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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출입기자가 본 ‘문재인 청와대’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hyun0325_@naver.com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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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보’의 홍수
  • ● ‘알맹이’의 빈곤
  • ● ‘자율 취재’ 극도로 제한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이 있는데도 참모진과 소통하기 위해 집무실을 여민관(비서동)으로 옮긴 것은 파격적이다. 단순히 장소 하나 옮긴 데서 끝난 게 아니라 파생되는 효과가 큰 것 같다. 저 위에 있던 사람이 땅으로 내려온 느낌이 든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전 정부의 청와대와 달라진 점으로 ‘소통’을 꼽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많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시민들과 휴대전화 ‘셀카’를 자주 찍는다. 사인을 받으려는 초등학생이 가방에서 종이를 꺼낼 때까지 무릎을 굽히고 앉아 기다려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아버지를 잃은 여성이 눈물의 편지를 읽고 돌아서자 예고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해준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그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확실히 각인되고 있다. 이전 보수 정권 9년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불통’인 데 따른 반작용으로 비친다.

직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선 지시하는 대통령과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는 수석·장관의 모습이 주로 전파를 탔다. 청와대 참모진과 격의 없이 티타임을 갖고 토론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이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대선 때의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소통’에 최우선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입장해도 사담 나눠

우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다수를 50대로 배치했다. ‘70대 전성시대’로 불린 이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비해 훨씬 젊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비서실장에 51세인 임종석 실장을 발탁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기춘(78), 이병기(70), 이원종(74), 한광옥(74) 비서실장에 비하면 20년 이상 나이를 낮춘 것이다. 전병헌(59) 정무수석, 조국(52) 민정수석, 홍장표(57) 경제수석, 하승창(56) 사회혁신수석, 김수현(55) 사회수석, 윤영찬(53) 국민소통수석도 50대다. 수석비서관들이 주로 50대다 보니 그 이하 비서관 및 행정관 자리엔 30~40대가 배치됐다. 우리 사회의 허리인 30~50대로 청와대 참모진을 구성한 것 자체가 ‘소통’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관계에서도 ‘탈(脫)권위’가 드러난다. 출입기자들은 돌아가면서 청와대 내부 회의에 들어가는데, 회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은 문 대통령이 입장해도 참모들이 도열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대개 회의 시작 직전에 회의장에 들어온다. 먼저 와 있는 수석비서관, 보좌관, 비서관들은 눈인사나 가벼운 목례 정도로 그를 맞이한다. 문 대통령은 가끔 손수 커피를 따라 손에 든 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참모진에게 다가가 대화에 끼어든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는 방식과 분위기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회의와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테이블 위에 필기구와 수첩이 세팅돼 있었다고 한다. 수석비서관들의 좌석도 서열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 수석비서관들은 준비된 ‘대통령 말씀자료’를 수첩에 받아 적느라 바빴다. 토론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적는 사람만 살 수 있다’는 ‘적자생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회의 발언을 미리 정해 지시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맞짱 뜨고 반론 제기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필기구나 메모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 좌석도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외엔 사실상 온 순서대로 자유롭게 앉는다. 문 대통령이 ‘토론이 있는 회의’를 지향하는 만큼 회의는 계급에 구애하지 않고, 받아쓰지 않고, 미리 결론 내지 않는 ‘3무(無) 회의’로 진행된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회의에서 대통령과 맞짱을 뜰 수도 있고 대통령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건 아닙니다’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는 이야기한다. (문 대통령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게 아니고 이런 것 아닙니까’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저희가 수용할 부분이 있다면 수용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저희가) 맞다고 생각하면 바로 수용한다.”

문 대통령은 5월 25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파격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여민관에서 주로 집무를 본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민관으로 옮기면서 권위를 벗어던진 것 같다. 본관은 여민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 될 정도의 거리라 대통령이 거기에 있었으면 멀다고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참모진 간 거리는 좁혀졌고, ‘소통’은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있다고 참모진은 입을 모으고 있다.

수석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도 상황이 변경되면 즉각 찾아가 대통령의 결심과 지침을 수월하게 다시 받는다. 그만큼 업무가 빨라졌고 정확해졌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본관 집무실에도 나오지 않고 관저에 자주 머물렀다. 참모진과의 대면보고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안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세월호 7시간’ 사태를 초래해 국민 여론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이런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런 변화는 대통령 비서(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를 지낸 문 대통령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참모진은 종종 당혹스러운 상황을 접하기도 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얼마 전 참모진끼리 회의를 하는 도중에 문 대통령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참석자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통령이 모 수석 방에 전화를 걸어 찾았는데 자리에 없자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어 거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는 해당 수석에게 얘기하고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행정관들이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고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인사(人事) 문제의 경우, 문 대통령과 참모진은 수직적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도 비친다.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박기영 씨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걸러지지 않고 진행됐다. 대통령이 자기 의중을 전하자 참모들이 감히 딴소리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청와대에서도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해 참모들이 이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언론 간의 소통은 외형상 이전 정부 시절보다 좋아진 것으로 출입기자들에 의해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6차례 기자들과 접촉했다. 그는 취임 당일인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같은 달 19일에도 춘추관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 사실을 직접 전했다. 이어 즉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취임 후 첫 주말이던 5월 13일 대선 당시 ‘마크맨’이었던 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6월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가던 전용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에 대한 각오 등을 밝혔다. 취임 100일인 8월 17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북핵, 복지, 부동산, 초고소득 증세 등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를 담당한 한 기자는 “당시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직위에 있는 인사와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언론과의 접촉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안보분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두 차례 백그라운드 브리핑(background briefing·배경설명)을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해외 출국 때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청와대 관련 보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차이가 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홍보수석이 언론사의 사장이나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청와대 관련 보도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다. 이로 인해 ‘보도 지침’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취재 정보 및 기회의 제공에서도 피아(彼我)를 구분해 언론사 간에 차별을 뒀다고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진보 성향 일간지의 청와대 출입 기자가 사석에서 ‘기자생활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 비판 기사를 많이 쓰자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제당하니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다른 기자들에게 취재해 어떤 모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녔다고도 한다.”



취재 기회 평등하게 제공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아직 초기지만 언론사의 논조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한다. 현재 청와대는 신규 매체 등록을 받아 출입 언론사를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 내에 있는 언론사 부스가 부족하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선 평상시 닫아놓고 있던 2층 기자회견장을 열어 부스가 없는 언론사의 출입기자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정규 출입기자 전체가 등록돼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국민소통수석실 관계자들과 기자들 간 소통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점도 평등한 취재 기회 제공의 연장선으로 비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권혁기 춘추관장 등 공보 라인이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취재 및 보도와 관련된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린다. 박 대변인은 어떤 사실관계를 잘못 확인해줬다가 통화한 기자들에게 일일이 다시 전화를 걸어 정정해주기도 했다.



홍보성 내용 일방 전달

그러나 청와대와 언론 간 관계와 관련해, 보완해야 할 점도 거론된다. 브리핑과 발표가 쉼 없이 이뤄지다 보니 일각에선 ‘소통 과잉’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합일간지나 방송사는 지면이나 방송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청와대는 각종 현안에 대한 발표를 한꺼번에 쏟아내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를 뉴스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춘추관과 뉴미디어 간 조율이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다. 뉴스거리 제공 시점에 관한 기자들의 문제제기로 자료 제공이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청와대의 브리핑이나 발표가 조간신문의 기사 마감 시간인 오후 4시께에 이뤄지면서 해당 기자들이 마감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몇몇 조간신문 기자들은 박수현 대변인에게 ‘4시의 남자’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홍보의 홍수’와 관련해, 보도 자료를 너무 많이 쏟아내는 것은 아예 안 내는 것보다는 덜 심각한 문제인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언론 홍보에 있어, 진짜 심각한 일은 청와대의 일방적 내용만 담은 자료 제공에 벌써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청와대의 사정이 있겠지만, 주요 수석들에 대한 기자들의 개별 전화 취재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이 홍보라인을 통해 나오는 자료나 발표, 핵심 관계자들의 수박 겉핥기식 배경 설명만 보도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한 방송사의 청와대 출입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언론과의 스킨십에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발표하거나 이야기하는 대로 보도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뼈아프게 여길 만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전화번호는 땄지만…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당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줄여서 관행적으로 ‘백브리핑’ 또는 ‘백블’이라 칭함)을 진행했다. 그러나 알맹이가 거의 없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이런 내용 없는 백블을 할 거면 왜 왔느냐?”라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문제 제기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기자들이 수석과 비서관들의 전화번호 제공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비서관급 이상에 대해선 전화번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전화번호는 땄지만 여전히 비서관급 이상 인사들과 통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 기자의 전언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악관도 기자들의 개별 취재엔 잘 응해주지 않는다. 새 정부의 청와대는 언론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 서로간의 규칙이 형성되면 언론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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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hyun0325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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