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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군분투’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北의 ‘새롭고 대담한 제안’은 핵 포기 아닌 핵시설 포기”

  • 글: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a.com

‘고군분투’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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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이 구상은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입니다.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새롭게 하고 분단과 갈등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리의 욕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선 다소 추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실한 과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향후 5년 동안에 한반도에 확실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입니다. 이건 물론 남북한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동북아 지역국가들간의 관계가 남북문제를 풀어가기에 적합한 구조로 성격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과거의 정치적·군사적 적대관계를 해소한 유럽의 방식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고,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이 절실하다는 겁니다.

물론 유럽과 동아시아는 지역적 성격에 차이가 있어요. 그러나 현재 동북아 국제질서는 과거 19세기 유럽처럼 일종의 강대국 권력정치질서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고, 더욱 그 방향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제동을 걸면서 일본이 건설적인 리더십을 행사하도록 촉구하고 그 과정에 우리가 공동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동북아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나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물론 그 속에서 남북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보고요. 그러한 이상을 어떻게 추구해갈지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차근차근 정리해야겠지요.”

-그 것과 관련해 한 국내 국제정치학자는 ‘중추국가(pivotal state)론’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동아시아의 중추국가 역할을 하려면 구체적인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요.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지정학적인 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가운데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인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중위권 국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도적으로 양자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입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도덕적인 힘입니다. 19세기 때처럼 민족주의와 배타적인 국수주의가 동아시아를 지배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건 세계정치의 큰 흐름에서 봐도 명분 있는 비전이고, 중국이나 일본 역시 동북아 향후 질서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 반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유효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러한 외교적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그때그때 하는 선택을 국민이 얼마나 수용하느냐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생각과 정부가 추구하는 비전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겁니다. 이번 노대통령 방일 뒤에 국내에서 벌어졌던 논란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국민들 생각 사이의 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봅니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서 우리 정부나 일본이나 그런 점에서 국민을 설득해나가고 동북아 국가들간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자유무역협정(FTA)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심화됨으로써 평화 분위기가 강화되는 측면이 크지요.”

“동북아 질서에 미국이 기여할 수 있어”

-지금 말씀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리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의 TV 대화에서 한국과 ‘제일 가까운 나라’로 일본, 중국, 미국을 차례로 꼽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 일각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먼저, 한국에게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동맹은 역시 미국이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이런 발언으로 볼 때 우리 정부가 혹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종의 등거리 외교를 추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요.

“우리 외교의 기본축인 한미동맹 관계와 동북아의 통합 노력은 서로 배치되는 게 아니라 보완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1950년대에 미국이 유럽에 대해 적용한 정책은 유럽의 통합을 도와주고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거든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과 경제적 이해관계로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정치가 안정되는 것이 자신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도 이 지역 질서의 안정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지요. 노대통령도 미국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에 걸려 있다는 것이 동북아 질서 안정에 도움이 되지 마이너스 요인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동북아 질서를 변화시키는 데에 미국의 협력을 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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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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