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 2022.23으로 시작한 지수는 어느덧 2500을 넘보고 있다. 상승률이 20%가 넘는데,
-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왜 개미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중요한 사실은 변동률이 이렇게 작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장을 떠나갔다는 점이다. 하락 증시가 아닌 박스권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가는 6년의 박스권 기간에 지속적 매수에 나섰다. 그 이유를 분석하기에 앞서 지난 6년간 개인투자자의 투자 패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코스피를 외면한 개미들
박스권 시작의 기준은 2011년 9월로 설정하고 마감을 2016년 12월 31일로 정해보았다. 시작점을 2011년 9월로 설정한 것은 그 이전 상승을 거듭하던 증시가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간 지수 하락률이 2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코스피는 회복 기미 없는 미국 금융위기와 신종 악재인 유럽 재정위기 등 남의 집 걱정거리에 항상 발목을 잡혔다.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오지랖 넓은 증시가 된 셈이었다. 그 후 코스피는 미국과 유럽 증시가 회복 할 때도 맥을 못 추며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증시, 상승 폭이 가장 작은 증시 중 하나가 됐다. 그 시작점이 2011년 9월이다.2011년 9월 1일에서 2016년 12월 31일까지의 수급 상황을 분석해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8조 원어치를 매수했고 기관투자가는 11조 원어치를 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39조 원어치를 매도했다. 6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 박스권에서 39조 원의 자금을 매수할 수 있도록 물량을 넘겨준 것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더 안타까운 사실이 드러난다. 매도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39조 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의 자금 중 투자신탁의 자금이 22조 매도됐기 때문이다. 투자신탁의 자금 출처는 개인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투자신탁은 투자자가 펀드 환매를 요청하면 주식을 매도해 돈을 돌려준다. 투자신탁의 매도는 기관투자가의 매도로 집계되지만 결국은 개인투자자의 매도인 것이다. 따라서 지난 6년간의 박스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자금은 직접투자자금 39조 원, 간접투자자금 22조 원을 합쳐 총 61조 원이 코스피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6년 동안 상승도 하락도 하지 않고 유지된 박스권이 매수의 적기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개인투자자들은 몰랐다. 이것이 6년 박스권을 거쳐 나타난 2017년 상승장을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누리고 개인투자자들은 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 외면 현상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매수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매도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외면이라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 외면 현상을 지난 6년 동안의 코스닥에서도 볼 수 있다. 박스권 기간에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선 떠났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무려 9조8000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28조 원을 매수한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는 2조3000억 원을 매수했을 뿐이었고, 코스피 시장에서 11조 원을 매수한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에서는 4조8000억 원을 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에겐 그냥 그런 시장에 불과했고 기관투자가에겐 매도 대응이 필요한 시장이었으며 개인투자자에겐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었다.밸류에이션 투자의 기본인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찾아보자. 2011년에서 2016년까지 코스피의 평균 PER과 PBR은 각각 13.84와 1.14이고, 코스닥의 평균 PER과 PBR은 각각 35.91과 1.71이다. 주식 가치에 대해 공부할 때 거의 첫 부분에 하게 되는 게 PER과 PBR이다. 이를 모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혹 모를 독자를 위해 아주 짧게 설명하면, PER은 주가수익(순이익) 비율이라고 하며 해당 종목의 실적이 주가에 대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낮을수록 좋다고 한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하며 해당 종목의 순자산이 주가에 대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역시 낮을수록 좋다고 한다.
필자가 그동안 만나본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PER과 PBR의 개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산의 PER이 얼마인지 PBR이 얼마인지 알려 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이 밸류에이션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철저하게 무시했기에 아주 비싼 코스닥을 매수했고 아주 저렴한 코스피를 매도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2017년 상승장인 현재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각 투자 주체의 2017년 매매 패턴은 지난 6년의 박스권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8조7000억 원 매수, 코스닥 1조2000억 원 매수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4조9000억 원 매도, 코스닥 2조6000억 원 매수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 6조4000억 원 매도, 코스닥 2조7000억 원 매도를 보이고 있다.
PER과 PBR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가 과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해보면, 6조4000억 원의 매도 중에 개인자금 성향이 짙은 투자신탁의 매도가 3조7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기에 기관투자가의 매도가 시장에 대한 매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 시점(2017년 7월)의 코스피 PER과 PBR은 각각 14.56, 1.15이며 코스닥의 PER과 PBR은 각각 31.90, 2.0이다. 최근에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코스피 시장은 코스닥 시장 대비 저렴하다.그리고 지난 6년의 평균 PER, PBR을 통해 코스피를 분석해 보자. 지수가 올해 20% 상승했지만 PER과 PBR은 지난 6년의 평균치에 비해 PER 5% 상승, PBR은 1%의 상승률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가격은 상승했지만 코스피의 이익 성장 규모가 더 많이 상승했다는 이야기고 자산가치 역시 마찬가지란 의미다. 코스피가 상승해서 비싸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익 규모와 자산가치 대비 각각 5%, 1%도 상승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상승했으니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여전히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고평가돼 있다. 덧붙여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평가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을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끼며 매수하고 있다.
개인이 밸류에이션에 대해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가 어렵다는 선입관으로 접근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선입관은 말 그대로 선입관일 뿐이다. 사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어려워하지만 부동산 투자할 때는 본능적으로 PER과 PBR을 계산해낸다.
2017년 7월의 코스피와 코스닥의 지수를 수익형 부동산 오피스텔로 빗대어 이야기해보겠다. 현재 24억 원의 코스피 오피스텔과 6억5000만 원의 코스닥 오피스텔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24억 원의 코스피 오피스텔의 연 임대료는 1억6000만 원이고, 6억5000만 원의 코스닥 오피스텔의 연 임대료는 2000만 원이다. 어떤 오피스텔이 합리적인 투자처인가. 24억 원짜리 코스피 오피스텔에 속해 있는 자산가치가 20억 원이고, 6억5000만 원짜리 코스닥 오피스텔은 자산가치가 3억2500만 원이다. 어디가 합리적인 투자처인가? 여기에 답하지 못할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변동성 선호 현상
밸류에이션에 대한 외면 현상이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의 변동성 선호 성향이다. 대형주보다는 소형주가 변동성이 크다. 그렇다보니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대형주를 외면하고 소형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주를 이룬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높은 변동성이란 상승할 때 강하게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하락할 때는 상승한 만큼 강하게 하락한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지만 단기간에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기도 쉬운 구조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소형주 선호 현상은 놀라울 정도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올해 2조6000억 원을 매수하고 있다고 앞서 언급했다. 그런데 코스닥 내에서 대형주로 분류되는 기업군은 2600억 원의 매도를, 소형주로 분류되는 기업군에서는 1조1000억 원을 매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도 똑같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형주 업종에서는 매수를 보이고 있다. 소형주는 높은 변동성과 함께 높은 부실 기업 보유율을 가지고 있다. 혹 매수한 종목이 상장폐지라도 당한다면 내 자산은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형주가 변동성이 낮아서 큰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형주인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올해 최고상승률 42%였다. 절대 낮은 변동성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때 투자자들은 시공업체가 대형업체인지 아닌지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중소형 업체인 경우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부도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부동산과는 완전히 반대로 투자한다. 어쩌면 주식시장에 머무르는 개인투자자들은 부동산과 같은 형태의 투자만 하더라도 수익이 따라올 지도 모른다.
투자 정보의 보고 HTS/MTS
투자자가 거래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저렴한 수수료도 분명히 중요한 요소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나에게 쓸만한 투자 정보를 주느냐, 그 회사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느냐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부동산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부동산 중개업체의 수수료가 얼마인지가 아니라 그 중개사가 나의 조건에 부합하는 물건을 가져오는지와 그 물건의 권리분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닐까? 개인투자자 대다수는 증권사를 선택하는 방법조차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고 있다.
증권사의 투자 정보는 보통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다 모이게 된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 오직 주식을 거래하는 단순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정보를 찾는 방법을 모른다.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HTS/MTS는 단순한 거래 시스템이 아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는 보고(寶庫)임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가 고객 대상 주식 설명회를 진행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저는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강사님께서 사용하시는 자료는 어떤 곳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필자의 설명회 자료는 대부분 증권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HTS/MTS에 있다.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최근에는 HTS/MTS로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HTS/MTS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잘 해석해도 투자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대부분 알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증시 전망이라는 주제로 설명회 이름을 정하면 참여하는 투자자가 참 많다. 그런데 HTS 활용을 메인으로 설명회명을 정하면 참여하는 투자자가 별로 없다.
기본 중 기본
HTS/MTS 화면 조회현황을 살펴보면 조회 상위권은 주문이다. 잘못되어도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성공하는 투자자가 많기 위해서는 주문 화면이 아니라 종목과 시장을 분석하는 화면이 상위권을 차지해야 한다. 한 종목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10종목 이상을 분석해보고 골라야 한다. 분석이 많아지는 투자 환경이라면 주문 창은 절대 조회 상위권을 차지할 수 없다. 결국 HTS와 MTS는 현재로선 투자자에게 주문을 위한 도구이지 분석을 위한 도구는 아닌 것이다.분석 자체를 하지 않다 보니 결국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이는 손해로 연결되기 마련인데, 현실은 추천인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 이런 얘기는 이미 TV예능에서 웃음거리 소재로 많이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결국 투자 판단을 내린 것은 매수자 본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의 소중한 돈을 남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하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부동산 투자를 그리하는가? 주식시장에서는 이같이 어이없는 일이 다반사다.
다른 이의 추천을 받았어도 본인이 직접 분석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투자의 원칙이 아니라 기본 중 기본이다. 지금 독자가 보고 있는 이 글도 HTS 화면 단 3개를 참조해 쓴 것이다. 그 3개의 화면은 코스닥보다는 코스피가, 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기본적인 분석이다. 일단 HTS/MTS 각각의 화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공부해보길 권유한다. 돈 드는 것이 아니다. 부디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기본을 챙겨 외국인 투자자에게 피 같은 자산을 헌납하지 않는 시기가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