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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낮과 밤 다른 ‘지하철 계보’ 등장

  • 글·이종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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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세가 극도로 취약한 일부 지역의 지구당위원장들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한몫 잡는 기회로 삼는다는 말이 당내에선 파다하다. 어차피 원내 진출이 난망한 상황이다 보니 대선과 총선, 당내 경선 같은 선거가 치러질 때 금전이라도 챙기고 보자는 심리가 저변에 퍼져 있다는 게 얘기다.

각 주자들의 공격적인 줄세우기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의 말. “어느 날 기자 몇 명과 저녁을 먹으며 특정 후보를 비난했는데 며칠 뒤 그 후보측 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따위로 하면 재미 없을 줄 알라’는 노골적인 경고였다.”

이 때문인지 줄서기를 거부하는 의원들의 경우 고민이 적지 않다. 영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의 고백. “가장 두려운 건 대표 경선이 끝난 뒤 홀로 허허벌판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아닌 곳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외로운 건 없다.” 정치는 세(勢)의 싸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그래서 나도 연고가 있는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D후보에게 줄을 섰다는 사무처 한 중간당직자의 말에는 대표 경선을 둘러싼 정치지망생들의 깊은 고민이 묻어 난다. “B나 C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 사무처에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우리도 궁극적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상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사무처를 크게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후보를 미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깊은 상처로 심각한 후유증 우려



이같은 줄서기의 양상은 대표 경선이 끝난 후 7월10일경 있을 원내총무 및 정책위의장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만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당원에 의해 선출될 ‘제왕적’ 당대표가 자신의 수족처럼 부려야 할 총무와 정책위의장 경선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현재까지 총무 경선에는 홍사덕(洪思德) 임인배(林仁培) 박주천(朴柱千) 의원 등 4, 5명, 정책위의장 경선에는 전용원(田瑢源) 김만제(金滿堤) 홍준표(洪準杓) 주진우(朱鎭旴) 의원 등 6, 7명 정도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는 유력한 대표 후보와 함께 합동 선거활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예로 H의원의 경우 대표 경선에 나선 C후보와 함께 의원들의 골프 모임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어떤 후보는 당권주자 A의 지원을 받고 있고, 다른 후보는 당권주자 D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총무나 정책위의장직을 노리는 의원들이 당권주자들에게 줄을 대는 이유는 차기 대표의 입김이 경선에 미칠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년 총선 공천에 미칠 차기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대다수 의원들이 총무 및 정책위의장 경선에 대한 대표의 의중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D후보 진영의 한 참모는 “대표가 되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총무, 정책위의장 후보들이 줄을 섰다. 어차피 일하기 편하고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도와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편한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노골적으로는 아니어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치열한 줄세우기와 줄서기의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권력이 갖는 무게와 의미를 무시할 순 없지만 후보들 간에 인신공격과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지지자들 간에 상대 후보 헐뜯기가 일상화하면서 선거가 끝나도 그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대두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권력의 속성상 다시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통령 선거 패배라는 충격에서 벗어나 새롭게 당을 정비하고, 원내 제1당으로서 변화와 개혁의 화두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신동아 200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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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종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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