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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현장을 가다 ②코레일

코레일 허준영 사장의 뚝심

“만년적자 철도, 2012년까지 확실한 흑자로 돌리겠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코레일 허준영 사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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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기업체 CEO 하며 기업 생존논리 배웠다
  • ●팀장급 이상 대폭 물갈이, 간부 임금 삭감, 정원 5115명 감축
  • ●2012년 매출 5조1000억원, 영업흑자 1100억원 실현 목표
  • ●본사·지사 통폐합 따른 대규모 인사태풍 예고
  • ●다양한 테마열차 개발로 수익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 ●지금은 노조가 많은 걸 요구할 때 아니다
코레일 허준영 사장의 뚝심
“앞으로 서울-부산 열차의 역무원들이 손님들에게 이런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소나무 11그루 심으셨습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승용차로 가면 탄소 66㎏이 배출된다. 반면 기차로는 11㎏이 발생한다. 55㎏ 차이가 난다. 소나무 한 그루가 1년에 흡수하는 CO2가 5㎏이니, CO2 55㎏이면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한 양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서 대전까지 기차를 타면 소나무 4그루, 대구까지는 8그루를 심는 효과가 난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기차가 왜 친환경적인지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임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허준영(57)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철도 전문가 같았다. 취임 당시 ‘낙하산’ 소리를 들어 더욱 열심히 공부했으리라 짐작도 되지만, 하여간 일에 대한 열성과 책임감, 직업의식은 알아줄 만하다. 경찰청장 할 때도 그랬으니까.

그가 코레일 사장에 취임한 직후 50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의 머릿속엔 그의 뚝심과 우직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허준영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쨌거나 그가 취임한 이후 코레일에선 속된 말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 간부 급여 삭감과 임금피크제 도입, 팀장급 이상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이어 조만간 전국 지사 통폐합에 따른 또 한 차례의 인사태풍이 예고된 상태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피곤한 게 개혁이다. 나중의 성과야 어떻든 당장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코레일 직원들은 이번 여름 태평양에서 밀려올 태풍이 한층 실감날 듯싶다.

“백수생활 그만하라”

허 사장은 3년 전 경찰청장에서 물러났을 때보다 풍채가 더 좋아 보였다. 짧게 깎아 올린 머리와 안경 너머에서 번뜩이는 작은 눈이 변함없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표정도 한결같다.

▼ 여름휴가는 다녀왔나.

“내가 안 가면 다들 안 갈 것 같아 모범을 보여야겠다 싶어 다음주에 사흘간 잡아놓았다.”

▼ 예전엔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이 ‘오 솔레미오’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휴대전화를 바꾼 다음 아직 노래를 넣지 못했다. ‘오 솔레미오’를 직접 불러 입력할까도 생각하는데, 전화하는 분 귀를 즐겁게 하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 노래를 잘하는 걸로 아는데, 부임 후 직원들 앞에서 노래 부른 적은 없나.

“9월 창립기념행사 때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유행가 중에서 기차와 관련된 노래를 골라 CD로 만들어 차에 갖다놓고 듣고 있다. 기차 소재 노래가 많더라. 20곡쯤 되는 것 같다. ‘고향역’ ‘남행열차’ ‘차표 한 장’ ‘대전발 0시50분’….”

외무고시 출신인 허 사장은 외교관을 하다 경찰에 입문해 경찰총수까지 지냈다. 재임 중 경찰 수사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서 검찰과 맞서고 중·하위 경찰관 처우개선을 비롯한 일련의 개혁정책과 소신 인사 등으로 경찰 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청장 임기는 2년이지만, 그는 1년 만에 퇴진했다. 2005년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농민시위 사망사건 때문이었다. 쌀 개방에 반대하는 시위였는데, 경찰 진압과정에 2명의 농민이 사망했다. 거센 사퇴여론에도 그는 버텼다. 불법시위로 빚어진 일을 두고 경찰총수가 물러나는 건 공권력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경찰청장 임기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직접적인 사퇴 압박에 12월 말 끝내 옷을 벗었다. 그는 지난해 정치권 진출을 꾀했으나 사전선거운동 논란으로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했다.

▼ 철도 쪽 일을 하게 될 줄은 생각 못했을 것 같은데.

“경찰청장에서 퇴임한 후 대기업체 고문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는 일을 못 배우겠다 싶어 중소기업체 회장으로 10개월 근무했다. 지금보다 월급을 더 받았다. 공직자 이미지가 강해선지 주변에서 내가 취직한 걸 인정해주지 않더라. ‘백수생활 그만하라’며. 공직을 맡아야 일하는 걸로 인정하는 거다. 15만 경찰의 리더를 하다가 작은 기업체 회장을 해보니 차이점이 하나 있더라. 똑같이 경영자이지만 경찰청장 할 때는 경찰관들 월급 주는 걸 걱정하지 않았는데, 기업체는 월급 주는 게 오너의 큰 고충이더라. 피 말리는 일이었다. 공직에 있을 때 국민에게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일생의 목표인 경찰청장을 지냈기에 이제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받은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철도가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외교와 치안 경력을 살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들과 철도 협력을 하는 데 외교관 경력이 도움이 된다. 내가 외무부에서 일할 때 알던 사람들이 지금 전세계 대사로 뛰고 있다. 경찰 경력도 마찬가지다. 테마여행이나 역세권 개발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들이 나를 만나면 반가워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와의 협조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주 신명이 난다. 코레일은 큰 조직이고 전국조직이라는 점, 그리고 휴일근무와 야간근무를 한다는 점에서 경찰과 비슷하다. 안전에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똑같다. 다만 철도는 공익성 못지않게 수익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기업체 CEO를 하면서 기업의 생존논리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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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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