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10년 넘게 공부하고도 안 들리는 이유가 뭘까.
- 대본은 술술 읽어내면서도 자막 없이는 도통 영화를 못 보는 까닭이 뭘까. 한국인의 언어 능력이 떨어져서도, 구강구조가 남달라서도 아니다. 비밀은 영어와 다른 한글의 자음구조에 있다.
이 글은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어학습법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왜 이토록 영어를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7가지 원인
필자는 미국에서 1년간 학교를 다닌 것을 제외하면 영어에 관한 한 여느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평소 책을 꾸준히 읽어 지금까지 100여권의 영어소설을 읽은 것 정도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체계적이지 못하고 정립되지 못한 견해라 하더라도 독자들의 혜량을 바란다.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원인을 크게 7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영어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에 있다. 우리는 영어를 능력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영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가 그렇다. 자주 읽고 쓰고 듣고 지껄여야 그 능력이 유지된다.
그런데 우리는 영어를 어려운 것, 공부 잘하는 사람이나 잘할 수 있는 것, 머리 좋은 사람이나 잘할 수 있는 것쯤으로 잘못 생각해왔다. 다시 말해서 영어는 습관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영어를 배우려다 보니 영어가 제대로 익혀질 리 없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의 원인은 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점에 관한 것이다. 이 차이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에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이러한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즉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어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어와 영어의 첫 번째 차이점(두 번째 원인)은 영어는 단수와 복수의 개념이 분명한 반면 국어는 그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세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관사가 있지만 국어에는 이 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차이점(네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있는 반면 국어에는 관계대명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랄알타이어(語)와 영어의 대표적인 차이점이기도 하다. 영어는 아주 명확한 언어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기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영어의 명확성은 단수와 복수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정관사와 부정관사에 의해 공고해지고 관계대명사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국어와 영어의 네 번째 차이점(다섯 번째 원인)은 문장 구조의 문제로, 영어는 주어와 동사가 문장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반면 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맨 끝에 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국어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영어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절대로 없다. 이러한 문장 구조의 문제는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여섯 번째 원인은 영어 문장을 눈으로 읽든 귀로 듣든 우리말로 옮기려는 버릇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book’ 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면 그냥 ‘book’으로 인식해야지 ‘책’으로 번역하면 안 된다. 이것이 외국어를 빨리 배우는 첩경이다.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빨리 배우려면 먼저 우리말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일곱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자음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그 소리를 나타낼 한글 자음이 없어서 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는 이 일곱 번째 원인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한글엔 없는 자음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영어를 배워왔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를 배웠고, 그 후에도 대학 또는 사회에서 꾸준히 영어를 접해왔다. 상당수의 단어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영어로 대화하기가 어렵다. 상대방이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들을 수 없다. 외국인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까 영어를 잘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발음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만강(Du-man-gang)’이라고 발음하면, 알아듣지 못할 한국인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들이 ‘coffee’라고 발음하면 우리는 알아듣지 못한다.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말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한글로는 ‘커피’라고 쓰지만, 이는 정확한 표기가 아니다. ‘fashion’이나 ‘love’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들이 ‘notebook’을 발음하면, 금방 알아듣는다. ‘notebook’은 한글로 ‘노트북’이라고 쓸 수 있고, 또 그렇게 발음하면 영어의 발음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desk’는 ‘데스크’로 쓸 수 있고, ‘sun’은 ‘선’으로 쓸 수 있다. 영어 발음이나 우리말 발음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이처럼 영어의 모든 자음 발음을 한글 자음으로 다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그런 자음이 없기 때문에 표기해본 적도 없고 발음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들은 적이 없는 소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일이다. 열심히 생각해서 한마디를 했는데, 상대방이 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 이상 소통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죽고 체념해버린다. 영어를 잘하려야 잘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coffee’를 발음하면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우리는 ‘coffee’를 ‘coffee’로 발음하지 못하고 ‘coppee’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family’는 ‘pamily’로, ‘fashion’은 ‘pashion’으로, ‘food’는 ‘pood’로 발음하고, ‘love’는 ‘rub’로, ‘vote’는 ‘boat’로 발음한다.
영어의 자음에는 있지만 한글 자음에 없는 발음인 경우, 우리는 그와 유사한 한글 발음을 찾아간다. ‘f’는 ‘ㅍ’으로 발음하고, ‘v’는 ‘ㅂ’으로 발음한다. 그러나 ‘f’는 ‘ㅍ’이 아니다. ‘ㅍ’은 오히려 ‘p’에 해당한다. ‘v’도 ‘ㅂ’이 아니다. ‘ㅂ’은 오히려 ‘b’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f’를 ‘p’로 발음하고, ‘v’를 ‘b’로 발음하는 셈이다.
한글에는 모두 14개의 자음이 있다. 그런데 영어에는 모두 22개의 자음이 있다. 영어에는 반모음이 2개(j, w) 있는데, 이를 제외하더라도 영어의 자음은 한글 자음보다 8개가 더 많다.
한글 자음과 영어 자음을 위와 같이 대응시켜놓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발음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지 정확히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서 비슷하게나마 한글 자음으로 표기할 수 없는 영어의 8개 자음은 다음과 같다.
(문장내 표기 할 수 없는 발음기호는 아래 숫자로 표기하였습니다.)
물론 이들 8개의 자음 모두를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l]은 초성인 경우에만 한글로 표기할 수 없고, 중간이나 종성으로 오는 경우에는 ‘ㄹ’로 표기할 수 있다. 초성으로 오는 ‘love[l∧v]’를 ‘러브’로 표기하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표기가 아니다. ‘러브’는 ‘rub[r∧b]’에 대한 한글 표기이다. ‘love’의 발음을 한글로 정확히 표기하려면 ‘러브’보다는 ‘을러브’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②]는 ‘ㅅ+ㅜ’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고, [③]는 ‘ㅉ’으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글로써 표기가 불가능한 영어 자음은 다음 6개로 요약할 수 있다.
위 8개의 발음 외에도 [r]이 종성으로 오는 경우에는 한글로 표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recall’은 ‘리콜’로 표기할 수 있지만, ‘mother’는 ‘마더’라고 표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마더-ㄹ’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글의 현행 표기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r] 발음은 위의 6개의 자음보다는 혼동의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6개의 자음에 한정해 살펴본다.
우리가 어떤 말을 청각에 의하여 식별하여 그 뜻을 알아듣는 데에는 모음보다 자음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말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버지’를 ‘아부지’라고 해도 그 말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아버지’를 ‘아너지’ 또는 ‘아서지’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Monday’를 ‘먼데이’라고 하든 ‘몬데이’라고 하든, 또는 ‘만데이’라고 하든 그 의미를 알아듣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Monday’를 ‘넌데이(Nonday)’라고 한다면 그 의미를 알 수 없게 된다. 영어는 한글과 비교할 때 모음에도 차이가 있지만, 모음은 의사소통에 있어 자음처럼 크게 작용하지는 않아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한글에는 없지만 영어에 있는 6개의 자음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제까지 그 6개의 자음을 발음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그 발음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우리의 구강구조가 서양인의 구강구조와 다르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또한 연습의 문제이지 구강구조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
‘맥도날드’와 ‘마쿠도나루도’
한국, 일본, 중국 사람 중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사람은 일본 사람이다. 영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 역시 일본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영어를 가장 못한다. 일본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덜하였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했을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얼까. 바로 일본어 구조에 원인이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어에는 종성이 없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종성이 있지만 우리말이나 중국어와 같이 풍부하지 못하고 비음(鼻音: 영어의 m, n, ŋ ; 한글의 ㅁ, ㄴ, ㅇ)에 해당하는 종성만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book’을 ‘북’이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부쿠’라고 발음한다. ‘ㄱ(g)’에 해당하는 종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McDonald’를 ‘맥도날(드)’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마쿠도나루도’라고 발음한다. 영어를 가장 못할 수밖에 없는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이라도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았거나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한 경우에는 영어를 아주 잘한다.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인이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어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그들의 문자와 언어에 의한 영향 탓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리라도 반복하여 연습하면 누구든지 올바로 발음할 수 있고, 그렇게 발음하다 보면 남이 발음하는 것도 정확히 알아듣게 된다.
한글에선 위의 6개 자음이 가장 문제가 되고 나머지 자음들은 영어의 자음과 매우 유사하게 발음될 수 있다. 이들 6개의 자음은 [l]을 제외하고 모두 마찰음에 속하는데, 영어에는 그만큼 마찰음 소리가 많다고 보면 된다. 한글에는 마찰음이 영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영어의 자음은 위와 같이 크게 5가지로 분류되는데, 마찰음은 파열음에 비하여 분명하지 못한 소리를 낸다. 한글은 마찰음이 거의 없고 파열음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발음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영어는 한글에 비하여 마찰음이 많기 때문에 한글의 발음 기준으로 보면 한글보다 발음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발음이 분명하지 못한 마찰음을 들어본 적도, 발음한 적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의 마찰음 발음이 우리 귀로 분간하지 못할 만큼 분명하지 않은 건 아니다. 우리도 명확하게 분간할 수 있고, 반복적인 연습에 의하여 분명하게 발음할 수 있다.
우리가 이 6개 자음을 정확히 발음하고 분명히 알아듣기 위해서는 반복하여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문자로 표기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food court’를 ‘푸드 코트’라 표기한다면 ‘pood court’를 표기한 것이 되고, ‘후드 코트’라 표기한다면 ‘hood court’를 표기한 것이 된다. 그래서 이 6개의 자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든다면 온 국민이 영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1. [f]
[f] 발음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을 만든다면, [f]를 정확히 문자로 나타낼 수 있고, 문자로 표기할 수 있는 한 발음 또한 정확히 할 수 있다. [f]는 아랫입술과 윗앞니 사이에서 내는 마찰음으로 무성음이다. 윗앞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문 후, 아랫입술을 밖으로 내밀면서 ‘ㅍ’와 유사하게 내는 무성음이다. 이 때 윗입술이 절대로 아랫입술에 붙어서는 안 된다.
[f] 발음에 대한 한글의 새로운 자음으로 [#]을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food court → #ㅜ드 코트family → #ㅐ밀리
2. [v]
[v]는 아랫입술과 윗앞니 사이에서 내는 마찰음으로 유성음이다. 윗앞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문 후, 아랫입술을 밖으로 내밀면서 ‘ㅂ’와 유사하게 내는 유성음이다. 이때 윗입술이 아랫입술에 붙어서는 절대 안 된다. [v] 발음을 더 이상 ‘ㅂ’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 ‘violin’은 ‘violin’이지 ‘바이올린(biolin)’이 아니다.
[v] 발음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어야 한다. [v] 발음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으로 [∀]를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violin → ∀ㅏ이올린vacation → ∀ㅔ이케이션
3. [θ]
[θ]는 혀끝을 윗앞니에 붙이고 그 사이에서 ‘ㅅ’와 유사하게 내는 마찰음으로 무성음이다. [θ] 발음을 더 이상 ‘ㅅ’나 ‘ㅆ’로 해서는 안 된다. ‘think’는 ‘think’이지 ‘씽크(sink)’가 아니다.
[θ] 발음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으로 []를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①] 는 혀끝을 윗앞니에 붙이고 그 사이에서 ‘ㄷ’와 유사하게 내는 마찰음으로 유성음이다. [①] 발음을 더 이상 ‘ㄷ’나 ‘ㄸ’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 ‘this’는 ‘this’이지 ‘디스(dis)’가 아니다.
[①] 발음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으로 [c]를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thank you → cㅐㅇ큐this →c l스
5. [l]
[l]이 중간이나 종성으로 오는 경우에는 ‘ㄹ’로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school’은 ‘스쿠울’로 표기하면 된다. ‘July’는 ‘줄라이’라고 표기하고 그렇게 발음하면 된다. 즉 [l]이 중간에 오는 경우에는 ‘ㄹ’을 두 번 표기하면 되고, [l]이 종성으로 오는 경우에는 ‘ㄹ’을 한 번 표기하면 된다.
문제는 [l]이 초성으로 오는 경우이다. ‘law school’은 ‘로스쿨(raw school)’이 아니다. ‘mortgage loan’은 ‘모기지 론(mortgage roan)’이 아니다. ‘lady’는 ‘레이디(rady)’가 아니다. 이들을 굳이 한글로 표기하자면, ‘을로 스쿨’ ‘모기질 론’ ‘을레이디’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초성으로 오는 [l]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초성으로 오는 [l] 발음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으로 ‘쌍리을(ㄹㄹ)’을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mortgage loan → 모기지ㄹㄹㅗㄴlady → ㄹㄹㅔ이디
6. [z]
[z]는 ‘ㅅ’도 아니고 ‘ㅈ’도 아니다. [z]는 [s]에 대응하는 유성자음으로 혀끝과 윗잇몸 사이에서 내는 마찰음이다. ‘is’는 ‘이스’도 아니고 ‘이즈’도 아니다. ‘이스’와 ‘이즈’의 중간쯤으로 발음되는 유성음이다.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한글 자음으로 [△]를 제안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기하자는 것이다.
is → 이△ㅡhas → 해△ㅡ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하였을 때 모두 28자였다. 그러던 것이 현재 자음 14자와 모음 10자가 남아 24자가 되었다. 4자가 쓰이지 않아 없어진 것이다. 그 4자는 모음 1자(·)와 자음 3자(△, ㆆ, ㆁ)이다. 최초의 훈민정음에는 존재하였지만 나중에 없어진 글자 [△]이 바로 영어의 [z]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을 만들면서 ‘ㅅ’도 아니고 ‘ㅈ’도 아닌 영어의 [z]에 해당하는 발음을 나타내고자 [△]를 창제하셨는지도 모른다. 나머지 두 자음(ㆆ, ㆁ)도 영어의 [f], [v] 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6개 한글 자음을 더 만들면 영어의 모든 자음을 우리글로 더 정확히 표기할 수 있다. 그 발음을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면 누구든지 쉽고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확히 발음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발음도 정확히 들을 수 있게 된다.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제까지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한글을 잘 사용해왔는데 외국어를 표기하기 위하여 한글 자음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외국어를 보다 빨리 배우고 정확히 배우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한글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약속으로 지켜져온 발음과 표기를 바꾼다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의 문제인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한글학자와 언어학자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6개 영어 자음을 표기할 수 있도록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드는 것은 한글을 발전적으로 개량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필자 생각엔 세종대왕이 만드셨던 3개 자음을 다시 살리고 나머지 3개 자음을 더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우리 한글에 6개 자음이 더 만들어진다면 이들 자음은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에만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일본어에서 가타카나가 외국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중3짜리 딸과 중1짜리 조카에게 물어봤다. “너희들은 ‘violin’을 ‘∀ㅏ이올린(violin)’이라 발음하니 아니면 ‘바이올린(biolin)’이라 발음하니?”라고. 그랬더니 ‘바이올린(biolin)’으로 발음한다고 했다. ‘∀ㅏ이올린’이라 발음하면 학교에서 왕따당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우리에게 [v]를 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을 발음한다는 것은 비록 그것을 발음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그만큼 어색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닭살 돋는 발음 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왕따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발음 환경 만들기
6개 영어 자음을 표기할 수 있도록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드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지만, 한번쯤 깊이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들면 우리는 영어를 그만큼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본 사람을 보더라도 단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의 영어는 원어민과 거의 비슷한 발음을 하고 그들의 발음을 쉽게 알아듣게 될 것이다.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발음에 대한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언어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존재해야 한다.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거북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영어 실력은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세계화는 다른 나라의 문물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발전시켜 그들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고 흡수하는 것이다.
비록 6개 한글 자음을 새로이 만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6개 영어 자음을 정확히 발음하고 들을 수 있도록 스스로 연습해야 한다.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많은 개인의 노력이 요구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각자의 마음속에 6개의 새로운 한글 자음을 만들어서 혀도 훈련시키고 귀도 훈련시켜야 한다.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확히 발음해야 상대방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이라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발음을 제대로 해야 남이 하는 발음을 알아들을 수 있다.
한글의 새로운 자음이 개발된다면, ‘I love you’를 ‘아이 러브 유’라고 표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일 러∀ㅡ 유’ 또는 ‘아이 ㄹㄹㅓ∀ㅡ 유’라고 표기할 수 있고, 그 표기에 따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러브 유’는 ‘I rub you’에 대한 표기가 된다. 물론 사랑하다 보면 문지르고 비비고 할 수도 있겠지만, ‘I love you’가 더 이상 ‘I rub you’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