인터뷰 시작부터 돌직구를 날렸다.

▼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왜 수정하지 않고 발표한 건가요.

“새 정부가 처음부터 공약을 보류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7% 성장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그래서 ‘7% 성장’이 아니라 ‘7% 성장능력’으로 바꿨죠.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는데, 일반 국민은 별로 의심하지 않았어요.”

▼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많이 고려된 거네요.

“그렇죠.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거니까. 그렇게 해놓고 바로 위기관리체제로 들어갔죠. 사실상 이때 7% 성장은 포기한 거죠.”

강 전 장관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환율이다. 장관으로 내정된 2008년 2월 18일 달러당 930원대에서 빠르게 오르기 시작해 3월 17일 100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첫 단추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물가였다. 원자재 등 수입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물가가 오르면 여론은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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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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