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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청중의 힘이 음악사 바꿨다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도

  • 글: 김용환 한세대 교수·음악학 kimyh@hansei.ac.kr

청중의 힘이 음악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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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의 힘이 음악사 바꿨다

19세기를 지나면서 마침내 음악은 ‘정신적 산물’의 차원으로 고양됐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교회나 시 당국의 대표적인 행사 외에 좀더 규모가 큰 음악회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서서히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강화되기 시작한 시민들(중산층)의 정치적·사회적 지위와 그 축을 같이한다. 중산층 계급의 사회·정치적 지위 고양은 경제적·이데올로기적 변화와 이에 따른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문화적 생활을 향유하려는 중산층들의 욕구는 갈수록 커졌으며 그들은 감성적 생활과 정서를 폭넓게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의식 변화는 17세기에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번지기 시작한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계몽주의 사상은 그후 프랑스로 번졌으며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독일로 확대되었다. 계몽주의 사상은 문화 영역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교육 및 법률 등 모든 부문에 침투하였다. 이에 반비례하여 교회와 궁정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혁기에 음악이 더는 교회나 궁중이라는 특정 기관의 전유물이 될 수 없었다.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영향력이 강해진 시민들은 문화적 향수를 위하여 열심히 음악을 연주하였고, 연주회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 변화를 가능케 했던 것은 첫째, 독일어권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한 ‘콜레기움 무지쿰(Collegium musicum)’이다. ‘콜레기움 무지쿰’은 처음에는 폐쇄적인 영역에서 개최되었으나 곧바로 일반 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공공연주회로 발전했다. 두번째서는 사적인 ‘음악연주모임(Musikkr nze, Musikgesellschaft)’을 들 수 있다. 이 그룹 역시 처음에는 특정인들만 대상으로 하였으나, 후에는 ‘콜레기움 무지쿰’과 마찬가지로 수용 영역이 확대되어 공공연주회로 발전하게 된다. 이 두 연주단체는 수십년의 변화과정을 거쳐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연주회로 발전하며, ‘근대적인 연주회’의 초기 형태로 그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18세기 중반부터 서서히 자리잡은 공공연주회는 19세기에 들어 더욱 활성화된다. 공공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의 음악적 취향은 매우 다양하였다. 청중은 입장권을 구매한 대가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음악을 듣고자 했다. 각 연주회를 개최하는 비르투오소 또는 중개업자들은 이러한 청중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케스트라 단원, 솔로주자의 개런티, 연주회장 대관료, 선전비, 세금 등 연주회에 드는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했으며, 따라서 연주회의 흥행 여부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연주회를 개최하는 비르투오소는 각 작품을 탁월하게 연주해야 함은 물론 짧고 많은 곡들로 변화를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만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은 장르별 변화는 물론이고 음향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했다. 즉 기악음악과 성악음악을 교대로 선보여야 했다는 말이다.

물론 18세기말부터는 일부 연주회 프로그램 구성에서 장르와 양식을 통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것은 예외에 해당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연주회는 청중의 다양한 취향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와 같은 조건들을 충족시키다 보니까 연주회 프로그램의 양이 지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해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당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페르디난트 리즈(Ferdinand Ries·1784∼1838)는 1837년 ‘신음악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런던의 한 음악회에서 36곡의 작품이 연주되었다고 보고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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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환 한세대 교수·음악학 kimyh@ha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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