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포커스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칠레와는 ‘몸풀기’, 게임은 지금부터

  • 글: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2/4
또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방정책에 보수적이었고, 개방정책은 기업에는 득이 되지만 농민에게는 어려움을 준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농업개방을 수반하는 FTA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경우에 예상되는 농민단체들의 반기업적 집단행동을 우려했다.

실제로 농민단체들은 농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2003년 두산그룹 최고경영자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칠레 FTA에서 농업개방을 지지하고 조기 국회비준을 주장하자, 농민단체는 두산그룹이 생산하는 소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두산소주 불매운동

기업들은 정부의 FTA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뿐, 적극적인 정책 제안은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당시 민간 기업들은 FTA 정책 전문가를 확보하지도 못했다. 과거부터 통상정책은 정부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어 개별 기업과 산업별 협회는 정부 정책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렇게 정부가 FTA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으나, 일부 FTA는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멕시코와의 양자간 FTA이다. 일본과의 FTA는 1999~2000년 국책연구기관간 공동연구보고서 발표로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고, 이후 ‘한-일FTA 비즈니스포럼’을 결성해 양국 민간업계가 FTA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우리나라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비즈니스포럼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양국 정부가 한-일 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조기에 개시할 것을 건의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일 양국은 2003년 12월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막상 FTA 협상이 개시된 이후 FTA를 지지해온 우리 업계의 기존 태도에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드러내놓고 반대 의견을 밝히지는 않지만, 일본과의 FTA 추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4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FTA 민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업계의 모 인사는 “한-일 FTA는 양국의 산업구조가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밀하게 준비한 후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여건만으로 보면 일본과의 FTA에서 우리나라에 불리한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득이 되도록 협정을 이끄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대일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자유화의 예외로 설정하고, 한-일 FTA에 일본으로부터의 산업 및 기술 협력, 일본의 비관세장벽 완화 등을 포함시키면 분명 윈-윈(win-win) 방식의 FTA가 될 것이다.

멕시코와의 FTA 논의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말부터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 협상을 개시하자 멕시코는 우리와의 FTA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칠레와의 FTA 타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멕시코와의 FTA를 선뜻 수용할 수 없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2002년 하반기 칠레와 협상해온 FTA 타결이 가시화하자 멕시코와의 FTA 검토를 제안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미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본을 FTA 대상국으로 정했다.

우리 정부가 멕시코에 FTA 협상을 제안할 당시 멕시코는 일본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과 유사한 산업 및 수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와의 FTA에 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2003년 말 멕시코 정부가 일본 이외 다른 국가와의 FTA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한-멕시코 FTA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이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를 통해 멕시코 내의 경쟁에서 불이익 해소를 위한 FTA 논의 재개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공식 및 비공식 채널을 이용해 멕시코를 설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5월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한-멕시코 경제협력위원회에서 우리측이 양국간 협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FTA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멕시코측은 한국의 이러한 제안에 동의를 표했고, 한 달 후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개최된 한-멕시코 통상장관회의에서 양국은 FTA 논의를 재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멕시코와의 FTA로 우리 경제가 받을 불이익은 별로 없다. 일부 농산물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칠레에 비하면 훨씬 덜 심각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가급적 빨리 협정을 체결할수록 유리하다. 멕시코가 이미 40여 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총수입의 95%가 FTA하에서 특혜관세로 수입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업계가 받는 차별적 대우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다. 멕시코와의 FTA는 이러한 불평등한 교역여건을 개선하고,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북미 및 남미 지역의 진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2/4
글: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목록 닫기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