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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핵무장론

점차 힘 얻는 독자 핵무장론과 그 대안

자체 핵무장이냐 전술핵 재배치냐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점차 힘 얻는 독자 핵무장론과 그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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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핵무장론

점차 힘 얻는 독자 핵무장론과 그 대안

1971년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환초섬 무루로아에서 이뤄진 프랑스의 핵실험. [프랑스 국방부 제공]

일본의 경우는 플루토늄 추출과 고폭장치 개발까지 마친 상황이라서 “이 과정이 3일 안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에서 터뜨렸다는 수소폭탄(정확히는 증폭핵분열탄)의 경우 한국이 더 빨리 성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1kg가량의 3중수소가 필요한데 북한은 이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의 경우엔 월성원자로를 통해 이미 1t에 가까운 3중수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6년 4차 핵실험 직후 핵무장론을 가장 먼저 펼친 사람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이다. 그는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인정하고 북핵 위협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북핵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한국의 핵무장뿐이라고 밝혔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26년간 한국에서 금기시됐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의미하고 이는 미국과 동맹 파기 및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또 다른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한국의 핵 개발은 북핵이란 긴박한 위협에 대한 방어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양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이 경우 3개월 전 통고만으로 탈퇴가 가능하게 했다. 이 조항에 의거해 탈퇴할 경우 국제사회의 양해를 얻을 수 있으며 설사 제재가 결정되더라도 수위가 높거나 기간이 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미국의 경제제재 기간이 3년에 불과했으며 2005년에는 인도와 핵 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이를 승인해준 사례도 들었다.

그는 특히 한국의 핵무장이 ‘고비용 저효용의 국방정책’을 종식하고 ‘저비용 고효용의 국방정책’으로 전환을 가져오게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무기 구입 예산이 2014년 기준으로 9조 원이나 됐는데 핵 개발은 1년 6개월간 1조 원의 예산으로 가능하다.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해외 무기 구입비용이 현저하게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기구입뿐 아니라 60만 수준의 한국군 병력 감축도 가능해져 4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절감해 복지와 교육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의 핵무장론은 ‘조건부 핵무장론’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제조건 아래 핵무장 추진이다. 이는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 주변 4강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온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동시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소모적인 신경전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핵 위기가 불가역적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판단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는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핵무장을 강행할 경우 6·25전쟁 이후 한국 안보정책의 핵이었던 한미동맹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우려하며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학자들도 있다. 통일연구원장 출신의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와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이 대표적이다.



핵무장 잠재력 키워야

두 사람은 모두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비판적이었다. 김태우 교수는 1990년부터 국제규범상 허용되는 범위 내의 핵무장 잠재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평화적 핵주권론’을 펼쳤다. 핵무장은 하지 않더라도 NPT가 금하지 않는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 기술까지 확보해 한국 원자력산업의 선진화도 기하면서 원자탄의 원료가 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239)을 생산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991년 초 노태우 정부는 농축·재처리 포기정책을 내놓았고 그해 11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의 비확산전략에 일방적으로 끌려가 스스로 핵주권을 포기하고 한반도를 ‘핵 진공 상태’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 의지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전성훈 연구원은 이로써 초래된 현재의 상황을 ‘북한에 의한 핵 독점(Nuclear Monopoly)시대’라고 규정했다.

김태우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곧바로 자체 핵무장에 돌입할 경우 “한미동맹의 와해, 국제제재,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 세 가지 모두를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의 취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동맹국의 핵 확산에 반대하는 반확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일본 등 다른 동맹국의 핵무장을 막기 어려워진다는 전략적 딜레마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미동맹이 소멸되고 국제제재가 가해지면 한국은 이중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없이 북한을 맞상대해야 하는 데다 한미동맹에 기초해 번영을 누리던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사실상 한·중·일 삼각동맹과 북·중·러 삼각동맹이 맞서고 있는 형국에서 북한보다 월등한 핵전력을 갖출 수 있는 한국의 핵무장을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용인할 것인지라는 문제 제기도 더해진다. “중국도 북핵을 못마땅하고 불편해한다는 시각은 진실의 일면만 본 것입니다. 은연중에 북핵을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중국이 자신들의 턱밑에 핵미사일을 갖다 대는 한국의 핵무장을 묵인할 거란 생각이 순진한 거죠.”

김 교수는 이에 따라 먼저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반입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의 핵잠재력을 저해하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과 미사일 가이드라인의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핵무장의 명분도 축적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최단기간에 핵무장이 가능한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적 핵실험이나 가시적 핵  보유 발표 없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이스라엘식 불확실전략’을 택할 것을 권유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탈핵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탈핵을 말하면서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연구원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150개가량의 예비 전술핵의 일부를 다시 들여와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전 연구원은 8월 7일 발표한 ‘북한의 핵독점 시대에 우리의 대응: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서 미국의 예비 전술핵 150개 중 일부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점차 힘 얻는 독자 핵무장론과 그 대안

2015년 7월 1일 F15E전투기에서 투하되고 있는 미국의 신형 정밀유도 원자탄 B61-12. [미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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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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