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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토종 영자신문 기자의 좌충우돌 영어 학습기

  • 글: 곽영섭 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 사회팀장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정보통신담당 기자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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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국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영어정복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고, 이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다’ ‘영어공부는 필요하지만 직장생활이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다’…. 직장인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영어공부에 대한 오해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혈혈단신으로 영어를 마스터하고 그 결과물을 ‘News English Powerdic’(넥서스)이라는 영어 학습서로 출간할 예정인 두 명의 영자신문 기자가 ‘신동아’ 독자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편집자).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영어공부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는 말은 이제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900점을 훌쩍 넘는 토익 성적표를 들이미는 ‘총기 발랄한’ 신입 사원들 앞에서, 신문에서나 읽었을 법한 모모한 외국대학을 나왔다는 유학파 경쟁자의 ‘버터 발린’ 영어발음 앞에서, 평생 내 나라 국경 밖을 나가보지 못한 40~50대 김부장, 이과장은 심한 열등감에 휩싸인다. 누군들 영어를 잘하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엄청난 결심과 각오로 신년벽두마다 사 모은 영어 학습서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채 꼬박꼬박 책장에 쌓여가는데….

영어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국연수를 가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경제적, 시간적 여건만 된다면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영어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반도 토종인 필자들은 외국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충분히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직장인 영어 학습자들은 “시간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는 심각한 장애물이지만 의지만 단호하다면 극복할 수 있다. 관건은 버려지는 시간을 어떻게 잡느냐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많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조건에서 공부의 ‘밀도’는 증가한다.

영어를 향해 뛰어들기 전에 분명히 짚어두어야 할 점 한 가지는 영어공부의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나 학생의 영어공부는 철저히 ‘의사소통’과 ‘정보습득’을 하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비록 발음이 어색하더라도 전달하고 싶은 바를 또박또박, 천천히,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실력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습득을 위해서는 꾸준한 독해와 청취공부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새해를 맞아 제대로 영어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들의 학습기와 실수담은 독자들을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자극제다.



◇ 제1부 곽영섭 기자의 ‘쌍코피 터지는 영어 학습기

나의 고향은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면 석곡리. 그야말로 시골 중의 시골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네 앞에 비포장 도로가 나 있기는 하지만 진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완행버스가 하루 서너 번 다니는 게 전부였다. 어디 동네 뿐인가. 요즘에는 말도 못하는 아기들한테도 눈 핑핑 돌아가는 플래시 카드니 뭐니 해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그때는 자라는 동안 영어가 어떻게 생긴 말인지도 알 수 없었던 옛날이다 보니 나와 영어의 첫 만남은 ‘큐스톰 타일로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시 우리집 안방에 있던 장롱 위에는 아버지가 양복을 맞추고 담아온 상자가 놓여 있었다. ‘큐스톰 타일로르’의 출처는 바로 아버지의 서류함으로 쓰이던 이 상자. 한글로 ‘××라사’라고 적혀 있는 한 편에 영어로 ‘Custom Tailor’라고 쓰여 있었다.

이 무슨 소린지 모를 영어 단어 두 개가 어린 나를 괴롭혔다. 저걸 꼭 알아내고 말리라 결심한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은 형의 펜맨십을 몰래 훔쳐 몇 달에 걸쳐 피눈물 나는 독학을 한 뒤 겨우 알파벳을 뗐다. 그러고는 혼자서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것이 ‘큐스톰 타일로르’였다. 읽기는 ‘나대로 스타일’로 읽었는데 문제는 뜻이었다. 의기양양하게 형한테 물어보았다.

“행님아, 큐스톰 타일로르가 무신 뜻이고?”

중학교 3학년이었던 형이 집이 떠나갈 듯 앙천대소를 터뜨리는 게 아닌가?

“그건 큐스톰 타일로르로 읽는 게 아이고 커스텀 테일러라 카이. 맞춤양복점이라는 뜻이다 알마!”

알마는 임마의 우리 동네 사투리다. 알파벳만 외웠지 발음기호를 안 익혔으니 별수없이 ‘큐스톰 타일로르’가 될 수밖에…. 처음으로 영어실력을 자랑하다 ‘쌍코피’가 난 이 사건은 큰 자극이 되었고 어린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형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부산으로 떠났고 형이 남긴 책들 중에 ‘삼위일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저자가 하라는 대로 단순 무식하게 외웠다. 덕택에 중학교 내내 영어 시험이라면 거의 100점을 받았고 지금도 얼굴이 생생히 기억나는 예쁜 영어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한 학년 전체가 세 반뿐인 전형적인 시골 학교였다.

그러나 1978년, 경남에서는 명문으로 손꼽히던 M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각 지방에서 수재들이 모여든 학교다 보니, 첫 영어시험 성적은 내게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고작 70점 대의 점수를 받다니! 의기양양했던 나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르면 따라 배워야 한다. 반 친구들이 무슨 영어책을 보나 살펴보니 모두 시퍼런 배추색 표지의 ‘~영어’ 시리즈를 공부하고 있었다. 옆자리 친구것을 잠시 빌려 보았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서점에 들러 찾아낸 보물이 바로 S대 교수가 저술한 ‘영어 구문론’. 이 책을 파고 들기로 작정한 후 열 번을 보고 나자 영어만큼은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게 되었다. 덕분에 상처받은 ‘영어박사’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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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영섭 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 사회팀장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정보통신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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