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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여성장관 7人 7色 셀럽, 둘째언니 혹은 鬪士… ‘공주’는 없다

강경화 김현미 김영주 김은경 정현백 피우진 박은정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文정부 여성장관 7人 7色 셀럽, 둘째언니 혹은 鬪士… ‘공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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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성 국무위원 비율 28%로 사상 최대
  • ● ‘셀럽’ 강경화, ‘둘째언니’ 김현미, ‘투사’ 피우진…
  • ● “예전 女장관은 모시느라 바빴는데…”
  • ● 부처 내 여성 약진, ‘사람 중심’ 정책 잰걸음
지난 대선 키워드 중 하나는 ‘양성평등’이었다. 그 일환으로 문재인뿐만 아니라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남녀 동수 내각을 천명하며 그 시작 선으로 30%를 약속했다.

8월 11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서 국무위원에 해당하는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강경화(외교부), 김현미(국토교통부), 김영주(고용노동부), 김은경(환경부), 정현백(여성가족부) 등 5명이 됐다. 비율로는 28%. 8월 중순 현재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진다면 비율은 33.3%가 돼 목표치를 넘게 된다.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2명(윤진숙·해양부, 조윤선·여가부),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1명(변도윤·여가부)과 비교해 격세지감이다. 장관급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까지 포함하면 문 정부 첫 내각의 여성 장관은 도합 7명에 이른다. 사상 최다다.



첫 내각 여성 비율 28%

이번 ‘여성 약진’에 국민의 관심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녀(禁女) 조직에도 여성이 수장(首長)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외교부, 국토부, 고용부, 보훈처는 사상 첫 여성 장관을 맞이했다. 특히 보훈처장은 3,4성 장군 출신이 맡는 게 관례였는데, 피우진 처장은 여성일 뿐만 아니라 ‘계급적으로도’ 관례에 한참 못 미치는 중령 출신이다. 보훈처 과장급이 군 조직으로 치면 중령 혹은 대령이라고 한다.

최근 공직 입문 시험의 합격자 성별 비율을 보면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예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은 경우도 잦다. 그러나 범주를 고위공무원(각 부처 실·국장급)으로 좁혀보면 여성은 1520명 중 94명으로 6%에 불과하다(인사혁신처, 2017년 6월 기준). 이번에 여성 장관을 맞이한 부처 중 국토부, 보훈처, 권익위는 여성 고위공직자가 단 1명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공직 사회는 남성성이 강하다.



이러한 ‘전장(戰場)’에 뛰어든 7명의 여성 장관은 어떤 인물이고, 무슨 전술을 구사하는가. 그들의 사명은 무엇이며, 어떠한 변혁을 꾀하는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非외시 #셀럽 #영어특기자 #홍일점은노노

“매력적이다” “애티튜드(attitude)가 좋다” “공식 무대에서의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강경화(62) 외교부 장관을 근거리에서 보아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그에 대한 평가다. 미국 뉴욕 외교가의 한 인사는 “유엔에서 항상 점잖은 바지 정장에 은발을 휘날리며 다니는데, 여러 인종이 섞인 유엔에서도 눈에 확 띄곤 했다”고 회상했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사람들이 그를 셀러브리티(celebrity) 보듯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장관은  여성인 데다 비(非)고시 출신으로 문 정부 ‘파격 인사’의 아이콘이다. 외교부의 여성 고위공무원은 11명으로 전체 부처 중 가장 많지만, 비율로 보자면 4%에 불과하다. 또 그는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후 14년 만의 비고시 출신이다.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박 전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이들 양쪽으로는 유엔과 한국 정부의 직원들이 배석했는데, 반 전 총장 양옆에는 남성과 여성의 유엔 직원들이 섞여 있었지만, 한국 측은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전부 검은 양복 차림의 남성들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경화 당시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긴급구호 부조정관은 사석에서 “낯이 화끈거렸다”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내 양성평등을 강조해왔는데, 정작 그의 본국인 한국에서 온 대표단에는 대통령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의 외교부에서는 이러한 ‘홍일점 참사’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취임 이후 “여성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강 장관은 5명의 장관 보좌진 중 3명을 여성으로 발탁했다. 오영주 장관특보 겸 개발협력대사, 한우정 보좌관, 김면선 서기관 등 ‘여성 3인방’이 강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 나머지 두 명의 장관 보좌관은 각각 미국통과 중국·일본통으로 알려진 조현우, 김상훈 보좌관으로 꾸렸다.

이들 보좌진 중 강 장관은 오영주 특보와 특히 인연이 깊다. 2005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강 장관은 외교부 국제기구정책관, 오 특보는 국제연합과장으로 손발을 맞춰 선거 캠페인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특보는 지난해부터 주(駐)유엔대표부 차석대사로 강 장관과 뉴욕에서 함께 근무하다 강 장관의 호출을 받고 서울로 복귀했다. 강 장관은 청와대가 주문한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외교부 혁신’을 오 특보에게 맡겼다. 오 특보는 장관 직속 외교부혁신태스크포스(TF)팀 단장을 맡아 인사·조직 등 외교부 혁신 방안 논의를 이끈다.

강 장관은 8월 10일 한남동 공관에서 여성 국회의원 초청 만찬을 열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 오 특보와 박은하 공공외교대사, 백지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을 불러 “외교부의 여성 선두그룹으로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여성 인재를 키워나가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어 튀어나올까봐?



여성에다 비외시 출신이 장관으로 내정되자 외교부 안팎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강 장관이 고도의 전략과 치열한 기 싸움이 요구되는 양자(兩者) 외교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게 자격 시비의 핵심. 어느 정도 사전에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다자(多者) 외교와는 달리 북미(北美) 양자 외교에는 다년간 쌓아온 외교력과 협상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오히려 강 장관을 배제하고 양자 외교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외교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어불성설이라는 게 비(非)북미라인 외교관들의 항변이다. 그동안 여성 외교관에게는 북미 외교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외교 경험이 없으면 외교부 장관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여성에게 기회를 줘선 안 된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강 장관이 급변하는 북미 외교 현실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지가 문 정부 인사 실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전 포인트가 여기에서 나온다.

한편 강 장관은 청문회에서 “어…” “그…” 하는 허사(虛辭)를 자주 구사하며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 전문성과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뉴욕 외교가의 한 인사는 “10여 년간 공식석상에서 영어를 사용했던지라 한국어가 서툴러 그랬을 수 있다”며 “부지불식간에 영어가 튀어나오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강경화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구사한다고 한다. 일의 핵심과 사람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갈등이 있을 때는 강경하게 나가기보다는 조율을 잘 해내 업무 성과를 높이는 편이라고 한다.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흡인력이 있다는 평가는 널리 알려진 대로다. 청문회 당시 “안타깝지만 정책적 역량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던 조배숙 의원은 만찬 회동 후 “굉장히 성실하고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3選의원 #둘째언니 #꿈은이루어진다 #집값잡는다

지난 5월 말 김현미(55)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의 ‘의원 출신 장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동료 의원들이 그에게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그런 자리에는 안 간다”.

김 장관은 평화민주당 대졸 공채 당직자에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여의도 사람들은 그에 대해 “권력의지가 강하고 자기 몫을 챙길 줄 안다. 동시에 합리적 사고와 정확한 판단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2015년 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문 대통령과 가깝다. 당시 김 장관이 “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라 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길 수 없다”고 고사하자 문 대통령이 “비서 같은 비서실장을 하라는 게 아니다. 정무형 비서실장을 원한다”는 말로 그를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국토부 사상 첫 여성 장관 비서실장 발탁



김 장관은 근성도 남다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는 ‘서민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40,50대 주부노동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고단한 현실을 기록한 책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메디치미디어·2011)을 펴냈다.

문 정부 첫 내각 최연소 여성 장관이 취임한 국토부는 생각보다 더 남성적인 조직이다. 국토부 실·국장급 중 여성은 딱 한 명으로 김진숙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인데, 그 바로 아래 여성 직원은 고참급 과장으로 김 국장과 기수에서 13년이나 차이가 난다. 당연히 그간 실·국장급 간부회의에서 여성은 전무했다.

그러나 김 장관 취임 후 간부회의에서 여성을 볼 수 있게 됐다. 김 장관 외에도 강희정 정책보좌관과 김효정 비서실장이 여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개 여성은 중요 보직에서 소외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여성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김 장관의 소신에 따라 김효정 기획조정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국토부 사상 첫 여성 장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원정출산’ ‘수첩공주’ 등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구사하는 특기를 살려 취임사부터 기존과 다른 변화를 꾀했다. 파워포인트(PPT)를 띄워놓고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집값 잡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줄은 화장실에서만 서자”는 말로 공직사회의 변화를 주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공직사회에서 쓰는 용어가 너무 어렵거나 추상적이라서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장관 메시지부터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식적인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평소 자신의 리더십을 ‘둘째언니 리더십’이라 설명한다(그는 1남 7녀 중 둘째다). 그가 펴낸 자서전 제목도 ‘둘째언니는 신데렐라를 꿈꾸지 않는다’(고려원북스·2007). 김 장관의 한 측근은 “큰언니가 평소 동생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미덕으로 인정받는다면 둘째언니는 동생들이 맞고 들어왔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스타일”이라며 “김 장관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약자에게 씩씩하고 든든한 언니로 인정받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를 오래 지켜본 한 인사는 “처음에는 여성 특유의 살가움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알고 보면 잔정 많고 속 깊은 이른바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
#3選의원 #노조활동가 #믿음직한선배 #박근혜노동법이제아웃

정부가 바뀌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앞으로 고용부 정책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11일 청문회를 통과한 김영주(62) 고용부 장관은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의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추진한 노동개혁안에 대해 그는 “핵심은 쉬운 해고와 강제적 임금 삭감”이라며 저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환노위 야당 의원 중 한 사람은 “김 장관이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의사봉을 두드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해 야당 의원들이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장관은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 해소 △근로시간 단축 등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철학이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최저임금 현실화는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일반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소위 ‘양대 지침’은 “다음 달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침은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장관은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무학여고, 서울신탁은행 실업팀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은퇴 후 은행원으로 변신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조직 내 여성 차별을 실감하며 노조 활동에 뛰어들었고, 여성 최초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김 장관은 소신이 뚜렷하면서도 친화력이 좋아 갈등 조정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배 여성 의원들에게는 ‘친소 여부에 상관없이 후배가 요청하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고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는 귀감이 되는 선배’라는 평을 듣는다. 한 후배 정치인은 “특히 초선 여성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선 의원으로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부처 운영을 잘할 것”이라며 “한국노총 출신이라 노사정 대화 역시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페놀아줌마 #지속가능발전전도사 #무엇이든물어보세요 #환경부자신감찾기

김은경(61)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도 요즘 환경부 안팎에서는 “조직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7월 말 개시한 비전수립워크숍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덕이다.

이 워크숍은 김 장관의 주도하에 개시됐다. 김 장관은 ‘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경부는 지난 정권에서 외압으로 인해 소신을 지키며 일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었다”며 “환경부 구성원 스스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아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워크숍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경부 직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은 6급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간다. 워크숍 내용은 내부 인트라넷에 올라가 전 직원이 공유한다. 김 장관은 6급 워크숍에 직접 참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단 5분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거침없는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의 별명은 ‘페놀 아줌마’다. 1991년 두산전자가 보유한 페놀 원액이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책모임 대표를 맡으며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을 지내며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정 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일반법으로 격하된다. 이후 김 장관은 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지자체들에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전파해왔다. 이번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위상으로 복구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꼼꼼하고 절차를 잘 지키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추진력도 상당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한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한 지인은 “김 장관은 평소 ‘지적인 비관주의, 의지적인 낙관주의가 혁명을 만든다’는 이탈리아의 사상가 그람시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고 전했다. 그 의도에 대해 김 장관은 “현실을 엄정하게 인식하되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실천해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꼭 그와는 반대로 현실 문제는 외면하고 변화의 시도는 ‘그게 과연 되겠어?’라며 비관적으로 본다”며 “이 점을 극복해야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람시의 말을 되새기곤 한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교수겸시민사회운동가 #친정엄마스탈 #의전싫어 #핵심의제는성평등

여가부 장관으로 여성이 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남성이 와야 뉴스다. 역대 여가부 장관은 예외 없이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백(64) 장관 취임 이후 여가부에선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 장관은 권위적인 것과 관행적인 의전을 싫어한다고 한다. 장관 내정자들도 관행적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하는데, 정 장관은 내정자 시절 택시로 출퇴근을 했다. 요즘도 주말에 일정이 있으면 수행비서더러 되도록 나오지 말라고 한단다. 정 장관은 8월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연구소에서 열린 여성운동 사진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갔던 한 여성계 인사는 “간편한 차림새로 편하게 전시를 둘러보고 계시더라”며 “장관이 돼도 변한 게 없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전 장관들의 경우 ‘모시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는 얘기가 여가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최근 여가부 직원들은 정 장관의 ‘진가’를 경험했다. 6급 이하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권장하는 매주 수요일 ‘가족사랑의 날’에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정시퇴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정 장관은 “실·국장들이 퇴근해야 아래 직원들이 퇴근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라”고 주문했다. 여가부의 한 직원은 “생각이 많이 깨어 있는 분이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자기 사람’을 장관 보좌진으로 데려오는 관행도 따르지 않았다. 현재 두 명의 정책보좌관이 있는데, 각각 여가부와 여당 출신으로 정 장관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교수 출신 장관은 보통 제자를 보좌관으로 발탁하는데 정 장관은 그러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두 명의 정책보좌관 모두 여성인 것도 전과는 달라진 점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정책보좌관은 지난 정부 때 딱 1명이었을 정도로 여가부는 장관이 여성이더라도 정책보좌관은 주로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향후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했다. “여가부의 가장 큰 역할은 성평등을 각 영역에서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성평등 없이 성공할 수 없고, 성평등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요소”라는 것이 정 장관의 평소 소신이다. 그는 여가부 내에 성별갈등, 성별혐오 등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성평등의식확산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건립, ‘화해·치유재단’ 재검토 등에도 착수했다.

정 장관은 여성계 대모(大母)로 통한다. 그에 대해 한 여성계 인사는 “후배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같은 분”이라며 “시어머니보다는 친정엄마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현직 국회의원 등 ‘실세’ 출신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성평등 문제 등 여가부의 주요 과제는 각 부처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소통과 네트워크에 뛰어난 정 장관이 큰 장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전설의여군 #원칙이사람 #피터팬 #따뜻한보훈

“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인사는 없었다. 역대급 홈런이다.”

5월 17일 피우진 전 중령이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되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축하 인사다. ‘피우진 발탁’은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 사상 첫 여성 보훈처장의 탄생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이익을 감수하며 불의에 맞서온 ‘전설의 여군’이 공훈에 보답하는 조직을 맡게 된, 일종의 해피엔딩이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피 장관은 현역 신분으로 군 내부의 성차별·성폭력 실태에 끊임없이 저항해왔고, 부당한 전역 조치에 맞서 싸워온 인물이다. 여군 부사관을 예쁜 사복 입혀 술자리에 보내라는 사령관의 명령에 일개 대위가 전투복을 입혀 내보낸 일화의 주인공이 피 처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바로 다음 날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리고 주로 군 장성 출신으로 구성된 후보 명단 중에서 피 처장을 신임 보훈처장으로 직접 지명했다는 후문이다.

5월 17일 바로 임기를 시작한 피 처장은 8월 중순까지 석 달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보훈 TF팀을 만들어 앞으로 시행할 총 60개 과제를 가다듬었다. 또 여러 보훈 현장을 방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일화를 들려줌으로써 피 처장의 리더십을 짐작하게 했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보훈처 앞에서 집에 가지 않고 며칠에 걸쳐 시위를 했다고 한다. 무더위에 혹시나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요구하는 사안을 다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 그러자 피 처장이 직접 내려가 식사를 함께하며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후 이들은 자진해서 해산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피 처장은 따뜻한 보훈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함 등 보훈 가족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피 처장의 별명은 ‘피닉스’다. 육군 헬기조종사 시절 항공호출명으로 남자 동료들이 붙여줬다. 여군 후배들이 붙여준 또 하나의 별명은 ‘피터팬’. 호리호리한 몸매에 장난기 가득한 그의 평소 성격에서 나온 별명이다. 대대장이 토요일 오후 1시만 되면 회의를 소집하던 시절의 일화다. 하루는 대대장이 정문으로 들어오는데, 피 소령 이하 부하들이 모두 뒷문으로 도망쳐 북한산으로 놀러갔단다. 피 소령이 주도한 ‘일탈’이었다.

노회찬 대표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일면식이 없던 피 처장을 설득해 진보신당 비례대표 3번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노 대표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 아니었는데, 좋은 일을 하는데 못 본 척할 수 없다는 의협심으로 임해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피 처장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도 잘 해낼 인물이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젊은여군포럼’ 등 피 처장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김은경 보훈처 정책보좌관은 “‘사람’이 원칙인 사람”이라며 “평소 사람이 모든 제도와 이념에 앞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 중심의 보훈 정책을 펴려는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장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법철학자 #시민운동 #외유내강 #이해충돌법제화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전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위원장을 맞았다. 박은정(65) 위원장은 법철학자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김대중 정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등 학계, 현장, 정책, 행정 등 경험이 풍부한 인사라는 평을 받는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긴급한 현안인 권익위는 박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정책 방향을 명료하게 했다. 박 위원장은 7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각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 시행령이 허용하는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 가액을 당장 인상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청탁금지법이 친지와 이웃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은 김영란법 제정 당시 제외된 ‘이해충돌 방지’를 별도 법안으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가칭)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한 외부 활동을 금하고, 직무수행 시 사적 이해관계로 공정하게 일하기 어려우면 직무수행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편 권익위는 검찰의 위법·부당한 수사절차나 수사행태 등에 관한 국민 고충을 해소하는 검찰 옴부즈맨 제도를 추진한다. 2006년부터 시행된 경찰 옴부즈맨과 같은 맥락의 제도다. 검찰 옴부즈맨은 18대 국회 때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나 검찰 옴부즈맨은 도입 필요성은 있지만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던 것들인데 박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의사결정이 빠르게 내려졌다”며 “온화하고 조용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업무 추진이 단호하면서도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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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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