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윤석열-문무일-조국 ‘검찰 삼국지’

“검찰에 ‘두 명의 총장’ 있다”

  • 배석준|동아일보 기자 eulius@donga.com

    입력2017-08-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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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세지고, 문무일 약해”
    • “누가 총장인지 모르겠다”
    • 윤-청와대 긴밀한 관계?
    • 검찰독립성 또 논란 조짐
    최근 검찰의 고위간부 및 차장·부장검사에 해당하는 고검 검사급 인사가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상 검찰 출신이 앉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비(非)사법고시 출신인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좌천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이후 광주일고를 나온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검찰총장에 앉혔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사를 먼저 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하는 게 관례. 이러한 관례를 깬 이 세 명의 인사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권과 법조계 내부에선 문무일-윤석열-조국으로 이어지는 ‘검찰 삼국지’의 파워게임 양상에 주목한다.

    몇몇 인사는 “윤 지검장이 청와대와 직접 인사와 수사 등을 조율할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청와대의 검찰관련 업무는 조국 민정수석이 주로 맡는다.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건(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된 사건) 재판에서 상당부분 유죄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일한 윤 지검장에게 자연스럽게 검찰 내 힘의 균형추가 옮겨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대윤(大尹)과 소윤(小尹)”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지다시피 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해체됐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선 검찰청의 자체 수사는 상당히 위축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여야 정치권-공공기관-대기업 등 소위 ‘센 곳’을 다룰 수 있는 ‘검찰의 핵’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인사가 특히 중요한 이유다.



    법무부는 차장·부장검사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 검사 538명과 일반검사 3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8월 17일자로 단행했다. 7월 27일 문 정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이은 두 번째 검찰 인사다. 중간간부 인사는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정기 인사는 매년 1월 이뤄지지만,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여파로 반년 넘게 인사가 미뤄졌다.

    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진용의 첫 단추는 윤 지검장과 의형제로 통하는 윤대진 1차장검사 보임으로 채워졌다. 전임자보다 4기수 아래인 윤 1차장검사 원 포인트 인사가 앞서 단행된 것이다. 윤 차장검사는 윤 지검장과 성이 같은 데다 수사 스타일도 비슷해 검찰 내부에선 체구가 큰 윤 지검장을 “대윤(大尹)”으로, 윤 차장검사를 “소윤(小尹)”으로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은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1, 2, 3 차장 모두…

    대공 선거 등 주요 공안 수사를 맡는 2차장검사에는 박찬호 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 권력형 비리 등 특별수사를 이끄는 3차장검사엔 한동훈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각각 보임됐다. 한 3차장검사는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5기수가 낮다. 박 2차장검사와 한 3차장검사도 윤 지검장과 과거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고 평소 친한 것으로 알려진다. 3차장 휘하의 특수1부장에는 신자용 중앙지검 형사4부장이 임명됐다. 신 부장검사도 한 3차장검사와 함께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윤 지검장과 최근까지 호흡을 맞췄다. 이렇게 ‘윤석열 사단’의 얼개가 꾸려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문무일 검찰총장의 대검찰청의 경우, ‘중수부의 부활’로 평가받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기능과 규모가 축소됐다. 검사장급이던 단장의 직급을 낮춰 이두봉 성남지청 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팀장에는 손영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임명됐다. 문 총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수단은 규모를 대폭 축소해 유지는 하되 가급적 발동되는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특별수사의 총량을 줄이는 일환이고 과거 중수부 폐지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 보면, 문 총장 직속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축소 개편은 문 총장의 영향력 축소 및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상대적 위상 강화로도 읽힌다. 문 총장이 리빌딩(조직 재편성) 계획을 밝힌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는 권순범 대검 형사정책단장이 보임됐다.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온 예세민 대전지검 형사2부장은 문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신상팀장을 맡았다.



    ‘문무일 직속부서’ 축소

    이들은 범죄정보(범정)를 수집해 수사 첩보로 사용하는 현재의 방식을 재설정하는 등 범정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문 총장은 “검찰은 정보기관이 아닌데 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될까 의문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의 힘은 ‘정보력’에서도 나온다. 대검 범정의 기능 조정이 검찰총장의 약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한 검찰 인사가 끝나자마자 검찰에선 “두 명의 총장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윤 지검장의 실질적 힘은 세지고 문 총장의 실질적 힘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탄생의 토대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최종적인 유죄 판단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윤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인사는 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임명을 발표하면서 “최순실 사태의 공소 유지를 위한 승진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문이 실제가 돼”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2차장과 3차장 인사와 관련해 한 달 전부터 돌던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실제가 됐다. 윤 지검장과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말했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 또 다른 총장’으로 불린다. 또 다른 검사는 “이번 인사는 윤 지검장이 다 한 것 같다”며 “누가 총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가 단행되자 일선 검사들은 문 총장의 검찰 장악력을 크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문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실질적 위상을 확보하고 검찰 구성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 등 정부 정책이 본격화 되는 순간일지 모른다고 한다. 고위공직자 전속 수사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총장은 외풍으로부터 검사들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때 문 총장의 진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검은 공수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만든 바 있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통해 “공수처 신설은 검찰개혁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공정성인데 공수처도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같은 논리를 준비했다. 이런 검찰 내부 분위기를 문 총장이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를 많은 검사가 지켜보고 있다.



    “조국, 여론과 핀셋 인사로 통제”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검찰을 강력하게 통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 수석이 국민여론과 핀셋 인사를 통해 검찰 전반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당초 일각에서는 검찰 실무 경험이 없는 조 수석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검찰 조직의 구성 원리나 돌아가는 모양을 모르면 검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 수석과 함께 일하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조 수석이 민정수석실 내부에 있는 공안 검사 출신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등을 조율하면서 여러 현안에 대해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 수석은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지 않으며, 직접 책임지고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인력을 전면 교체한 것도 민정수석의 뜻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된 범정 관계자 등을 한꺼번에 솎아낸 조치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조국의 청와대 민정이 윤석열 지검장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통해 국정농단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 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다른 법조계 인사는 “청와대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하면서 ‘반대 정파를 벌주는 사건(최순실 사태 사건)’의 공소 유지를 인사 배경으로 대놓고 천명하고 있다. 검찰의 중립성에 관한 논란이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발생할 조짐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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