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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생의 중국유학 메카 ‘北京55中’

  • 신영수 < 베이징저널 발행인 >

한국 중·고생의 중국유학 메카 ‘北京55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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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스칭중학과도 비교적 가까운 베이징의 왕징(望京) 아파트단지에서는 한국 학생들끼리 하숙을 하면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남녀 학생들이 한집에 모여 밤늦게까지 고성방가를 하다 이웃 주민들이 경비실에 항의하는 사례도 가끔 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 유학온 목적을 잘 인식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부모의 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처음부터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귀중한 청소년 시절을 방황과 갈등으로 점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한국국제학교 김주달 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정체성과 문화 적응력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리딩 랭귀지(leading language)로서 탄탄한 모국어 실력을 갖춰야 그 토대 위에서 외국어나 다른 공부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중국 대학에 진학한 후 전공과목 공부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단지 중국말만 좀 할줄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비단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말을 비롯한 한국의 교과과정과 영어, 중국어를 적절히 조화시켜 가르치는 베이징한국국제학교를 적극 권하고 싶다는 게 김교장의 충고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 위에서 중국 조기 유학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팽팽하게 엇갈린다. 조기 유학에 찬성하는 시각에는 지구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명의 시장을 확보하고 최근 수년간 연평균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 10∼20년 후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리라는 예측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폭발 직전의 활화산마냥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에서 중국어 능력을 습득하고 중국의 문화와 풍습을 익히는 한편, 그 과정에서 중국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관계, 즉 ‘시(關係)’까지 만들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절에 함께 공부한 중국인 동창생들이 장성해서 중국의 요소요소에 포진한다면 훗날 사회에 진출해서 무슨 일을 하든 더없이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외국어 공부는 빨리 시작하면 할 수록 학습능률이 높다는 것도 조기 유학을 찬성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더욱이 한국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향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므로 조기 유학 대상국으로서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더 실속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게 마련. 중국에 조기 유학을 보낸다고 해서 장밋빛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최소한의 적응기간이라 할 2년 정도는 학생 자신은 물론 학부모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심리적 위축을 초래하기 쉬운데,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자포자기하거나 주위의 불건전한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나락에 빠지면 한국에 돌아간다 해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국적 없는 미아가 될 소지가 많다. 설사 중국어를 웬만큼 익힌다 해도 다른 요인, 이를테면 가치관 형성이나 인생관 정립 등을 위한 문화적 소양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공부를 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는 이상 균형잡힌 교육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

중국어를 익히는 데 전념하는 동안 청소년 시기에 반드시 쌓아야 할 자질이 결여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 실력은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될 수 없으므로 평생교육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중국어 하나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중국 조기 유학을 마음먹는 것은 금물이다.

“남자가 아이 낳게 하는 일 빼고는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의 학교도 이곳은 외국 학생을 받고 저곳은 받지 않는다는 식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 때문에 한국 학생이 중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공부에는 왕도(王道)나 지름길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직장이나 사업 때문에 중국에 오게 됐든, 혼자서 조기 유학을 왔든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5중학 사상 최고 성적 졸업

베이징에서 ‘국제사교구락부’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가 K씨의 딸은 베이징 조기 유학의 ‘전설’로 기록되다시피 한 경우다. K양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중국생활을 시작했지만 중국어와 일반 과목에서 모두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K양은 55중학을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수석 졸업하고 칭화대학에 입학했다가 올해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했다.

K양의 성공 뒤엔 부모의 독특한 교육방법이 있었다. 어머니가 학교수업과는 별도로 시간표를 짜고 가정교사를 둬 귀가 후에는 이 시간표에 따라 우리말과 중국어, 수학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시켰다. 그 결과 K양은 우리말을 한국의 중고생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구사하면서 중국어까지 HSK(漢語水平考試·중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의 중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마련한 표준화 고시) 11급을 따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11급은 외국인으로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최고급 수준이다.

J군은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베이징에서 근무할 때 55중학에 다니다가 중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베이징대학 부속중학으로 학교를 옮겼다. 베이징대학 부속중학은 중국어는 물론, 일반 학과목 성적도 아주 뛰어난 학생만 받아주는 학교다.

J군은 베이징에 집이 있으면서도 공부할 시간을 아끼기 위해 평일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돌아올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귀국하게 되자 서울로 돌아가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편입했고, 그후 연세대가 주최한 중국어 논술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에 진학했다.

부모 없이 자녀만 중국으로 유학 보낼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중도하차할 우려가 있으므로 믿을 만한 한국인의 집에 하숙을 시키고 생활관리를 부탁하는 것이 현명하다. A군은 교회의 집사 가정에서 하숙을 했는데, 집사 가족이 A군에게 귀가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과외수업도 알선해 주는 등 가족처럼 챙겨줬다. 본인도 열심히 공부해 55중학을 졸업한 뒤 베이징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암울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중학에 재학중인 A양은 아버지가 서울 강남에서 큰 사업을 하는 부유층 자녀다. A양은 지난 봄에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 왔다. 딸을 일찌감치 중국에 보내 중국어를 배우게 하면 굳이 한국에서 힘들게 입시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A양의 부모는 조기 유학을 결심했다. A양의 어머니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아파트를 얻어 딸을 기거하게 해놓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베이징을 다녀간다.

A양의 아파트엔 조선족 아줌마가 와서 먹을 것도 만들어 주고 청소도 해준다. 하지만 조선족 아줌마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아니, 짐작은 하지만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한다고 할까.

매일 저녁 A양의 아파트는 학교 친구와 동네 친구 등 또래의 한국 남녀 학생들로 북적인다. A양은 매일밤 그들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파티를 벌이거나 친구들에게 놀이방을 제공해주고 다음날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기 싫은 학교에 억지로 나간다. 그리고는 다시 저녁만 되면 A양의 아파트는 한국 탈선 학생들의 소굴로 변한다.

A양의 이웃에 한국인 가정이 있는데, 어느날 그 집 남편이 너무 시끄러워서 참다 못한 나머지 문을 두드렸더니 요란하던 노랫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더라고 한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쥐 죽은 듯 적막이 흘러 다시 문을 두드렸더니 한참 뒤 문을 열고 나온 A양의 뒤엔 학생들이 신고 온 신발이 하나도 없이 치워져 있었다고 한다.

A양의 어머니가 얼마전 베이징에 왔을 때 모처럼 1주일 이상 묵다 간 일이 있었다. 놀러갈 곳이 졸지에 없어진 A양의 친구들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어머니를 빨리 돌아가게 하라고 A양을 들쑤셔댔다. A양은 어머니에게 “엄마가 옆에 있으니 집중이 안돼 공부를 못하겠다. 평소처럼 혼자 있어야 공부가 잘 된다”며 빨리 귀국할 것을 종용했고, 어머니는 딸의 ‘뜨거운 향학열’에 감동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저 “공부 잘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현지 적응’이 입시 성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가정생활의 안정이 필수다.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고교 시절의 외국생활에서는 정서적 안정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녀의 학습의욕을 북돋우고 향수나 언어장벽 등을 극복하려면 부모가 함께 곁에서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아이 버린다

이런 사례 때문에 베이징에 살고 있는 교민이나 서울에서 나온 상사 주재원들 사이에는 “절대로 아이 혼자 베이징에 보내지 마라.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아이 버린다”는 말이 나돈다. 학생들만 이곳에 온 경우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한번 두번 수업을 빼먹다가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부시간에 담배를 피우려고 교실 밖으로 나가거나 당구를 치려고 아예 학교를 나가는 것은 예사고,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노는 우따우커우(五道口) 같은 곳을 배회하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은 대개 퇴학당하고 베이징의 다른 중학(정식 외국인 교육기관이 아니지만 돈만 내면 받아주는 학교도 있다)으로 이름만 옮겨놓고 똑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얼마전에도 55중학의 한국 여학생 세 명이 학교를 계속 빼먹고 여러 차례 주의를 받다 결국 퇴학당해 시내의 다른 중학교로 옮겨갔다. 그들이 옮겨간 학교엔 55중학에서 퇴학당하고 온 학생들이 10명이나 된다고 한다.

적잖은 55중학 퇴학생들이 특정 학교로 재입학하는 사례가 늘자 이 학교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자 학교측에서도 문제 학생을 무작정 받아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에서 최근에는 편입시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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