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훈계조인 너의 키스
나는 입술로 듣고 혀로 이해할 뿐
당신은 후회가 너무 많군요
그것은 내 탓이 아니다
늙어가는 눈동자 너머에 사는
늙지 않는 선수 탓이다
도무지 포수를 믿지 않는 투수처럼
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너와 나 사이에 파탄이 파다해진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가, 그러나
오늘은 오늘의 야구에만 몰두하자
사구(死球)로 진루하는 타자는
아프면서 기쁜 표정
외야 잔디에 어리둥절한 새들도
날아오를 때는 여왕의 자태
우천으로 순연된 경기처럼
이별의 순서는 기약이 없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조각난 하늘 아래
우리는 서로를 꼭 끌어안는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덜 젖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점점 나쁜 향기가 되어간다
빗물에 젖은 우리의 발은
빗물에 젖은 베이스처럼 폭신해져가고
오늘의 야구는 오늘로 끝나버리고
심보선
● 1970년 서울 출생
●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 ‘오늘은 잘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