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슨웹이 만난 장석만·고미숙·윤해동·문순홍·이정우·이진경·이태원씨 등 7명은 이런 실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기존 시스템과 관계망에 적당히 타협하거나 적응하지 않는다. 대신 대안적이고 학문적인 실천을 직접 조직하거나 경험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철학아카데미’ ‘바람과 물 연구소’ 등을 이끌며 제도권 밖에서 삶의 ‘다른 길’을 모색중인 장석만·고미숙·이진경·이정우·문순홍씨의 행보는 각자의 공부 주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앎의 길과 삶의 길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윤해동씨는 ‘결여’ ‘완성’ 등의 관점에서 한국의 근대를 사고하는 방식에 서구적 이념형이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 민족주의 담론이 근대 한국사를 제대로 보는 데 장애물이 되기 시작했음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이태원씨는 우리의 본격적인 해양생물학 서적인 ‘현산어보’의 다시 쓰기를 시도함으로써 한국의 전통 분류생태학에 새로운 흐름을 불어넣고 있다.
[생태여성론의 선구자]문순홍(바람과 물 연구소 소장)

직접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문순홍을 그토록 붙잡으려 한 것은 바로 문순홍과 분리할 수 없는 ‘생태여성론(Eco-feminology)’이 발산하는 매력 때문이었다. ‘생태학’ ‘생태주의’라는 용어가 막 사회적으로 익숙해지려는 지금, 그보다 한 발짝 앞서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을 실천해온 문순홍이란 인물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생태여성론은 생태여성주의(Ecofe- minism)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 이론이자 관점이다. 생태여성주의가 자연과 여성의 모성적 유사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성의 환경활동에 의의를 부여하는 입장이라면, 생태여성론은 관계적 세계라는 틀 안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상호보완적인 긴장관계를 부여한다. 따라서 생태여성론은 현재의 남성(성) 중심적 사회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사회를 이끌 주체로서의 여성(성), 그리고 대안사회 구성의 가치와 원리로서의 ‘여성적인 것’에 무게를 싣는다.
이런 시각은 생태 논의의 한국적 수용을 위한 움직임들이다. 실제로 문순홍은 설문조사와 300여 명에 이르는 여성 환경활동가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한국 여성 환경운동의 시원(始原)과 역사를 점검하고 현 시점에서 여성 환경활동가들의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에서 생태여성론의 실천(‘한국의 여성환경운동’, 아르케)을 시작했다. 동시에 생태여성론 개념들을 19세기 말 등장한 동학과 원불교, 증산도 등의 언어로 바꾸고 이를 개념화·이론화하는 공동작업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