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다시 불붙은 핵무장론

김정은版 ‘핵무기 사용 설명서’ 평화협정➞미군철수➞ 통일大戰➞北주도 통일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입력2017-08-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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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징·거부억제 배합한 核독트린 완성 단계
    • 재래식 공격에도 핵으로 보복… “서울 核불바다”
    • 미국 개입 봉쇄 목적 ‘제한적 핵전쟁’ 추구
    • 美·中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손에 쥔 ‘핵무기 사용 설명서(핵 억제 교리)’가 한반도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6차 핵실험은 북한 핵무장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핵무장을 완성한 국가가 핵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다. 핵 군사 교리는 ‘미친 자의 이론(Madman Theory)’으로 완성된다.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상대가 믿게 만드는 것이 ‘핵무기 사용 설명서’의 지침이다. 6차 핵실험 여부는 미치광이인 것처럼 행동하는 김정은-트럼프가 벌이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



    혼동과 공포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전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다.”
    8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평양은 같은 날 “탄도미사일로 미국령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맞받았다. 이틀 뒤엔 “괌 포위 사격 실행 계획을 8월 중순까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8월 10일)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 “군사 옵션 장전이 완료됐다”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그(김정은)가 괌에 무언가 한다면 누구도 보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부는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았다”는 투로 설명했으나 북한이 오히려 운전대를 잡고 미국을 움직이는 형국이다.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졌다. 코리아 패싱은 주변국이 한국을 제외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워싱턴은 평양을 압박하면서도 협상 의사를 내비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 “북한이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군사적 해법이 준비돼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협상은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미국은 북한에 외교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했다.

    “전쟁이 임박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8월 9일)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틸러슨 장관은 대화에 방점이 찍힌 4노(4NO) 원칙을 강조해왔다. 군사적 공격, 정권교체 및 붕괴, 인위적 통일 가속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이 직면한 현재의 상황은 혼동과 공포(confusion & fear)다. 북한 의도대로 북–미가 한국을 배제한 채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전쟁(Preventive war)에 나설 수도 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8월 8일 “위대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가 끝나지 않은 한 적을 위협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대응은 매케인의 지적과 달리 ‘교과서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략사령부(USSTRATCOM) 전신 전략공군사령부(SAC)가 1995년 작성해 현재는 비밀 해제된 ‘탈냉전시대 억제의 본질’을 읽어보자. 



    ‘교과서’대로 움직인 트럼프  

    “적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끔 애매모호(am–biguous)하고 흐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만 우리가 행동에 나서면 그들에게 끔찍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야 한다.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한 것은 보복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적의 감정과 이성적인 마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적이 감정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재래식 무기는 물론 특수 작전 부대,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응의 폭을 넓혀놓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는 이 같은 억제교리에 충실하다. 워싱턴은 참수작전, 예방전쟁, 선제타격을 암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전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화염’은 핵공격을 가리킨다. 올해 4월 미국이 칼빈슨 항모전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으로 옮겨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나온 뉴욕타임스(4월 28일자)의 분석이 흥미롭다.

    “트럼프가 ‘미친 자의 이론’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쟁 때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자신이 미친 것처럼 북베트남 지도자 호찌민이 확신하게 하려고 시도한 것에 감탄하는(admire)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NBC에 출연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한 말이라면서 전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개념을 이해하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하지만 미국의 핵 군사 교리 중 ‘거부 억제’에 충실한 발언이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국을 공격할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한다면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거기서(over there) 일어날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여기(over here)가 아니라 거기서 죽는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거기’는 한반도, ‘여기’는 미국이다.   


    김정은은 狂人인가

    ‘미친 자의 이론’은 상대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여기게 해 전쟁이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을 가리킨다. 미치광이(狂人)처럼 행동해 이득을 거두거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김정은의 행동 또한 ‘미친 자의 이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워싱턴은 김정은이 ‘미치광이인지, 아닌지’ 궁금해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CIA가 제시한 정황은 김정은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협상 테이블에 나올 만큼 합리적 상태로 보인다”(4월 27일 폭스뉴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8일 로이터통신이 김정은이 이성적이냐고 묻자 “이성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이성적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정은은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을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는가 하면 공포 통치에 혈안이다. 광인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김정은이 ‘전략군 미본토 타격계획’이라는 작전지도 앞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허세를 부리는 철부지 같기도, 미치광이 같기도 하다.

    장성택 숙청, 김정남 암살은 미친 짓 같아 보이나 권력 안정에 도움을 줬다. 공포 통치도 마찬가지다. 공포 통치의 힘은 다음 차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임의성과 처벌의 잔인성에서 나온다. 독재정권의 공포 통치는 단기적으로 정권을 안정시키게 마련이다. 미국 본토 타격 운운하는 북한의 수사(修辭·레토릭)는 미국이 ‘이성적이지 못한 김정은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핵 억제 교리(핵무기 사용 설명서)’는 예측 불가능성을 최대한 높여 상대가 ‘핵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는 불안을 갖게 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핵을 사용할 것이라고 상대가 믿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끊임없이 핵 공격 위협에 나서는 것도 교과서적 행동인 것이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8월 8일 “중장거리 탄도로켓 화성-12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 또한 ‘미친 자의 이론’에 부합한다. 이성적으로 보면 미국을 협박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는 “이성적인 사고를 못하는 자와 정상적인 대화가 통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친 자로 몰아세우기까지 했으나 ‘신중히 검토’라는 표현으로 퇴로를 열어뒀다.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암시를 담은 것이다.



    “서울 지키려 뉴욕 포기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1일 미국 CBS와의 대담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친다고 했으나 워싱턴포스트는 8월 8일 미국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에 탑재할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미국에 미래가 아닌 현재의 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판 ‘핵무기 사용 설명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미국이 파리를 지키고자 뉴욕을 포기할까.”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무기로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확보했을 때 프랑스가 맞닥뜨린 질문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하지 못한 프랑스는 비밀리에 진행해온 핵 개발을 가속화해 핵무장의 길로 나아갔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 소련을 향해 ‘죽으려면 다 같이 죽어야지 왜 너희들만 살아남으려 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소련이 프랑스를 공격할 때 미국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 프랑스를 지켜주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1957년 프랑스가 맞닥뜨린 질문을 2017년 한국에 적용하면 “트럼프가 서울을 지키고자 뉴욕을 포기할까’다. 전직 정보당국 고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이 착각하는 게 있다. 미국이 다 막아줄 것이라는 말은 공담(空談)일 뿐이다. 잿더미로 변한 뒤에 미국이 행동에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라.”


    ‘너 죽고, 나 죽자’ 응징 억제   

    북한 핵이 겨냥한 목표는 세 갈래다. ①한국 및 주한미군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 ②주일미군 및 괌 주둔 미군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 ③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가 그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①, ②, ③의 능력을 ‘갖춰가는’ 과정이면서 ‘갖췄음’을 시위하는 것이다. 핵실험은 탄도미사일에 실을 핵탄두를 경량화·소형화·규격화·표준화하는 과정이며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②, ③의 능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북한은 7월에만 두 차례 ICBM을 시험발사했다. ICBM의 완성은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요소)로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상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ICBM이 그간 한국, 일본에 미국이 제공해온 ‘핵확장억제력’의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은 지금도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으나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기초로 한 핵확장억제력의 우산 아래에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평양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워싱턴이 보복을 주저할 까닭이 없다.

    핵 보유국의 ‘핵무기 사용 설명서’는 크게 ‘응징 억제’와 ‘거부 억제’로 나뉜다. 응징 억제는 공격을 받을 시 보복에 나서 상대에게 압도적 피해를 주는 게 골자다. 북한에 적용하면 미국이 핵 시설을 타격하거나 참수 작전에 나서면 전략 핵무기로 미국에 응징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를 공격하면 너도 죽는다’는 개념이다.

    냉전 시기 프랑스는 “소련군이 우리를 공격하면 모스크바를 핵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소련군이 재래식 무기로 프랑스를 공격할 시에도 핵을 사용해 보복하겠다는 응징 억제를 핵 군사 교리로 삼은 것이다.

    중국은 프랑스와 달리 적국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할 경우에만 핵을 사용한다는 응징 억제 교리를 가졌다.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 프랑스와 유사하게 상대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 핵을 사용한 비대칭 응징 보복을 암시하는 방식의 핵 군사 교리를 운영해왔다.

    북한이 2016년 9월 9일 5차 핵실험에 성공한 후 ICBM,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연거푸 성공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 설명서는 이전보다 정교해졌다.

    북한의 핵 군사 교리는 이전까지는 응징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 29일 전략로켓군 화력타격임무 작전회의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의 지도에는 하와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워싱턴의 4개 지점을 목표물로 설정했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2013년 2월 유튜브를 통해 뉴욕이 불타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냉전 때 프랑스와 核억제교리 유사”

    ‘너 죽고 나 죽자’식 응징 억제의 타격 대상은 대도시나 산업시설인 반면 거부 억제는 제한적 핵전쟁을 전제로 한다. 핵 공격 대상도 상대의 군대와 군사시설로 축소한다. 

    거부 억제는 ‘너희가 공격해봐야 우리가 입는 피해는 별로 없다’고 과시한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거기서(over there) 일어날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여기(over here)가 아니라 거기서 죽는다”는 트럼프의 언급이 이 같은 맥락이다.

    북한 ICBM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만큼의 신뢰성을 갖지 못한 상황이라면 워싱턴은 언제든 전술 핵무기로 북한 지역의 군사 목표를 타격해 초토화할 수 있으나 문제는 한국이라는 인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을 시 한국을 응징한다는 군사 교리를 가졌다. 서울을 인질로 삼아 워싱턴의 거부 억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서울이 핵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협박할 때마다 나오는 ‘서울 불바다’ 발언이 이런 맥락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면 서울은 핵(核)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2013년 제정한 ‘핵보유국법’ 2조는 ‘핵무장력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응징 억제를 명문화한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핵 위협과 공갈을 지속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래식 공격을 받더라도 대규모 핵 공격으로 응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북한판 ‘핵무기 사용 설명서’는 냉전 시기 프랑스와 거의 유사하다. 핵 보유국들은 응징 억제로 시작해 거부 억제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핵 군사 교리를 정교화했다. 전략핵을 사용한 응징 보복을 뒷배로 둔 상태에서 전술핵을 이용한 ‘제한 핵전쟁’을 설계한 것이다.


    응징 억제, 거부 억제의 결합

    북한의 행보도 응징 억제→거부 억제로 나아간 앞선 핵 보유국과 비슷하다. 북한은 2016년 3월, 7월 스커드와 노동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지도는 부산과 포항을 공격 목표로 가리킨다. 한반도 남부의 항구는 유사시 미군이 증원되는 통로다. 북한 당국도 미사일 시험발사가 “해외 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 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해 실시됐다”고 밝혔다.

    올해 3월 6일 시험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 4기는 일본 이와쿠니의 미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다. 이와쿠니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F-35가 배치되는 등 북한과 중국을 노려보는 요새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7일 “유사시 일본 주둔 미제침략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5월 29일 실험발사한 대함탄도미사일(ASBM)은 정밀조종유도체계를 이용해 미군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게 목표다.
    한국 남부 항만과 주일미군, 미군 항공모함을 핵으로 타격하는 것은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을 핵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거부 억제에 따른 것이다. 괌의 앤더슨 기지는 유사시 북한을 타격할 폭격기가 주둔한 곳이다. 괌 포위 사격도 거부 억제 수단인 것이다.

    요컨대 북한은 응징 억제와 거부 억제를 배합한 그 나름의 ‘핵무기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놓았다. 핵 무장의 모든 단계를 돌파했다고 주장하나 최소한의 억제 능력을 갖춰가는 단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면 미국이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군사적 수단을 이용해 북한의 핵 능력 완성을 막거나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체제를 보장하는 선에서 핵·미사일을 동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미국 본토를 상대로 한 응징 억제 능력을 갖추기 전 북한 핵·미사일이 동결될 경우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게 자명하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의 위상이 애매해진다. 김정은의 통일대전은 미군의 증원을 막고 재래 전력을 활용해 한국을 강점하는 게 골자로 미국과 일본이 개입을 시도하면 핵으로 타격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거부 억제 능력을 활용해 재래식 전쟁이나 제한적 핵전쟁으로 북한 주도의 통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진핑-트럼프가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1905년 7월 일본 총리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고 합의한 게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해양 세력은 대륙의 거점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후퇴한다.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일본 열도로 후퇴해 미일동맹만 지키면 된다. 원래 대륙 세력의 땅이니 대륙 세력에 되돌려주는 것이다. 대신 베이징은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손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아닌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 국면에서 계륵처럼 인식될 경우 미국이 한반도의 휴전선에서 일본 서해안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 72주년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순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평화를 강조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선언(declaration)으로서 의미는 있으나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전쟁은 안 된다는 당위(當爲)를 넘어 대통령으로서 구체적 처방(prescription)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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