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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혁신위 갈등에 표류하는 ‘백년대계’

물 건너간 대선공약, 6修 끝에 나온 ‘대입 개선안’…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교육부-교육혁신위 갈등에 표류하는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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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의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복지 확대’를 정책 실현의 핵심 기치로 내세웠다. 이 두 과제를 추진해갈 중심축으로 설정한 것이 혁신위였다. 인수위 보고서는 “교육혁신기구를 대통령 직속 법률기구로 상설화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 정당, 청와대와 협의해 교육개혁을 주도해야 할 혁신위는 기본적인 주요 정책과제조차 설정하지 못했다.

혁신위는 출범 초기, 교육개혁을 위한 방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그 논의가 참여정부의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음은 박도순 혁신위 선임위원의 회고다.

“전성은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 위원들은 초·중·고등 공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교육의 전체 시스템을 바꾸길 꿈꿨다. 현행 교육제도의 완전한 수술 없이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수위는 대선 공약을 일단 완전히 제쳐놓았다.

출범 초기 노 대통령은 혁신위에 대입제도 개선안과 사교육 대책을 만들어보라는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혁신위는 ‘사교육 대책을 만들 의지도, 만들어낼 역량도 없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혁신위는 당면 이슈나 현안이 아닌, 학벌주의· 경쟁 타파 등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변화에 골몰해 있었다.”

이렇듯 혁신위는 출범 후 독자 행보를 택했다. 중앙 집중에 따른 지방교육의 소외와 교육력 저하, 관료행정 중심 구조의 폐해로 인한 학교 단위의 교육기획력 상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 방안과 농어촌 교육, 실업교육 및 특수교육, 교과서 제도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것.



인수위 시절 정책 작업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대변인은 “혁신위가 초기에 설정한 과제는 취지는 좋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주요 공약이나 인수위의 과제와 거리가 멀었고, 교육개혁세력과 국민의 요구에서 벗어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개혁의 동력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논란

혁신위와 교육부의 충돌이 가시화한 것은 안병영 교육부총리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맞던 윤덕홍 교육부총리 시절엔 두 조직의 갈등이 거의 표출되지 않았다. 이는 두 조직의 정책 입안이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3년 말 ‘안병영 교육부’가 출항하면서 두 조직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비대해진 교육부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혁신위의 목표인 만큼 두 기관의 갈등은 일면 당연했다. 그러나 두 교육주체가 서로 불신하고 자기 주장을 고집함으로써 교육정책 운영은 난항을 겪었다.

첫 충돌은 지난해 3월 혁신위가 국립대 공동학위 수여제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혁신위가 “대학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울대 등 전국 26개 국립대간 공동학위제를 도입하고 교수도 공동 선발해 3~5년 주기로 순환근무를 하게끔 하자”고 제안한 것. 이를 통해 중·고교 교육이 정상화하고, 지방대학이 발전하며, 학벌주의가 완화된다는 것이 혁신위의 논리였다.

그러나 안 부총리는 이에 대해 “학벌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는 권장해야 한다”며 “서울대 폐지를 전제로 한 국립대 공동학위 수여제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올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교사평가제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혁신위는 교사평가를 누가 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내놨다. 혁신위는 “새로 설립할 제3의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원평가 특별추진팀을 가동한 교육부는 “교육당국이 주도하는 교사평가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논란 끝에 4월부터 시범운영되는 초·중·고 교원평가제는 능력개발형 평가체제로, 교육부 주도하에 학생·학부모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우선 결정된 상태다.

교과서 검정제와 자유발행제를 놓고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교육부는 국어와 국사 과목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정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 반면, 혁신위는 사전 통제 성격을 지닌 검정제 대신 자유발행 이후 사후 규제로 하는 견해를 표명했다. 혁신위가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교사들이 교육기획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개별 교육주체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기획력을 강조해 교육의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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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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