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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의 한국경제 직격 진단

사회 대통합으로 ‘디지털 변곡점’ 뛰어넘자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의 한국경제 직격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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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의 한국경제 직격 진단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사회적 대타협에 의한 노사평화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마(魔)의 1인당 GNP 1만달러 벽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1995년에 1만달러를 돌파했지만, 1998년에 6700달러대로 미끄러졌고, 그후 4년 만에 다시 1만달러를 간신히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성장엔진이 약화되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전후로 떨어지고, 교역조건의 악화로 1/4분기 실질소득이 -1.8%를 기록한 마당에 새로운 경제위기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1만달러 고비에서 다시 미끄러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

1만달러 벽을 넘어 2만달러 고지에 이르려면 하나의 전략적 변곡점을 넘어가야 한다. 그런 전략적 변곡점은 앞으로 3∼4년 정도의 짧은 시기 동안 펼쳐질 것이다. 그것을 ‘2004∼06년 변곡점설’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은 소위 디지털 기회(digital opportunity)를 맞고 있다. 격차를 안고 선진국 따라잡기(catching up)를 하던 한국 경제가 디지털 기회를 맞아 거의 모든 나라와 같은 시점,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다.

그런데 IT산업혁명의 본격적인 개화가 일단락되면 디지털 기회에는 다시 진입장벽이 생겨 그 후에는 지금의 디지털 기회가 매우 좁아지거나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IT혁명에 대한 ‘비합리적 들뜸(irrational exuberance)’이 가라앉고 지금은 불황의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으나, 2004년 후반 전후에서 2006년 전후에 IT 불황의 골짜기를 벗어나 황금의 언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때면 이미 늦다. 지금과 같은 IT 불황기에 필사적인 기술혁신이 일어나야 신산업혁명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불황기가 바로 ‘큰 기술혁신’의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잉태기이며, 지금 잉태하지 않으면 2004~06년 전후에 옥동자를 낳을 수 없다. 더구나 디지털 무선기술, 제4세대 휴대전화 등 주요 IT를 비롯해 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ET(환경기술)·CT(문화콘텐츠기술) 등의 신기술과 디지털 컨버전스의 국제표준이 2003년∼05년 사이에 대부분 결정된다. 이미 첨단기술의 국제표준 획득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연료전지 기술 개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유럽연합(EU)과 사실상의 기술표준에 합의하고, 이를 최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연료전지의 엄청난 파급력을 생각하면 한국의 신기술 뒷북치기가 답답하기만 하다. 기술에서 앞서도 표준에서 지면 시장을 잃는다. 표준이 결정되면 그 표준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지속될 것이므로 그 후에는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니 지금이 위대한 기회이며 지금 표준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혁신과 표준화에 성공하면 무한시장이 열린다. 가령 디지털 가전은 4년 후 연 1000억달러 규모의 큰 시장이 예상된다. 바이오 시장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3∼4년이 전략적 변곡점이다. 이 변곡점을 선점하고자 미국은 2005년에 끝나는 국가핵심기술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2001∼05년의 과학기술입국계획 완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본을 디딤돌로, 중국을 견인차로

향후 3∼4년을 역사적 고비라고 보는 또 하나의 근거는 ‘중국 블랙홀’의 위기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면서 ‘세계의 R&D센터’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의 투자와 R&D가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한국은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자본, 기술, 고급지식인력 등이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으려면 3∼4년 내에 특화기술, 특화산업의 확고한 우위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특화산업, 특화기술에서 확고한 우위에 서면 중국의 성장에 이끌려 우리도 자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이미 중저가 범용제품은 물론, DVD나 반도체, 제3세대 휴대전화 같은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지금 필사의 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몇년 전만 해도 한국은 일본의 첨단기술과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 사이에서 호두까기(Nut-cracker) 속의 호두가 될 위협에 놓여 있다고 했으나, 이제는 중·일 양국의 첨단기술 사이에서 호두까기 속 호두 신세가 될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2∼3년은 일본의 기술을 ‘디딤돌’ 삼아 중국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중국의 성장을 ‘견인차’ 삼아 2만달러 고지를 돌파하는 역이용의 기회가 열리느냐, 아니면 호두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되는 운명적인 시기다. 시간이 별로 없다. 동북아의 물류허브나 금융허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3∼4년 정도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하이의 물류·금융허브 전략이 일단락되면 우리가 진출할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이렇게 보면 이 3∼4년이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600년 만의 큰 기회를 맞고 있다. 서양의 르네상스 이래 세계사의 뒤안길을 헤매던 한국은 정부 수립 후 반세기가 지나면서 세계 최고의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인구비례상 최대의 인터넷 인구를 보유하면서 디지털 기회를 살려나가고 있다. 세계사의 최선두에 설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 변곡점을 통과하면 국민소득 2만달러 고지에 이르는 것은 매우 순조로울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 변곡점을 넘지 못하면 1만달러 지점에서 또한번 미끄러지게 되고, 세 번째 등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기회는 매우 짧다. 빌 게이츠의 표현을 빌린다면 ‘계란 반숙의 법칙’이 지배하는 기회다. 계란이 반숙될 만한 짧은 순간에 디지털 변곡점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은 ‘큰 기회’와 ‘큰 위기’가 병존하는 역사적 시점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적극적 위기론을 내세우며 3년 정도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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