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대도시로 몸집을 키운 서울은 갈수록 ‘교통지옥’이다.
- 대중교통 인프라는 많지만 불합리한 교통체계 탓에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2011년이면 교통체증 때문에 도시 기능을 잃게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교통체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이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를 배경으로 모노레일 운행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그림.
이렇듯 엄청난 비용이 드는 교통체증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도로를 더 많이 건설하면 될까. 물론 아니다. 땅값이 너무 비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에서 외곽도로 100km를 건설하려면 10조원이 든다고 한다. 지하철을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 지하철 100km를 연장하는 데 7조원이 든다. 더욱이 7∼10년이나 걸리는 지하철 건설기간에 교통체증은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호소해서 될 일도 아니다.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 거리가 1km가 넘어 사람들이 자동차를 놔두고 굳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으려 하지 않는다. 3∼5분을 넘는 거리라면 대개는 걷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서울의 교통체증은 영원히 풀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최근 눈에 확 띄는 성공사례를 찾았다. 강남구가 지난 8년 동안 전문팀을 구성해 전세계 300여 도시를 꼼꼼히 조사한 결과 찾아낸 답은 다름아닌 ‘모노레일 건설’이다.
대중교통 활성화 핵심은 모노레일
본론에 앞서 서울 강남의 교통을 살펴보자. 강남구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 만큼 넓은 도로를 여럿 갖고 있다. 강남대로, 도산대로, 영동대로처럼 널찍널찍한 도로가 대도시에 존재하는 건 흔치 않다.
그러나 교통 혼잡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로 볼 때 강남구는 395대(2002년 기준)로 서울 평균 262대보다 훨씬 많다. 승용차 통행량(118만대 통행, 분담률 36.3%) 역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위다.
강남구의 차량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14km로 서울 도심 평균속도 18.56km에 못미친다. 또한 다른 지역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많음에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교통체계가 불합리한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노선망이 동서축 중심으로 이뤄져 남북을 잇는 교통수단이 거의 없다.
아울러 강남구는 서울시 상업지역 면적의 9.6%를 차지해 도시 과밀화에 따른 유발 교통량 증가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수지·용인·죽전·분당·성남 등 수도권 남부에 조성된 신도시로부터 서울 도심을 통과하는 지역이라 교통혼잡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교통·사회적 특성을 종합해 강남구는 ‘강남교통 비전21’과 ‘강남구 신교통 추진현황’을 수립하고 교통문제 해소방안을 도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보완해 이용편의를 제공한다. 둘째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자가용 이용자의 교통수단 선택 전환을 유도한다. 셋째 도로교통 혼잡으로 발생하는 환경 피해(대기오염, 소음, 진동 등)를 최소화하며 새로운 교통수단인 모노레일을 도입해 세계적 도시로 변모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모노레일 도입이다. 홍콩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언제 어디서든 3분 안에 환승이 이뤄질 정도로 교통체계가 정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히 강남에서 홍콩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되려면 모노레일 도입이 핵심이라고 믿는다.
모노레일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노레일은 1개(mono)의 철로(rail) 위를 달리는 철도 시스템으로 고가구조로 돼 있어 용지면적이 적게 소요된다. 아울러 도로, 철도 등과 입체적으로 교차해 지상교통에 지장을 덜 준다.
건설비용 면에선 고속철도나 지하철도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에 불과하다. 공사기간도 18개월로 비교적 짧고, 공사기간 중 큰 교통혼잡을 야기하지도 않는다. 특히 전기를 이용한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인 데다 고무 바퀴를 써 소음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성 면에서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우수하다. 통계적으로 버스의 사고발생 건수는 모노레일을 비롯한 경전철보다 75배나 높다. 운전자 없이도 운행이 가능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버스·지하철·신교통수단이 삼각축
모노레일은 현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일본 도쿄·오사카, 미국 휴스턴·마이애미, 캐나다 밴쿠버, 호주 시드니 등 세계 49개국 321개 도시에서 운행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롯데월드에서 관광용으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93년 이후 강남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모노레일 도입타당성을 검토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모노레일 1단계 사업은 2005년 상반기 중 착공해 빠르면 2007년, 늦어도 3년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 해도 교통수단으로서 우리나라의 모노레일 도입은 일본에 비해 약 40년이나 늦은 것이다. 최근 발표된 ‘서울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지하철 사각지대인 서울 신림, 난곡, 미아, 삼양 등에 모노레일 설치를 검토중이며 그 가운데 강남이 시범 추진하고 있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지만 모노레일이 과연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교통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버스 노선을 조정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이다. 실시 초기에 비판이 많았지만 조만간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조치는 자가용 이용을 줄여 교통지옥을 완화하는 데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버스-지하철-신교통수단(모노레일 등)’의 삼각축이 서로 보완하는 관계여야 한다.
이 가운데 버스 노선 개편은 가장 빨리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이다. 지하철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무방할 듯하다.
교통 전문가들은 민선자치가 시행된 이후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까지 이렇다 할 교통대책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신교통수단 도입 등 큰 틀의 대책이 지난 민선 8년간 사실상 ‘멈춘 상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깊어지고 도시가 날로 과밀화하는 상황에서 정작 중·장기적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의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기존 교통수단을 보완할 신교통수단 도입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서울시가 버스체계 개편을 발표하면서 신교통수단에 주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하철, 버스 등 이른바 ‘반(反)환경’적 교통수단만으론 교통문제 해결을 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친(親)환경’적인 보조교통수단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버스-지하철-신교통’이라는 3개 축은 독립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현대 도시교통의 전형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신교통수단 없이 이대로 간다면 서울은 2011년이면 도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강남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비롯됐다. 교통체증에 숨통을 틔울 새로운 교통수단을 준비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강남구는 1997년부터 신교통 도입을 구상했다. 수 년간 연구와 검토 끝에 모노레일이 수도권 교통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 주민의견을 수렴했음은 물론이다.
강남 모노레일 2005년 착공 예정
강남구는 세계의 신교통 사업현장을 답사했다. 캐나다, 일본, 유럽 등의 모노레일 시스템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중 말레이시아 시스템이 경제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모노레일을 추진해 조사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표격인 콸라룸푸르 모노레일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엠트랜스(Mtrans)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작품이다.
말레이시아 모노레일의 특징은 우선 교각이 간단하다는 점이다. 이를 모델로 건설될 강남 모노레일은 교각 폭을 그보다 2분의 1 정도 줄여 한층 슬림한 모습이 될 것이다. 강남의 교통상황을 고려할 때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콸라룸푸르형 모노레일 건설이야말로 심각한 교통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타당성 검토와 답사, 분석의 과정을 거쳐 2004년 9월8일 강남구는 콸라룸푸르에서 모노레일을 운영하는 엠트랜스사와 강남 모노레일 합작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마침내 강남 모노레일 건설이 본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엠트랜스사의 데이비드 추 회장은 사나흘 동안 강남의 큰길은 물론 뒷골목까지 걸어 조사한 뒤 강남 모노레일 도입에 대해 “유동인구가 300만인 강남은 콸라룸푸르보다 경제적 수익성이 3배나 높다”고 했다. 그는 강남구와 양해각서(MOU)에 조인하기 전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나 강남 모노레일 사업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고 한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 프로젝트 때문에 2005년 상반기 중에 강남에 오기로 했다.
사업 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시민의 지지도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강남구민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4%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강남 모노레일 도입에 찬성했다. 강남 인근은 물론 전국 여러 자치구에서도 강남 모노레일 사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모노레일과 연계해 개발될 강남구의 슬림형 아파트 단지. 용적률은 유지하되 초고층화했다.
1단계 사업노선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하철 3호선 강남 신사역∼안세병원 사거리∼도산공원 앞∼청담1동사무소∼영동대교 남단∼경기고교 앞∼2호선 삼성역∼학여울역에 이르는 6.61km 구간이다. 이 구간은 교통수요가 2011년 12만명, 2021년엔 15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정착역은 모두 10개 정도이며, 평균 시속 25∼30km로 운행돼 신사에서 학여울까지 정차시간을 포함해 25분 걸릴 전망이다.
2단계 노선은 몇 가지 노선 대안 가운데 1단계 추진현황을 보아가며 학여울역∼신사역 순환 코스를 확정할 예정이다. 3단계는 학여울을 기점으로 일원동 분당선 소외지역을 경유해 고속철도 수서역, 판교 신도시, 죽전지구, 동백지구를 경유해 용인 경전철 어정역에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 모노레일이 강남지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중·장기적으론 분당, 판교, 용인, 수지 등의 신도시와 중랑천과 청계천을 지나 광화문을 연결하는 서울 모노레일의 중심축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남·북간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모노레일이 도입되면 경제·문화·관광·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첫째 교통혼잡 완화는 물론 교통비용 절감, 역세권 상권 개발 등의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최근 하루 평균 7만명이 모노레일을 이용할 경우 승용차 2만5000대의 소통 감소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이용자에게는 시간절약·교통비용 감소효과를, 역세권 주변엔 개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문화·관광 파급효과를 들 수 있다. 모노레일 건설로 지역공간을 활용한 문화지역 개발과 함께 관광자원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인 파급효과로서 질 높은 공공 교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기부양, 삶의 질 향상
필자는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앞장서 흑자 운행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모노레일 도입과정을 새삼 주목하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콸라룸푸르시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풀기 위해 1997년 일본 히타치의 모델을 들여와 모노레일 건설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무렵, 동남아를 휘몰아친 외환위기로 외자를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당시 총리 마하티르는 “우리 손으로 모노레일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연 금리 0.75%, 상환기간 30년이라는 파격적인 융자를 감행했다. 결과는 1999년 모노레일 원형 생산, 2001년 시험운행 성공, 2003년 8월 상업운행 성공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모델로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마하티르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적 걸작을 만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 평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금 정부부문 경쟁력에서 한국을 훨씬 앞선다. 콸라룸푸르의 모노레일은 백화점, 호텔, 오피스빌딩과 연결돼 개통된 지 1년여 만에 하루 4만5000여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단거리 순환 신교통수단인 모노레일의 실효성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또 자가용 이용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는지에 달려 있다. 모노레일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역 주변 주차문제 해결과 근거리를 위한 다른 교통수단, 즉 자전거·버스·택시 등 교통망과의 유기적 결합 및 환승체계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향후에는 중·장거리를 운행하는 주요 버스노선, 공항과 철도 교통망과의 연결도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노레일이 교통수단으로서 효율성을 높이려면 강남구 인근 서초구와 송파구 등으로 노선을 확장해야 할 뿐 아니라 서울시 전역을 포함한 장기적인 노선계획과 개발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강남구는 이에 ‘강남 교통비전21’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통계획을 수립해 연차별로 시행할 예정이다. 여러 대안 가운데에는 복합 환승센터 건설과 주차공간 확보도 포함돼 있다.
특히 주차공간 확보와 관련해 공영주차장 입체화, 학교시설 복합화, 문화복지센터 지하주차장 건설, 거주자우선주차제 시행, 부설 주차장 야간개방 등의 방안을 추진해 일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고 일부는 곧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8년까지 주차 공급률 85% 달성을 목표로 주차장 관련 연간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강조한 대로 교통체증은 수도권 전체의 문제이자 관심사다. 따라서 모노레일은 분당, 용인, 수지를 시작으로 탄천을 따라 강남에 이르고, 다시 한강변을 따라 김포공항까지, 영종도 신공항까지 달려야 한다. 나아가 중랑천을 따라 청계천까지 이어져야 한다. 정부의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시민의 지지와 성원이 있을 때 비로소 모노레일이 그릴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장기 교통계획으로 도입해야
모노레일의 성공을 위해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또 있다. 강남은 업무·상업중심 지역이라 주말 이용객의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모노레일은 교통수단의 기능 외에 문화센터·체육센터·관광단지 기능을 갖춰야 한다. 즉 공원이나 거리 야외음악회와 미술전시회 유치 등 문화행사 프로그램의 개발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홍보와 운영에 있어서도 여러 매체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건설단계부터 모노레일 사업을 소개하면서 주민여론을 수렴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것이다.
필자는 강남구의 중·장기 교통대책인 모노레일 도입이 서울 교통난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고밀도 도시개발과 수도권 광역개발 등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큰 획을 그을 것이라 믿는다.
모노레일은 도시계획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두 가지가 서로 잘 어우러져야만 선진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강남구는 이런 맥락에서 ‘미래도시 강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지하엔 주차장, 지상엔 녹지와 샛강이 흐르는 ‘초고층 슬림형아파트 단지’ 개발이 그 골자다. 여기에 모노레일이 맞물리면 말 그대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진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200년 전 실학자 박제가는 정조에게 이런 글을 올렸다. “전국토의 8분의 1에 불과한 신라가 어떻게 삼국을 통일하였는가. 자세히 보니 배와 수레를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배로는 외국과 통할 수 있고, 수레는 말과 나귀를 편하게 하여 창고에 식량이 넉넉하였다. 그러므로 군사를 먹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박제가가 한 말은 지금도 옳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 그리고 짜임새 있는 정책의 틀이 미래의 성패를 가늠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필자는 지금 다가올 미래를 그려본다.
‘숨막히는 지하철 대신 지상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즐거운 출근길에 나선다. 대형 쇼핑몰, 학교, 관공서 등과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한층 편리한 생활권이 형성된다. 긴 이동시간은 이제 옛말이다.’
꽉 막힌 도로 위를 시원하게 달리는 신교통수단 강남 모노레일이 시민의 경쾌한 발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은 전세계 자유인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우리는 미래를 잃는다.”
그렇다. 이제는 과거와 싸우지 말자.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미래를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