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1일 스커드미사일 15기를 싣고 가던 북한 선박 서산호가 스페인 해군에 의해 수색당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첨예화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열린 이번 연차총회에는 회원국 가운데 38개국의 관계기관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그 동안 NSG 회원국들로부터 북한에 수출된 핵 관련 장비, 부품, 설비 내역 등이 모두 공유되어 북한의 핵능력과 최근 현황에 대해 좀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신동아’가 입수한 이번 회의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에도 탄도미사일 부품, 핵물질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 제조용 물품을 은밀히 반입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시기는 베이징 3자 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 시점이어서 충격을 더했다는 것.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보다 더 강경한 수출금지 조치가 제안되었고, 회원국 정보기관들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능력 수준에 대해 브리핑이 이뤄지기도 했다.
제 발 저린 일본?
회의는 크게 네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우선 수출금지 리스트에 추가할 품목이나 전체적인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문그룹(Consultative Group)’, 핵심현안에 대해 주요정보를 교환하는 ‘정보교환회의(Information Exchange Meeting)’, 실무분야를 다루는 ‘허가 및 강제조치에 대한 전문가회의(License & Enforcement Expert Meeting)’, 이들 회의에서 오간 내용 중에 회원국들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최종 의견을 나누는 총회(Plenary Meeting)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정보교환회의의 의장은 개최국인 한국 과학기술부가, 총회의 의장은 외교통상부가 맡았다.
이 가운데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각 회원국들의 고급정보가 교환된 것은 정보교환회의와 전문가회의. 이들 회의는 각 발제자가 일단 배포한 발제문을 한 세션이 종료하는 시점마다 다시 수거해 현장에서 문서파쇄기로 파기하는 엄중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행사를 진행한 외교부와 과기부는 회의내용에 대해 일절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고, 대신 총회에서 결의한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폐막한 이후에 배포했다.
회의장에는 기자들을 포함한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것은 물론 설치되어 있던 보안카메라의 전원도 내렸다는 것이 호텔 직원들의 설명이다. 관계기업의 옵서버 자격 참가요청, 과기부가 민감한 핵 관련 물품의 수출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제규제물자 수출입심의회’ 위원들의 참관요청도 모두 불허됐다. 이러한 강력한 보안조치는 이전 총회에 비해서도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회의에 참가했던 외국 대표들의 말이다.
관심이 집중된 정보교환회의에서는 주요 핵확산 우려국가 8개국의 최근 핵무기 개발 관련 정보가 논의됐다. 북한,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스라엘,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가 해당 국가.
이 가운데 주요 논의대상이 되었던 나라는 북한과 이란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란의 경우는 미국측이 논의를 주도해 ‘이라크전 이후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핵 의혹 국가’가 북한보다는 이란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반면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개발 동향에 대해 가장 열의를 갖고 참여한 국가는 일본. 이는 최근 미국 상원의회에서 개최한 ‘마약·위조지폐·무기확산 : 북한 커넥션’ 청문회에 출석한 한 탈북인사가 “북한은 미사일 관련 부품의 90%를 일본에서 조달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역작용’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미사일 유도장치 생산에 종사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이복구(가명)씨는 “조총련을 통해 만경봉호로 미사일 부품을 날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씨의 증언은 일본이 NSG 체제가 규정하고 있는 핵공급국으로서의 의무, 즉 핵개발 우려국가에 관련장비가 반입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본 대표 입장에서는 자국의 수출통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