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몇 해째 그곳이 고양이들로 하여금 겨울을 나게 하여 목숨을 보전해 준 곳이라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았다. 그 배관에서 열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시설을 하고 나서 정우(장남)가 고양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덕택에 난방비가 적게 들게 되었지만, 앞으로 고양이들이 추운 겨울밤을 어디서 어떻게 새우게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몇 마리나 되나?”
“다섯 마리요.”
“아직도 다섯 마리나 살아 있었구나.”
“플라스틱관을 싸 덮어버리고 나서 그것들이 어디서 자나 했더니, 그 집에서 소 먹일 때 쓰던 죽통 있지요? 그 소죽통에 들어가 자요. 거기가 바람이 안 들어오고, 또 사방 어디서든지 사람이 오는 걸 볼 수가 있어서 마음놓고 자는 모양이라요.”
“됐네, 여물통이라면 나무라서 차갑지도 않고, 다섯 마리가 한데 뭉쳐 자면 추위도 견디겠네.”
“나무가 아니고 시멘이래요. 콘크리트요.”
“뭐, 시멘이라고? 찬 시멘 바닥에서 어떻게 자나? 그럼 이렇게 해줘라. 고든박골 밭둑에 부직포 있지? 오늘 그것 좀 떼어와서 거기 깔아줘라.”
“그런 것 깔아놓으면 도리어 겁을 내 안 올 건데요.”
“그렇잖다. 벌써 새벽이면 영하 6~7도로 내려가는데, 그것들이 어디서 자겠나?”
이래서 그날 정우가 부직포 조각을 가져와서 거기 깔아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와서 하는 말이 이랬다.
“그럴 줄 알았어요. 고양이들이 자고 간 흔적이 없어요. 그것들이 사람 손 흔적을 알아차리면 절대로 안 온다니까요.”
“그럼 어쩌나? 올 겨울 얼어죽게 됐다.”
“조그만 전구를 하나 헛간 구석 바닥에 켜둘까요? 따뜻해서 모여 들거라요.”
“그거 안 될 거다. 밤에 불이 켜져 있으면 이상하다고 당장 사람이 찾아올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