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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7·1경제관리개선조치 1년, ‘북한식 개혁’ 현주소

자본주의와 ‘제한적 동거’로 주체사회주의 실리 모색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7·1경제관리개선조치 1년, ‘북한식 개혁’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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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7·1조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공급량의 확보이다. 국가 유통체계를 통해 정상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려면 수요에 상응하는 물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에서 물자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경제협력이나 교류, 지원 등이 요구된다.

다른 하나는 화폐개혁 같은 대책이다. 역설적이게도 작년의 경제개선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통한 경제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서 고액권이 유통됐고, 주민들 수중에 사장되어 있는 외화(달러 혹은 엔)를 국가체계 안으로 흡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 이외에도 노동자, 농민에 대한 물질적 인센티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기업 단위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혁신 등 제도적 개선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다 보니, 7·1조치는 지난 반년간 여러 부작용만 양산했다. 기술혁신과 물질적 인센티브는 제도적인 장치 없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또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가운데 생산 병목화로 인해 물자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됐다. 그로 인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예전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도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의혹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들어오던 인도주의적 지원은 격감됐고, 미국의 중유공급마저 중단됨으로써 공장조업의 복구는 더욱 더뎌졌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기대했던 재정지원도 이뤄지지 않다보니 경제복구는 지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부 국영상점은 물품 부족으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작년 말 중국으로부터 무려 2억~3억달러에 해당하는 물자를 긴급 수입한 것으로 미뤄볼 때, 수요 공급간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농민시장이 인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농민시장을 포함한 암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구 국가들이 시장경제로 이행할 당시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암시장을 근절하지 않고는 경제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 바로 인플레이션을 통한 7·1조치의 배경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농민시장 양성화 없이 경제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습적 수령체제 유지가 목적

원래 북한은 동구식의 급진적 체제전환보다 중국식 정경분리에 의한 개방과 개혁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중국은 일당체제의 기반 위에서 경제개혁을 과감히 추진, 자본주의 세계경제 참여를 통해 연관 발전(associated development)에 성공했다. 비록 경제개혁이 정치적 다원화를 가져오더라도 일당독재를 통해 시장사회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 방침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습적 수령체제를 겨냥하는 북한의 주체사상은 정경분리에 의한 점진적 경제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경제개혁에 따르는 개방화와 다원화가 주체사상에 대한 전인민적 믿음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중국이 시도해온 경제특구 전략이야말로 세습적 수령체제를 지키는 동시에 물질적 진보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의주, 개성, 금강산에 경제특구를 계획해왔다. 우선 2002년 9월에 신의주를 홍콩식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9월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지정하고, 19일에는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채택함으로써 신의주를 외자유치를 위한 개발특구로 공식 발표했다. 기본법에 의하면 신의주는 무비자, 무관세, 사유재산권 보호 지역이다. 또 신의주에 입법, 행정, 사법권을 부여하고 향후 50년 동안 행정구의 법률제도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명시했다. 이어 9월24일에는 행정장관으로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중국계 사업가 양빈을 임명했다. 그러나 중국당국이 양빈을 비리혐의로 가택연금함으로써 애초의 계획은 무산됐다(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이자 노동당내 실세인 장성택이 양빈의 후임자로 임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신의주 경제특구 기본법은 지난 1990년대 중국이 제정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과 용어와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홍콩형 ‘1국가 2체제’ 개발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 시도했던 나진-선봉지구의 개방과는 다른 방식을 모색해왔는데, 홍콩, 상해 등 중국의 경험을 나름대로 연구해 신의주 경제특구를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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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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