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 글: 이형준 사진가·여행작가 heephoto@hananet.net

    입력2003-06-26 18: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시디 부 사이드 아래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카르타고 유적지를 관람하는 방문객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튀니지는 작은 나라지만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고대유적에서부터 로마와 이슬람의 역사도시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여행지 가운데서도 단연 눈부시도록 빛나는 곳이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다.

    시디 부 사이드의 언덕을 내려가면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도시 카르타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장 한니발 장군이 로마와 벌인 포에니전쟁에서 패하기 전까지 약 1000년 동안 이 도시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경제의 중심지였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카르타고 유적지는 상당부분 소실되었지만, 지금도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둥과 성벽에 남아 있는 조각, 상징물들은 하나같이 세련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페니키아인들의 높은 문화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상과 지하로 이루어진 카르타고 유적에는 커다란 광장과 시장 등 당시의 생활공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다를 향하여 우뚝 솟아있는 커다란 기둥과 회랑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물품 거래소 터다. 이곳에 서면 지중해를 누비며 문물을 이동시키고, 장차는 알파벳 문자를 만들어 인류가 자신들의 흔적을 영원토록 간직하게 해 놓은 페니키아 상인들의 삶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비즈니스와 교역이 단순히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임을 자녀들에게 느끼게 하려면 카르타고 유적만한 여행지도 다시 없을 듯.

    그렇다고 시디 부 사이드에서 오로지 옛 역사의 진지함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를 연상케 하는 좁고 복잡한 골목마다 재스민 꽃향기가 나그네를 유혹하고 양편에 늘어선 대문과 창문이 예쁜 크고 작은 주택들은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이 도시의 자랑거리 가운데 으뜸은 시대와 주인의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간직한 대문과 창문이다. 이를 하나 하나 살피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지적경험이 될 정도.



    창문과 대문의 시대별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10여 곳 남짓의 카페다. 시디 부 사이의 카페들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지중해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낭떠러지 위에 위치한 ‘카페 나트’는 튀니지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튀니지의 명소다.

    카페 나트가 유명해진 것은 멋진 풍경과 더불어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나트에는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앙드레 지드, 모파상, 화가인 폴 클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세계의 스크린을 주름잡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았다. 이들이 카페를 찾을 때면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문학도와 시민들이 찾아와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고 한다.

    카페 나트는 운영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커다란 계단을 중심으로 각 테라스마다 손님을 접대하는 종업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회교국답게 종사자가 모두 남자다. 이런 이유로 손님들은 빈자리가 있어도 스스로 찾아가는 법이 없다. 입구에서 단골 종업원을 부르거나 그 종업원이 담당하는 테이블로 가 앉는다.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카페 나트의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소나무 잎을 우려내 만드는 솔잎 차(茶). 동양차와는 다른 그윽한 향이 일품이다.

    시디 부 사이드의 카페엔 시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숙이는 저녁 무렵이면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감상하려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 저녁놀이 지고 여기저기 걸려있는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재스민꽃을 바구니에 담아 파는 행상이 카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꽃행상이 지나간 자리는 온통 재스민 향기의 바다로 변한다.

    시디 부 사이드는 한적하고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면서 역사의 힘을 되새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어느 골목,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꽃향기와 감미로운 선율이 감도는 곳, 다양한 문화와 삶을 한꺼번에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 가는 길

    인천에서 파리,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수도인 튀니스로 입국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빠르다. 튀니스 공항에서 시디 부 사이드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여 20분, 튀니스 시내에서도 기차와 승용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 볼거리

    시디 부 사이드는 작은 휴양지지만 볼거리가 많다. 아름다운 골목과 창문을 비롯하여 카페 나트, 카르타고 유적지, 국립 박물관, 로마 시대에 건설한 목욕탕과 수도교 등. 인근에서 볼 수 있는 명소는 지상 최대규모 모자이크가 전시되어 있는 국립 바르도 박물관, 인류문화유산인 튀니스 메디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테라스 등이다.

    ◆ 기타

    시디 부 사이드에는 예쁘고 아담한 숙소가 여러 곳이 있다. 수도 튀니스에는 국제적 체인 호텔인 메리디앵, 힐튼부터 저렴한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4인 가족이 3박4일 가량 머물 경우 600∼1000유로가 필요하다. 시디 부 사이드나 튀니스 모두 국제적인 휴양지답게 치안상태가 양호해 안전한 편. 그러나 늦은 저녁시간 여자 관광객 혼자서 골목을 다니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튀니지는 3개월 동안 비자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채핀메이사 바위 아래에 건설된 클리프 팰리스 전경. 관람객들이 키바 주변에 모여 레인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메사베르데(Mesa Verde)는 스페인어로 ‘녹색의 대지’라는 뜻. 그 이름에 걸맞게 메사베르데 아메리카 원주민 유적지는 나무가 울창한 숲과 거대한 바위 사이에 터를 잡고 있다. 북아메리카 최대 원주민 유적지인 메사베르데에 인류가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약 2만년 전부터지만, 타운을 형성해 사람들이 모여 산 것은 500년 전부터다. 지금은 아메리칸 인디언의 도시보다 국립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녹색의 대지’에 정착한 원주민은 ‘아나시지’라는 이름의 부족이었다. 아나시지는 나바호 인디언 언어로 ‘노인’이란 뜻. 오랜 세월 동안 메사베르데에 터전을 잡고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영유했던 아나시지 부족은 자그마치 3500곳에 유적지를 남겼다.

    이 수많은 원주민 유적지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메사베르데를 찾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달려간다는 클리프 팰리스다. 채핀메이사 절벽과 계곡 사이에 위치한 클리프 팰리스에 입장하려면 우선 기다리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방문객이 너무 많아 개인 입장은 허가되지 않고, 대신 정해진 시간에 레인저(산림순찰대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할 수 있기 때문.

    13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클리프 팰리스는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217개의 주거용 방과 회의와 의식을 올렸던 23개의 ‘키바(제단의 일종)’로 구성되어 있다.

    클리프 팰리스는 북미대륙에 흩어져 있는 원주민 유적지 가운데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 바위틈에 건설된 클리프 팰리스 궁전은 네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흙과 물을 혼합해 햇볕에 말린 벽돌을 쌓아 만들었다.

    크기는 물론이고 모양도 각기 다른 공간으로 꾸며진 주거용 방과 키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천연열매를 이용해 원주민들이 그려놓은 작은 벽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어 선명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대륙을 빼앗기기 전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그림들이다.

    주거용 방이 사각형 구조인 반면, 의식을 행하거나 회의에 사용된 키바는 모두 원형 구조인데, 그 크기는 지름 10m가 넘는다. 메사베르데를 터전 삼아 살았던 아나시지 부족이 번영을 구가할 때는 궁전지역에만도 1200명이나 되는 인디언들이 거주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

    또한 궁전 위쪽에는 태양의 신에게 의식을 올리던 ‘선 템플’이 자리잡고 있다. 제단을 중심으로 주변에 장식된 구조물들은 원주민들이 태양에 대한 의식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웅변하고 있다.

    메사베르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유적지는 국립공원 관리소와 박물관에서 계곡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피트 하우스다. 여러 개의 주거용 건물들이 모여 있는 피트 하우스는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린 학생과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원주민 유적지를 관람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간단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피트 하우스를 찾는다. 체험을 통해 느낀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궁금한 사항을 레인저나 동행한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진지하다.

    많은 이들에게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잔인무도한 미개인’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아메리카 인디언. 그러나 이들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찾기 수만 년 전부터 광대한 영토에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었다. 현존하는 유적지는 옛날 번영을 누리던 시절에 비교하면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삶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메사베르데는 서구 중심의 세계사 뒤에 놓인 또 다른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파괴와 산업화 대신 땅과 공존하는 삶을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자취에서 ‘세상을 보는 다른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면 메사베르데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값질 것이다.

    ◆ 가는 길

    콜로라도주 남서쪽 끝에 위치한 메사베르데로 가려면 인천에서 덴버행 항공편을 이용한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타거나 자동차로 가야 한다. 여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자동차가 나을 듯.

    ◆ 볼거리

    메사베르데 지역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적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숲과 웅장한 바위 둘러싸여 있다. 인근에 그랜드 정션, 콜로라도 모뉴멘트 국립공원이 있고 사계절 휴식과 흥미로운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미국 최고의 고급 휴양지 아스펜이 자리잡고 있다. 남쪽으론 또 다른 원주민 유적지인 차코 국립공원과 산타페 등이 있다.

    ◆ 기타

    메사베르데 유적지와 국립공원 안에는 레인저들이 안내를 하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 4인 기준으로 3박4일 정도 머물면서 주변을 함께 둘러보려면 700∼1000달가 소요된다. 미국 여행은 반드시 비자가 필요하며 최소 1개월 전에 여행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밀퍼드사운드 지역에서 운행되는 유람선과 만년설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폭포

    뉴질랜드 관광의 중심도시 퀸스타운에서 좁고 가파른 언덕길과 호수를 따라 300km쯤 달리면 밀퍼드사운드(Milford Sound)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누구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만년설 봉우리와 코발트빛 바다, 울창한 숲…. ‘파라다이스’라는 단어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풍광이다. 닳고닳은 관광지보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말로만 떠들었던 ‘환경’과 ‘생태’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밀포드사운드는 말없이 증명해 준다.

    밀퍼드사운드를 관람하는 코스는 매우 다양하지만 짧은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려면 유람선 투어가 가장 좋다. 시간대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밀퍼드사운드의 경관을 감상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놀이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때가 가장 적당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시간에는 유람선 투어가 없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에 떠나는 밀퍼드사운드 투어도 좁은 한반도, 부드러운 자연에 익숙한 한국인의 눈에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다.

    수면에서 곧장 솟아 1000m를 넘기는 십여 개의 거대한 봉우리는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신비롭고 영롱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수백 미터 길이의 폭포,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는 빙하도 여지없이 딴 세상이다.

    어느 한 곳을 짚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밀퍼드사운드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장소를 하나 꼽자면, 1000m에 이르는 빙하지역에서 만년설이 녹아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연녹색 이끼로 덮인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는 그 어떤 수사를 동원해도 부족할 정도로 멋지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유람선 투어를 하다 보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동식물들의 무한한 생명력 또한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수백 미터나 되는 폭포에 매달려 있는 다양한 식물군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돌고래들이 이곳저곳으로 헤엄치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밀퍼드사운드의 자랑거리.

    뉴질랜드에는 포유동물 중 가장 큰 고래를 비롯하여 물개, 펭귄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어족이 많이 서식하지만 특히 헥터돌고래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선박을 이용한 크루즈는 물론이고 주변을 걷는 동안에도 겨우 1m 남짓한 헥터돌고래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행운이 따라 준다면 여러 마리씩 떼 지어 수면 위로 점프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반구의 겨울 시즌인 6∼9월 사이에 방문한다면 펭귄과 물개는 물론이고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밀퍼드사운드 지역에는 수백 종류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국제환경보존위원회에서 특별관리하고 있는 어종들이다.

    유람선 크루즈를 통해 빙하를 중심으로 솟아있는 웅장한 산들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드넓은 밀퍼드사운드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비경을 찾는 트레킹에 참가할 차례다. 이 트레킹에 참가해보면 밀퍼드사운드가 지상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수 있다.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밀포드사운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립공원 중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시간이 허락되면 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산장이나 로지에 투숙하면서 밤하늘을 감상하거나 조용한 숲길을 걸어 보자. 그러면 밀퍼드사운드가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생태계와 비경이 당신 앞에 차분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구 위에 인간 말고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함께하고 있는가에 대한 깨달음은 그 덤이다.

    ◆ 가는 길

    인천에서 밀퍼드사운드로 가려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까지 직항편을 이용한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퀸스타운으로 이동하거나 밀퍼드사운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퀸스 타운에서는 당일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이 있지만 가능하면 자동차를 렌트해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볼거리

    밀퍼드사운드 지역에서는 크루즈 투어와 트레킹, 항공투어가 모두 가능하다. 테 아나우 호수, 웨스트랜드 국립공원 등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둘러쌓여 있어 볼거리가 많다.

    ◆ 기타

    숙박시설로는 자연유산 지역에 위치한 로지와 주변호텔을 이용한다. 대자연을 만끽하려면 로지가 좋고 주변 도시와 마을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퀸스 타운에 머무는 것이 편리하다. 4인가족이 3박4일 체류할 경우 호텔에 따라 약 1000∼1200뉴질랜드달러가 든다. 치안 상태는 깨끗한 자연만큼이나 안전하다. 3개월 동안 체류하는 데는 비자가 필요없지만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밀퍼드사운드 지역은 남반구라서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에 떠나는 이들은 보온용 의류가 필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데즈카 오사무 만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아담한 기차역을 빠져 나와 아기자기한 건물과 조형물들 사이로 난 보행자 거리를 10분쯤 걸으면 무지개색 둥근 돔과 여러 종류의 조각들이 장식돼 있는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이 건물이 다카라즈카(寶塚) 최고의 명소인 ‘데즈카 오사무 만화 박물관’이다.

    아톰 만화 박물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 흑백TV를 통해 만화영화 아톰을 보았던 세대에게는 향수가,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이 곳에 설치돼 있는 여러 가지 신기하고 희한한 기계들에 대한 감탄이 순식간에 밀려든다.

    이 박물관을 관통하고 있는 테마는 만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가 1951년 최초로 완성한 만화 아톰을 비롯해, 그가 평생동안 창작한 오리지널 원고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그림과 모형으로 제작해 놓았기 때문에, 박물관을 한번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1928년에 태어나 1989년에 타개한 데즈카 오사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이끌어낸 장본인. 아톰뿐 아니라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등의 작품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데즈카 오사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새로운 표현 방법과 스토리를 개발해 만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이곳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많은 자료는 전시를 위해 일시에 제작한 것이 아니다. 아톰이란 로봇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수십 년에 걸쳐 소상하게 기록해놓은 것만 보아도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만화를 제작하고 자료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만화 박물관은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체험도 할 수 있다. 지하에 마련된 체험공간에서 직접 만화를 그려볼 수도 있고 만화에 나오는 기계를 마음대로 조작해 볼 수도 있다. 만화 박물관을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체험을 통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만화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박물관측의 설명이다.

    체험공간이 만화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고 만화를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위층에 자리잡고 있는 휴게소는 만화와 TV, 영화로 제작되었던 데즈카 오사무의 모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휴게소를 찾는 연령층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대다수지만 장년층도 꽤 많다.

    눈썰미 있는 관광객이라면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름아니라 연령에 따라 모이는 장소가 다르다는 사실. 어린이와 청소년층은 컴퓨터가 설치된 곳에 모여 컴퓨터를 통해 만화영화를 감상하지만, 장년층은 오리지널 만화가 전시된 곳에 모여 만화책을 찾아 읽는다.

    또한 휴게실 한 쪽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 인형을 비롯해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어 물건을 구입하려는 어린이와 어른들로 언제나 붐빈다.

    굳이 만화박물관이 아니어도 다카라즈카는 아주 오랜 전부터 휴양지로 잘 알려진 고장이다. 특히 한적하게 온천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온천여관과 저마다 독특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많이 모여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조금 부담이 되겠지만 가능하면 전통적인 온천여관에 투숙하여 일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다카라즈카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다카라즈카에 있는 여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관과는 개념이 다르다. 일본 전통여관에서는 각 지방의 특성과 함께 그 집만이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수 있는 온천욕과 ‘감동서비스’로 표현되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한적하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온천 휴양지와,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만화박물관이 같이 자리하고 있는 다카라즈카는 세대를 뛰어넘어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 적합한 여행지다.

    ◆ 가는 길

    인천에서 오사카로 이동한 다음 오사카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역까지 30분, 오사카 역에서 다카라즈카 역까지는 급행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 볼거리

    다카라즈카는 만화박물관과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작은 도시지만 테마 파크와 흥미로운 조각물이 많다. 오사카에 숙소를 정하고 도심과 오사카의 성, 박물관 등과 인근 도시인 나라와 교토 등을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다.

    ◆ 기타

    다카라즈카의 숙박시설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전통여관이나 온천여관의 경우 1인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같은 방을 사용해도 저녁 식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보통 1인 기준으로 1박2식에 1만2000∼2만엔이며 어린이는 반액. 투숙을 원하는 경우 기차역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부탁하면 가격대에 맞는 온천여관이나 호텔을 안내해 준다. 4인가족이 2박3일 정도 체류할 경우 여관은 10만∼15만엔, 호텔은 7만∼10만엔 정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명성답게 치안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일본 여행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헌터밸리 농장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즐기는 방문객

    가는 곳마다 독특한 볼거리로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지만 시드니 근교의 작은 마을 헌터밸리(Hunter Valley)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개척정신과 지혜로운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도 드물다. 오페라 하우스로 상징되는 시드니에서 서북쪽으로 2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와인랜드 헌터밸리’라는 푯말이 나타난다. 영국에서 이주한 헌터라는 농사꾼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 마을은 농부의 땀으로 일군 작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 꽤 많지만 헌터밸리만큼 독특한 마을을 찾기란 쉽지 않다. 헌터밸리가 여타 마을과 다른 점은 포도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농장마다 명예를 걸고 와인을 제조해 판매한다는 점.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농장 상표를 붙어 판매하는 만큼 와인의 질은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헌터밸리의 농장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어떤 농장은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다른 농장으로 갈 수 있는데, 농장을 둘러보다 보면 헌터밸리가 얼마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형성된 마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울창한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포도밭과 농장마다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크고 작은 저수지는 이곳을 일궈놓기까지 농부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케 한다. 헌터밸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천국이 아니라 성실한 농부들이 땀으로 일구어놓은 결과물인 것이다.

    이 곳 농장에서 주말을 보내려면 최소 3∼4주 전에 예약해야 숙박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헌터밸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와인을 구입하기 위하여 이 먼 곳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농장의 민박집이 이토록 인기를 누리는 까닭은 농부들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고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포도밭으로 나가는 주인을 따라 나서서 나무 손질을 도울 수도 있고, 커다란 와인통을 청소하는 일을 거들 수도 있다. 더욱이 포도를 수확하거나 와인을 만드는 시즌에 방문한다면 밀짚모자를 쓰고 농장에 나가 주인과 함께 포도를 수확해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헌터밸리의 70여 곳 농장이 농부의 삶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을 북쪽에 위치한 배링턴산은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웅장한 대자연과 희귀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가 자연유산지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보존가치가 뛰어난 배링턴산은 자랑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희귀한 조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배링턴산 자연유산지역에는 누구나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자연을 탐험하는 코스. 참가자들은 전문가와 함께 원시림에 들어가 야생동물을 찾아 다니는 ‘부시 트레킹’에 참가할 수도 있고, 레이디스웰 계곡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불모지를 옥토로 개척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헌터밸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개척 정신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농촌마을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직접 몸을 움직여 먹을거리를 만드는 이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줄 수 있는 매력적인 고장이다.

    ◆ 가는 길

    인천에서 시드니까지 이동한 다음 시드니에서 헌터밸리로 가야한다. 시드니에서 헌터밸리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면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시간이 없는 경우는 시드니에서 하루코스 헬리콥터 투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 볼거리

    와인 고장답게 헌터밸리 최고의 명소는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한 와인 농장이다. 인근에 있는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지역 베링턴산과 이탈리아 풍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뉴캐슬, 초기 오스트레일리아 건축물과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올드시드니타운 등도 볼만하다.

    ◆ 기타

    헌터밸리 지역에는 호텔과 농장에서 운영하는 민박(B&B)이 여러 곳 있어 평일에 방문하면 숙박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단,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사전예약이 필수. 호텔등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4인가족이 2박3일 정도 머물기 위해서는 800∼1000 오스트레일리안달러가 필요하다. 헌터밸리 지역의 농장과 베링턴산 주변을 둘러보려면 자동차 렌트가 필수. 치안은 매우 안전하며 비자는 항공권으로 대신할 수 있다. 국제운전면허증 지참 요망.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피리 부는 사나이’ 야외극을 펼치는 참가자는 모두 자원 봉사자들이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림동화 탓일까. 하멜른(Hameln)의 풍광은 시선에 잡히는 모든 것이 정겹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동화의 길’이라는 뜻을 가진 메르헨가도의 중심에 위치한 고도 하멜른은 어느 때 방문해도 좋지만 여름에 방문하는 것이 제격이다. 여름시즌에만 펼쳐지는 흥미로운 야외극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가운데 마르크스 광장에 설치된 인형시계가 정오를 알리면 주변에는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다음 순간 무대 앞에 모여 있는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고 광장에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야외극의 주인공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필두로 쥐로 분장한 청소년들과 중세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무대로 오르고 연이어 야외극이 펼쳐진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야외극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화 속 세상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야외극 공연에 참여한 80명이 모두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졌다는 점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로 분장한 주인공은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멋진 중세복장으로 야외극에 참여한 중년 아저씨는 시의회 의장, 쥐로 분장한 많은 어린이들 역시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자기 고장을 알리기 위해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무대인 작은 도시 하멜른은 마을 전체가 그대로 동화 속 공간이다. 마르크스 광장을 중심으로 신작로에 늘어선 조형물과 박물관, 레스토랑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화와 관련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방문객들의 관심을 끄는 곳은 피리 박물관. 피리 부는 사나이 조각상을 비롯해 하멜른 지방의 향토색 짙은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은 총 다섯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피리의 방’과 ‘동화의 방’이다.

    피리의 방에는 중세 이후 독일에서 제작된 아름답고 희귀한 피리를 모아 전시해 두고 있어 한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피리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동화의 방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쓰여진 600여년 전의 도시 전경을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현재의 도시 모습과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

    박물관이 문화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건너편에 위치한 라텐팽어 레스토랑은 입맛을 자극한다. ‘쥐 잡는 사나이’라는 의미의 라텐팽어 레스토랑에서는 거위 요리, 흰 소시지 요리 등 이 고장의 독특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요리는 단연 쥐꼬리 요리. 물론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는 진짜 쥐가 아니라 돼지고기이지만, 관광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 모양을 일부러 쥐꼬리처럼 만든 것이다. 하멜른 최고의 명물이라는 이 요리를 먹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도 꽤 많다.

    이외에도 스물아홉 개의 종으로 장식되어 있는 ‘결혼식의 집’과 뎀프터 하우스 등 여러 건물들은 하멜른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운 고장인지 말해주는 장소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멜른을 찾아가 보라. 어린 시절 그림 동화책에서 보았던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 가는 길

    인천에서 독일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까지 직항 편으로 이동한 다음 기차와 승용차로 갈아타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멜른까지는 하노버를 경유하는 기차로는 3시간30분, 승용차로는 3시간이 소요된다.

    ◆ 볼거리

    5월말부터 9월 중순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마르크스 광장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 야외극이 열린다. 공연은 정오에 시작해 한 시간 동안 계속되며 입장은 무료. 앞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공연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고 야외극에 앞서 음악과 전통 민속촌을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 일찍 서두르는 편이 좋다. 도심에 위치한 결혼식의 집과 뎀프터 하우스, 피리 박물관 관람은 필수코스.

    ◆ 기타

    라텐팽어 레스토랑의 경우 손님이 많기 때문에 야외극을 관람하기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하멜른은 작은 도시지만 깨끗하고 아담한 호텔이 여러 곳 있으며 4인가족이 2박3일쯤 머물려면 400∼600유로달러가 필요하다. 치안은 안전하며, 독일은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칸차나부리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콰이강의 다리

    상점과 주택이 늘어선 마을을 지나 만난 칸차나부리(Kanchanaburi) 제일의 명소 콰이강의 철교. 이제는 생사를 넘나드는 군인이 없는 탓일까, 아니면 과장된 영상미가 마음속에 너무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까. 콰이강의 풍경은 영화 장면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교각과 교각 사이에는 사각형과 반원형 철교가 놓여 있고 중간에는 안전지대가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과 노점상이 만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칸차나부리를 찾는 방문객은 세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우선은 기차를 타고 전쟁의 상흔이 깊게 배있는 콰이강의 철교를 비롯해 주변을 둘러보는 투어고, 다른 하나는 코끼리와 뗏목 등을 이용해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칸차나부리의 자연을 몸으로 체험하는 코스이며, 마지막으로 한적한 리조트에서 세상걱정을 다 떨쳐버리고 귀족처럼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른 만큼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커다란 코끼리와 뗏목을 타거나 3등열차를 타고 대자연과 순박한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관광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체험이다.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소년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의 코끼리 ‘운전자’들이 집채만한 코끼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주인으로부터 매를 맞은 코끼리가 화풀이를 하듯 긴 코를 이용하여 주인에게 물세례를 퍼붓거나 정글을 빠른 속도로 달려 주인과 손님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광경도 칸차나부리만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칸차나부리의 또 다른 체험 여행은 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콰이강의 지류를 여행하거나 모터보트를 이용해 콰이강을 따라 달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크루즈 투어. 뗏목의 경우 수량에 따라 코스가 바뀌지만 짧은 코스는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다. 사공을 포함해 10여 명씩 타고 떠나는 뗏목 투어에선 때묻지 않은 자연과 그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모터보트를 이용해 콰이강을 거슬러올라가 미얀마 국경까지 둘러보는 투어는 스릴과 긴장을 만끽할 수 있어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명의 역무원 겸 직원이 근무하는 콰이강 역에서 죽음의 계곡을 따라 달리는 기차여행은 순박한 태국인의 삶을 잠깐이나마 보고 느낄 수 있는 코스다. 등하교길 학생들은 무슨 얘깃거리가 그렇게도 많은지 참새처럼 재잘거리고,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학생을 의식해 기차에 매달린 남학생, 검표를 마치고 나서 한가롭게 과일을 깎아 먹고 있는 역무원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정겹고도 새롭다.

    속도감이라곤 몸이 흔들리는 느낌이나 숲속에 있는 전통 가옥들이 시야에서 천천히 벗어나는 것이 고작인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콰이강과 낭떠러지 사이를 달리는 죽음의 계곡 코스. 나무로 만든 교각과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아찔한 풍경은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스릴이 넘친다. 달리는 기차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철로 아래를 쳐다보면 심장이 멈춰버릴 듯하다.

    가정집 바로 앞을 지날 때도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경적을 울려대는 기차. 플랫폼도 없어 적당히 서 있으면 그대로 간이역이 되는 로컬기차 여행은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아주 이색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 가는 길

    인천에서 방콕의 돈무앙 공항까지는 매일 여러 편의 직항편이 운행되고 있다. 방콕에서 칸차나부리까지는 기차와 버스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도 비슷하나 기차 여행이 훨씬 낭만적이다.

    ◆ 볼거리

    칸차나부리 최고의 명소는 콰이강의 철교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철교 인근에는 전쟁의 상흔을 엿볼 수 있는 전쟁 박물관을 중심으로 왓 탐망콘통, 카오푼 동굴과 에라완 폭포 등이 볼만하다.

    ◆ 기타

    칸차나부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둘러보는 코끼리 투어. 뗏목을 타고 콰이강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뗏목 투어,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미얀마 국경지역까지 둘러볼 수 있는 보트투어도 스릴 있다, 단 모든 투어는 반드시 칸차나부리에 위치한 여행사를 통하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멋진 리조트에서 4인가족이 3박4일 휴식과 각종 투어에 필요한 비용은 700∼1000 US달러.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치안이 안전한 편이고, 비자는 필요 없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호수지방 여행의 거점 윈더미러 호수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백조

    런던의 유스턴역을 빠져 나온 인터시티 열차는 아름다운 코치월드와 ‘폭풍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하워즈를 뒤로하고 북쪽을 향해 쉴새 없이 달린다. 동화 ‘피터 래빗’의 무대이자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발상지 중 한곳인 호수 지방이 가까워질수록 한가한 양떼와 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집들이 자주 시야에 들어온다.

    동물의 삶을 통해 인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동화 ‘피터 래빗’의 무대로 출발하는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호수지방의 거점 도시 윈더미러를 경유하게 된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시가지를 지나 호수에 다다르면 하얀 증기선이 방문객을 맞는다.

    영국의 여류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젊은 시절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면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펼쳤던 힐탑(Hill Top)으로 향하는 아담한 선박에 오르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나온 청소년, 잔잔한 호수에 비친 작은 섬과 구름들….

    선착장엔 힐탑이라고 쓰여진 두 개의 사인 보드가 서 있어 이방인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궁금증을 해결할 심산으로 사인보드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는 길이 곱게 펼쳐진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숲과 계단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자 숲과 계단이 그려진 길로 가자고 한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윈더미러의 상점과 거리를 걷고 있는 관광객들.

    돌아올 때는 반대편 길을 선택할 심산으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양이 중천에 있는 데도 숲속 길은 어둡고 시원했다. 다람쥐와 이름 모를 새들을 벗삼아 얼마쯤 걷자 멀리 그림 같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 마을과 초원에서 한적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가 보인다. 바로 힐탑 마을이다.

    길가에 갖가지 꽃들이 피어 있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힐탑은 정말 예쁜 마을이다. 농장과 작은 찻집, 민박집을 통털어도 겨우 30∼40호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 이 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은 현재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불과 10여 평 남짓한 작업실과 허름해 보이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 생활관으로 이루어진 기념관은 예나 지금이나 남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작업실로 사용했던 공간은 이 지역의 내셔널 트러스트 협회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를 홍보하는 장소로, 생활관은 협회 회원들을 교육시키는 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부호의 외동딸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그녀가 비좁은 작업실과 그저 평범한 주택에서 살게 된 것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땅과 농장 그리고 이 지방의 전통 가옥을 매입하는 데 투자했기 때문이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유산과 자신이 저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꽤 많은 인세를 모아 인근의 농장과 가옥, 토지 등을 매입하였다. 그녀가 구입한 커다란 농장만도 열다섯 곳에 이르고 가옥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후에도 포터는 여의도 면적의 십여 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넓은 토지를 구입해 민간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하면서 원래 모습대로 보존해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녀가 기증한 농장과 전통가옥, 아름다운 숲은 힐탑과 윈더미러 지역을 오늘날 영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지로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단순히 땅과 농장을 기증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자연과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강연회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힐탑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한 작가의 아름다운 삶과 영혼이, 영국문학의 정신이 숨쉬고 있는 마을이다. 이 곳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간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풋풋한 기운이 전설처럼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19세기 영국을 그린 소설의 섬세한 감동을 기억하는 이라면 힐탑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 가는 길

    인천에서 런던까지는 직항편이 있어 편리하게 갈 수 있다. 런던이나 맨체스터에서 윈더미러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운전대와 신호시스템이 한국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인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윈더미러에서 힐탑까지는 배를 타고 15분쯤 이동한 다음 도보로 30∼40분쯤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 볼거리

    힐탑과 윈더미러에 있는 베아트릭스 포터 기념관과 박물관 관람은 필수코스. 시간이 허락되면 인근 그래스미어 마을에 윌리엄 워즈워스의 생가를 찾거나 증기유람선을 타고 호수 지방을 둘러봐도 좋다.

    ◆ 기타

    힐탑과 윈더미러의 숙박 시설은 호텔과 민박집(B&B)이 주류를 이룬다. 민박집의 경우 호텔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시골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을 맛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4인가족이 2박3일 정도 머물 경우 숙박과 식사, 유람선 투어 비용으로 400∼500파운드가 필요하다. 치안은 매우 안전하며 비자 없이도 3개월 체류는 자유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