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학교 전반을 도맡아 처리해온 이 학장은 이제 학자라기보다는 경영자라 부르는게 더 어울려 보인다. 교직원들은 학교에 심겨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이 학장의 정성이 깃들여 있다고 말한다. 거대하진 않지만 일반 전문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캠퍼스도 갖추고 있다. 최신 건물들 사이 녹지 곳곳엔 쉴 곳을 만들어놓았다. 이 학장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잔디밭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흡족하다”고 말한다.
개교 초기, 이 학장은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다닌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다. 지금은 창원전문대라는 브랜드에 학내 구성원 모두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이 뿌리내리기까지는 이 학장을 중심으로 한 교수와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현장 중심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개교 직후인 1980년대 초부터 전학과에 현장실습을 의무화하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까지 현장에서 평가받도록 했다. 당시 따로 실습할 현장이 없던 행정학과 학생들은 창원시청과 동사무소에 찾아가 직접 행정을 도왔고, 세무회계학과 학생들은 세무서로 달려가 민원인의 세무신고를 도왔다. 이 일은 이 지역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창원전문대는 또한 직장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학의 슬로건은 ‘앞서가는 대학, 봉사하는 대학’이다. 가정과 직장, 지역에 봉사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창원전문대는 세 가지 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앞세우는 것이 교수, 교직원, 학생에 이르기까지 봉사활동을 체질화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국의 대학들이 사회봉사 학점제를 도입했지만 창원전문대처럼 교수, 교직원, 야간학부를 포함한 모든 학생이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곳은 흔치 않다.
1997년부터는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와 교직원 전원이 ‘사랑 가족 후원금’ 제도를 만들어 복지시설이나 소년가장 등과 결연을 맺고 일대일 후원을 하고 있다. 이 대학 문성봉사센터에서 사회봉사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박순남씨는 “우리 학교 사회봉사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전공과 연계된 봉사활동”이라고 강조한다.
봉사활동과 직업윤리 강조
“중소기업 전산봉사활동부터 소외계층의 집수리와 보일러 수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기술로 봉사함으로써 졸업 후에도 계속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죠. 작년에 개설된 장례지도학과는 염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전문 기술인력으로서 새겨야 할 직업윤리다. 취업을 앞둔 2학년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필요한 직업윤리를 ‘직장생활과 예절’이라는 과목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 이 강좌 강사로는 대기업 인사부나 전문인력 개발센터에서 장기간 근무한 인력관리 전문가들을 초빙한다. 한국중공업 인력개발센터에서 30년간 근무하고 현재 직업윤리 강좌를 맡고 있는 하만흥 초빙교수는 “회사는 개인의 실력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조직에 융화되고 집단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는 개인의 인간관계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목을 통해 직장과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 필요한 인생 성공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시스템의 마지막은 전공 수업시간에 지도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5분 스피치’다. 특정 주제를 놓고 담당교수를 선정하면 담당교수는 교안을 만들어 학내 인트라넷을 통해 모든 교수들과 공유한다. 각 학과의 지도교수들은 이 자료로 수업시간을 이용해 5분 동안 강의한다. 이외에도 분기마다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벌이고 6월이면 보훈 가족을 모시고 대규모 음악회를 개최한다.
중기청 지정 A등급의 창업보육센터
창원전문대의 취업률은 2003년 2월 졸업자 기준으로 97%. 이는 전국 최상위 수준의 취업률로, 학생들이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한 데다 산학연계 협약에 따라 진행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창원전문대는 1983년부터 지역의 산업체, 대학 및 연구소, 관공서 등과 산·학 연관 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해 지금은 각 학과별로 700여개 업체, 대학과는 108개 업체가 협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취업률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대학측은 말한다.
취업률만 높이는 것은 창원전문대의 취업대책이 아니다.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고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권재길 학생취업처장은 “기업에서 추천서가 오면 먼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한다. 그 기업이 학생의 실력과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면밀히 판단한 후 학생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