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현 명창과 제자들. 임명이씨(왼쪽에서 다섯번째)는 ‘2001 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 박양순씨(맨오른쪽)는 ‘2002 남원춘향대회’에서 남도민요부 대상을 차지하는 등 보성소리(강산제)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요즘 보성 소리 강산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후학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1973년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판소리보존연구회를 세운 후 매주 토요일 여는 판소리 강좌를 통해 그가 배출한 제자는 지금까지 무려 13만여 명. 하지만 갈수록 수강생이 줄어들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가 ‘명사의 요리’ 코너에 ‘신선로’를 대뜸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판소리가 대중가요에 파묻혀 거의 들리지 않듯이 신선로도 온갖 인스턴트 식품에 한참 밀려나 있다.
신선로는 간단하게 만들려면 정말 쉬운 요리이다. 화로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한꺼번에 집어넣고 육수를 부어 숯불로 끓이면 그만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잡탕 신선로’라고나 할까. 하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신선로는 손이 많이 가고 준비할 것도 많다.
‘전통 신선로’는 화로에 들어갈 준비물을 만드는 것이 사실상 요리 과정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먼저 1단계 준비물. 다진 쇠고기에 무와 굴을 넣어 각종 양념(일반적으로 불고기 양념)으로 함께 버무린다. 2단계 준비물은 생선전과 처녑전, 미나리전, 허파전 등과 싱싱한 해삼, 전복 등이다. 그리고 호두와 밤 깐 것, 은행 볶은 것, 쇠고기 완자, 석이버섯, 붉은 고추, 숨죽인 파, 지단 등이 마지막 3단계 준비물이다.
모든 재료가 준비됐으면 ‘1→2→3단계’ 준비물을 순서대로 화로에 담는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처럼 3단계 준비물을 형형색색으로 맞춰 담다보면 자연스레 정성이 우러난다. 준비물을 다 얹은 다음 다시마와 무, 양파, 멸치 또는 쇠고기 등을 우려낸 육수를 붓고 중앙 부위에 숯불을 담아 끓이면서 먹으면 된다.
신선로에는 무려 20여 가지에 달하는 산해진미가 들어간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취향에 맞춰 어떤 것이든 더 넣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그 속엔 우리에게 전해주는 ‘의미’가 한 가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