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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진단

국민연금 운용체계 대수술 임박

정부 품 떠나 ‘나홀로 운전’ ‘대박’ 낼까, ‘쪽박’ 찰까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국민연금 운용체계 대수술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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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이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효율만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경제전망보고서를 내자 재경부는 더욱 당황하는 눈치다. 또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재경부가 말하는 ‘BTL’ 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하더라도 국회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재경부의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재경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의 세부 계획을 2005년 2월 이전에는 발표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과천 정부청사 주변에서는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을 짜느라고 정신 없어야 할 재경부가 연말에 이렇게 한가해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재경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선공’을 통해 복지부를 제압하려 했지만 복지부의 ‘역공’을 받은 이후 오히려 전전긍긍하려는 듯하다.

국민연금위원회 상설화 합의

현재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맡고 있는 국민연금 운용을 누가 대신 맡을 것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뉴딜정책 투입 논란보다 ‘기싸움’의 성격이 더 강하다. 현재만 해도 130조원, 2035년에는 1700조원까지 늘어날 국민연금을 누가 맡아 굴릴 것이냐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때쯤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뛰어넘게 된다. 현재는 15% 수준.

지금까지 당정청(黨政靑)이 합의한 안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원탁회의 등을 거쳐 이견을 조율한 결과,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늘린 뒤 자산운용기구는 따로 떼내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인다는 데까지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상설조직으로 변신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반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부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방문한 이헌재 부총리에게 ‘기금운용위원회 독립기구화’를 직접 주문했다.

민주노동당도 복지부로부터 독립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구성 법률안을 제출했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정치적 독립 방안 보장’을 주장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경부 등 경제부처의 입김으로부터는 물론 주관 부처인 복지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복지부나 열린우리당은 운용위원회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며 한나라당이나 참여연대, 민노당 안(案)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분과 달리 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시켜놓을 경우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금관리기본법이라는 통제수단을 갖고 있는 기획예산처나 재경부의 영향력 아래로 흡수될 것을 내심 염려하는 눈치다. 복지부 관계자도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속은 복지부에 두지만 민간이 중심이 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법적 지위를 격상하거나, 국민연금의 민간 위탁운용 비율을 크게 높이고 정부가 할 일을 줄이면 굳이 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해 사무국 등 복잡한 별도 조직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2004년 6월 촛불시위로까지 이어진 국민연금 파동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탓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단 조직을 수술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는 정부나 정치권이 모두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위원장에 장하성 교수 등 거론

따라서 당정청 안(案)이 그대로 통과되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무려 130조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국내 최고의 ‘큰손’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증시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의 대상이 될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참여연대 등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정도의 위상을 갖는 독립적 기구를 주장해왔지만 위원회가 복지부 산하에 설치될 경우 영향력은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부측 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와 비슷한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정청 안이 통과되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산하에남더라도 정부측과 민간위원측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는 달리 기금운용위원장을 민간 전문가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독립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마당에 복지부 출신 관료를 앉히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복지부 내에서도 사무국이라면 모를까 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공동위원장 체제가 되더라도 공자위처럼 민간위원장이 모든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측 위원장은 참여하지 않는 ‘사실상’ 민간기구처럼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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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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