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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무공해 교육환경, 과외 흡수한 공교육의 힘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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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재학생의 7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논산 대건고. 대기자가 30명이 넘을 만큼 기숙사 인기가 좋다.

“핵가족화되고 입식에만 매달리다 보니 밥상머리 교육으로 대표되는 가정교육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형제·자매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라기 때문에 남과 더불어 사는 것도 따로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 점에서 전인교육의 장으로서 기숙학교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교석 교장은 역사 전공자답게 “한국의 전통교육기관인 성균관이나 서원들이 모두 기숙학교로 전인교육에 힘썼다”며 기숙학교의 전통을 강조했다. 한일고는 캠퍼스 전체를 산이 휘감고 있는 형국이라 아무리 둘러보아도 유해환경이라곤 찾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이 학교에 오니 뭐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한 아이의 대답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밤 12시에 집에 갔는데 이곳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하는 겁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 박힌 날 잔디밭에 누워 ‘별이 쏟아진다’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어요.”

캠퍼스가 곧 집인 보딩스쿨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이 요구된다. 미국 명문 보딩스쿨들도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드넓은 자연 속에 캠퍼스가 있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긴다. 이런 학교일수록 주중에는 빠듯한 수업 때문에 외출할 틈이 없고, 휴일이라도 워낙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자동차 없이는 외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작골에 위치한 한일고는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춘 학교다.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대건고 학생들이 쓰는 ‘플래너’노트.

대학 못지않은 캠퍼스로 유명한 전주 상산고를 찾았을 때 제일 먼저 교정 곳곳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만여평의 상산 캠퍼스에는 감, 모과, 은행, 매화, 장미, 모란, 철쭉, 연산홍, 백일홍이 빽빽이 심어져 있어 철따라 꽃과 열매를 피워 올린다. 또 비단잉어가 뛰노는 4개의 연못과 500여그루의 소나무가 빚어내는 한국적인 정원의 운치가 그만이다.



상산고는 재학생 1065명 중 절반 가량인 528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머지는 통학을 한다. 기숙사는 지난해 준공한 남학생 기숙사(380명 수용)와 기존시설을 리모델링한 여학생 기숙사(150명)로 나뉘어 있으며 4인1실이다. 또 각 방마다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 부스가 마련돼 있는 것이 특징. 그래서 기숙학교 지망생들 사이에서 상산고 기숙사는 ‘호텔급’으로 통한다.

신설 기숙학교일수록 기숙사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한다. 명지외고는 전원 기숙학교를 표방했지만, 아직까지 시설미비로 신입생 328명 가운데 233명만 기숙사에 머물고 통학거리 30분 이내의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이용한다. 고봉산을 배경 삼아 본관, 체육관과 학생관, 기숙사, 도서관이 ㄱ자로 배치되어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기숙사다. 10층짜리 아파트형 기숙사는 1~4층이 남학생용 명현관, 5~10층이 여학생용 명덕관이다. 이곳에서 취식을 함께하는 남녀 관리교사가 1명씩 근무한다. 바로 옆에는 신축 기숙사 공사가 한창이다.

4인1실 구조의 명지외고 기숙사는 화장실과 목욕실을 공동 사용하나 각 방마다 전화를 설치한 것이 파격이다. 오혜식 교장은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했더니 정작 학생들보다 부모들이 더 아쉬워했다”면서 “외로운 기숙사 생활에 전화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모들 요청에 방마다 수신자 부담 전화를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기숙사 시설이 반드시 ‘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1995년 개교한 경기도 광명시의 진성고는 현재 재학생 1045명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진성고가 위치한 광명시 하안동 일대는 아파트 단지가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데다 주변에 8개의 학교가 밀집돼 있는 이른바 ‘스쿨 존’. 3400평 규모의 대지 위에 운동장, 교실, 기숙사를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결코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배치해 ‘내집 같은 학교’를 만들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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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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