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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식 김제시장 “성장시대 김제는 지금부터 시작”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이건식 김제시장 “성장시대 김제는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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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김제’라는 노래가 있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도 좋아 / 한번 와서 정이 들면 그냥은 가지 못하네’라는 가사가 포근하다. 나훈아의 ‘고향역’, 태진아의 ‘옥경이’를 만든 유명 작곡가 임종수의 곡이다. 작사가는? 이건식(73) 김제시장이다.

언제 만든 노래인가.
“1987년이니까 벌써 30년 전이다. 임종수는 고등학교 선배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전북 익산을 소재로 만든 노래 ‘고향역’이 워낙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김제 노래도 하나 만들어달라 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오직 한 곳.’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에 묘사된 김제다.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 펼쳐진 드넓은 김제·만경평야는 전국 최대의 쌀 산지다. 지금으로부터 1700여 년 전 농업유산인 백제의 벽골제도 김제에 있다. 이순신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했다.

이 시장은 김제 사람이다. 2006년 민선 4기 시장으로 당선된 이래 내리 3선을 했다. ‘무소속’으로 이뤄낸 일이라 더 눈길을 끈다. 이 기간 김제는 전통적 농업지역에서 농업과 산업이,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농생명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고장으로 탈바꿈했다. 산업·농공단지는 100만 평에서 200만 평으로 두 배 증가했고, 공장 등록은 287개에서 630개로 늘었다.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를 연구하는 전국 유일한 민간 육종연구단지도 김제에 유치했다. 재정 규모는 두 배 반이 증가해 올해 재정규모 7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새만금 2호 방조제를 김제 관할로 찾아오는 데도 성공했다.


농업과 산업의 ‘조화’

11년간 시정을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새만금 2호 방조제가 101년 만에 김제 관할로 결정됐을 때, 우리 시민들과 함께 만세삼창한 날을 잊지 못한다. 2013년 11월 3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을 거쳐 2015년 10월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은 날이다. 김제는 새만금 중심도시로서 농업도시에서 해양도시로 도약할 발판을 갖게 됐다.”



부안과 군산으로부터 새만금을 되찾아온 것은 어떤 의미인가.
“김제는 드넓은 평야와 함께 만경강, 동진강이 흐르고 바다가 있던 곳이다. 그런데 새만금 관할권마저 없다면 김제는 내륙도시가 되고 만다. 어민들이 생활터전을 잃는다.”

취임 후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갖은 고생을 했다.
“병치레 자주 하면 반(半)의사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렇다. 2006년 7월 취임하고 11월에 메추리 사육장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38만 수를 살처분했다. 2008년에는 230여 농가의 닭과 오리 310만 수를 살처분했다. 몇 개월간 현장을 수습하던 악몽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살처분은 가축을 생매장하는 것이다. 할 짓이 못 된다.

가만 생각해봤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옮기는데, 인간이 걸어 다니며 소독약을 뿌리는 건 한계가 자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연구 끝에 닭과 오리에게 면역증강제를 먹이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일라이트 성분의 면역증강제를 사료에 섞어 먹였더니 인근 익산시, 고창군에서 AI가 발생했을 떄도 김제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2014년부터는 면역증강제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지난해 용지면에서 AI가 발생해 220억 원의 피해를 당했다. 10년간 경험으로 미뤄볼 때 면역증강제가 조류독감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이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겠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 차원에서 면역증강제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 정부 때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새 정부에선 관심 좀 가졌으면 해서 김영록 신임 장관에게 면역증강제 관련한 자료를 갖다드렸다.”

2011년 민간 육종연구단지를 유치했다.
“벌써 20개 기업을 유치했다. 오겠다는 기업이 더 있지만 기존 부지가 꽉 차서 곤란해졌다. 현재 단지 바로 옆에 김제공항 부지가 있는데, 어차피 공항은 못 짓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땅을 민간육종연구단지 확장에 활용해야 한다.

종자는 단위 무게로 따지면 금보다 비싸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좋은 종자 회사들이 있었는데, 1997년 외환위기 때 외국 회사로 다 흡수돼 무척 안타깝다. 김제를 거점으로 대한민국 종자산업이 부활한다면 수익성도 높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10월 26일부터 사흘간 김제에서 국제종자박람회가 열린다.
“국내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국제적인 종자박람회로 의미가 대단히 크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긴밀하게 협업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다.”



‘고향처럼 찾아오는 곳’

‘무소속 3선’이라는 지방자치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건식이 가면 동네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더라. 얼마나 발발이처럼 누비고 다녔으면 그런 얘기가 나오겠나. 호남은 민주당 텃밭인데 그럼에도 나를 일꾼으로 선택해준 시민들이 참 고맙다. 새만금 땅을 되찾고, 90만 평 산업단지를 만들고, 벽골제를 발굴·복원하고…. 일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었던 힘은 시민들의 인정에서 나왔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김제시민들에 대한 내 마음이 그렇다.”

10개월 남짓 남은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소회는.
“소득 많고 재정자립도 높은 부자 고을, ‘새만금 행복도시 김제’를 만들고 싶었고, 앞으로 꼭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년 후 새만금 신항만이 완공되면 배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게 된다. 바다 바로 건너에 14억 인구의 중국이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놀러오고 또 오고 싶은 김제가 되어야 한다.

노래 ‘내 고향 김제’에 ‘누구나 고향처럼 고향처럼 찾아오는 곳’이라고 썼다. 그런 고장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열심히 뛰어다닌 11년이었다. ‘성장시대 김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만금과 농생명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의 역점사업 추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인구 30만의 자족도시 김제는 꿈으로만 머물 수 없다. 꼭 이뤄내야 할 희망이다. 남은 임기 동안 지성감민(至誠感民)의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고 김제인의 열정으로 유치한 국책사업 등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




신동아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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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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