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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낮과 밤 다른 ‘지하철 계보’ 등장

  • 글·이종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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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의 줄대기는 이처럼 각 주자들의 출신 지역 및 출마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당위원장들의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총선 공천 문제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치 입문을 노리는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나 사무처 당직자들은 공천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걸어야 하는 처지. 그 절박함의 강도가 현역 의원들과는 현격히 틀리다. 줄서기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공천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이번 경선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유행어처럼 돌아다닌 ‘지하철 계보’라는 용어는 그런 맥락을 설명해주는 가장 정확한 언어임에 틀림없다. 지하철 계보는 겉으로는 A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언하고 다니면서도 뒤로는 B 또는 C후보 측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약속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한쪽에만 줄을 섰다가 지지했던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을 경우 뒷감당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행태다.

A후보 캠프에 속해 있는 한 초선 의원의 말. “그 사람은 누가 봐도 B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었고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나자는 연락이 와 나갔더니 ‘A후보에게 잘 말해달라.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고 하더라. 많이 놀랐다”

D후보 캠프의 한 재선 의원은 “각 후보 진영에서 흘리고 있는 지구당위원장 지지 세력 가운데 지하철 계보를 빼면 절반이나 남을지 모르겠다. 우리 캠프를 도와주는 줄로 알고 있던 의원들이 다른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중이라는 얘기를 나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아예 총대를 메고 특정 후보를 위해 일하는 의원들의 경우 종종 난처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A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며 발벗고 나선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특정 주자 캠프쪽에서 ‘A후보가 안되면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수 차례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멀리 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지하철 계보와는 조금 다르게 겉으로는 철저한 중립을 표방하면서 뒤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직자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한 당직자는 “당직을 맡고 있는데 노골적으로 나설 수 없다. 하지만 내 지구당원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내년 총선에선 그들의 힘이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당 실무를 책임지는 국장급 당직자들은 평소 친분 관계와 지역연고 등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원들의 줄서기는 초선이나 정치 신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령의 중진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론 바람이 불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의원 보좌관들과 중간 당직자들도 줄서기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실탄’의 효력은 여전

각 주자들의 줄세우기는 방법과 강도에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차기 공천이나 주요 당직을 약속하면서 물밑 거래가 이뤄진다는 게 정설이다.

B후보 캠프에 속해 있는 한 초선 의원은 “B후보가 대표가 되면 대변인을 요구할 생각이다.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한 원외 지구당위원장은 기자에게 “A후보가 ‘앞으로 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 당의 물갈이 작업을 맡아줬으면 한다’며 줄서기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내에선 “A가 되면 원내총무는 ○○○를 밀어준다더라” “C가 될 경우 사무총장에는 △△△가 내정돼 있다” 등의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 C후보가 최근 당내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진 L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서 “원내총무나 사무총장직을 주겠다. 도와달라”고 말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돈이지만, 줄세우기에 있어서도 ‘실탄’은 효용성이 큰 수단이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할 무렵, 자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주자가 ‘3, 5, 10’으로 돈을 나눠주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만나는 위원장들의 친분관계를 분류해 300만원, 500만원, 10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돈 선거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많다. C후보의 한 특보는 “그동안 여러 번 C후보를 도와 선거를 치러보았지만 사실 조직선거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직선거를 해보려고 하니까 모든 게 돈이었다. 돈이 안 들어가면 꿈쩍도 안 했고, 돈이 들어가면 정확히 투입된 만큼만 움직였다. 조직은 곧바로 돈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말로만 정치개혁을 떠들고, 당 쇄신을 외칠 뿐 정작 밑바닥에서는 여전히 돈이 최고의 수단인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요로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실탄이 준비되는 대로 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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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종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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