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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카리스마’ ‘신의 세 수’ 불멸의 기록 쓰다

파이널 시리즈 11전11승 타이거즈의 힘

  • 기영노|스포츠평론가 kisports@naver.com

‘코끼리 카리스마’ ‘신의 세 수’ 불멸의 기록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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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불에 탄 ‘해태 버스’

해태가 불리했던 것은 홈런왕 김봉연 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2개월 여간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김봉연은 교통사고로 다친 코밑 상처를 감추고자 콧수염을 기른 요상한 모습으로 출전해 4할대 타율을 보이며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해태는 김봉연의 초인적 활약에 힘입어 MBC에 한 번도 패하지 않고 4승 1무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86~1989년 4연패를 하기까지 해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6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는 구단 버스가 불타 전소되는 횡액을 겪으면서 치렀다. 당시만 해도 프로야구를 스포츠가 아니라 영·호남 지역감정을 앞세운 대결로 여긴 극성 팬이 대구구장에 서 있던 타이거즈 구단 버스에 불을 질렀다. 광주 경기에서 해태 팬이 삼성 선수를 돌로 맞힌 것에 대한 보복으로 방화한 것이다. 불탄 버스가 해태 선수들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타이거즈는 삼성을 4승 1패로 가볍게 제압하고 두 번째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87년 삼성 전력은 막강했다. 장효조 이만수를 앞세운 팀 타율이 3할에 달했다. 해태는 영원한 에이스 선동열이 허리부상으로 빠져야 했다. 호랑이는 위기에 더 강해지는 법. 왼손 선동열로 불리던 김정수가 ‘선동열급’으로 던져주는 바람에 해태는 삼성을 4승 무패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해태에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해였다. 미래 에이스로 키우던 김대현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팀 타선 핵심 김성한이 리그 후반에 빙그레 이글스 장종훈과 부딪쳐 왼쪽 팔목이 부러졌다. 설상가상으로 선동열이 1차전을 던진 후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더 이상 던질 수 없었다. 김응용 감독에게는 손과 발이 하나씩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게 또한 호랑이였다. 이번에는 문희수가 ‘선동열급’ 활약을 해서 도전자 빙그레를 4승 2패로 떨쳐버렸다. 김응용 감독은 ‘선동열 울렁증’을 가진 이글스 김영덕 감독을 속였다. 선동열이 1차전 막판에 손가락 물집이 생겨 자진 강판했고, 이후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선수단에 선동열이 부상한 것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2경기에 1번 구원 또는 선발로 나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김영덕 감독은 김응용 감독의 위장 전술에 속아 선동열이 선발 또는 구원으로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작전을 짰다가 당하고 말았다. 

1989년에 다시 맞붙은 빙그레는 훨씬 강해져 있었다. 1차전에서 이강돈이 포스트시즌에만 들어가면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빠지는 선동열을 홈런으로 두들겨 1승을 먼저 가져갔다. 그날 김응용 감독이 모친상을 당해 타이거즈의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줄초상집’이었다. 빙그레는 2차전에서도 1회에 먼저 4득점을 올리면서 2승 조짐을 보였다. 호랑이는 구석으로 몰릴수록 더욱 용맹스러워지는 법. 한국시리즈 MVP가 된 중견 호랑이 박철우가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타이거즈는 2차전에서 초반에 내준 4점 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올린 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면서 4연속 우승 신화를 완성했다. 


김응용의 역대급 카리스마

해태를 9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김응용 감독의 카리스마는 지금껏 야구계에 회자된다. 코끼리라는 별명답게 김 감독은 체격 조건(185㎝, 110㎏)도 역대급이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지도자들의 천 마디, 만 마디보다 무게가 있었다. 

해태 고참 선수들이 아마추어 시절 김응용 감독의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볼따구니를 맞아 나뒹군 기억을 가진 터라 ‘호랑이 감독’으로 통했다. 고참들이 얻어맞은 얘기를 들은 나이 어린 선수들은 “나 같은 놈은 잘못하면 뼈도 못 추리겠구나” 하고 겁먹게 마련이다. 

김응용 감독이 월례행사처럼 한 게 ‘방망이 투척’이다. 선수들을 모아 놓고 얘기하면서 이것저것 트집 잡다가 갑자기 불특정 선수를 향해 방망이를 내던진다. 그러곤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나가버린다. 이 같은 분위기가 시즌 내내 계속되면서 선수들 사이에는 ‘우리가 알아서 잘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무력시위만 하는 게 아니다. 팀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선)동열이나 (김)성한이가 없으니까 오히려 잘됐다. 동열(성한)이 위주로 투수 로테이션(또는 타선)을 짜야만 했는데, 이제 정상적으로 돌린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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