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후 군사력 면에서 중동지역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의 장갑차 부대.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이스라엘 동부전선에 자리잡은 시리아와 요르단, 그리고 이라크의 병력 규모를 합치면 이스라엘보다 훨씬 컸다. 1990년대 이스라엘 군부는 동부전선에서 아랍연합군과 이스라엘군이 정규전을 벌일 경우, 군사력의 양적 측면에서 이스라엘이 열세에 놓인다고 판단했다. 아랍연합군이 39개 사단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이스라엘군은 16개 사단을 동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랍연합군이 대포 수에서는 3배, 탱크 수에선 2배 앞섰다. 전투기, 전투헬기도 아랍연합군이 이스라엘군을 압도했다. 이런 양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력의 질적 우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지금, 이스라엘은 양적인 면에서도 동부전선을 그리 걱정하지 않게 됐다. 시리아와 요르단이 동원할 수 있는 사단 규모는 16개. 이는 이스라엘군 동원규모와 같다. 대포 수는 시리아와 요르단을 합치면 이스라엘보다 많지만, 탱크 전투기 전투헬기는 엇비슷한 규모다. 후세인 몰락으로 이스라엘은 양적인 전투력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질적으로는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탱크의 주력인 1790대의 머카바스(Merkavas)는 중동의 지형에 알맞게 설계된 것이다. 머카바스는 현재 이스라엘 인접국들이 보유한 어떤 탱크라도 압도할 만한 위력을 지녔다. 한 가지 예외는 미국산 에이브럼스 M1A1인데 이집트는 에이브럼스 MIAI을 550대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부는 장기적으로 머카바스 탱크 의존도를 크게 낮춰가면서 에이브럼스 M1A1의 후속 모델인 M1A2를 미 해외군사원조법 규정에 따라 무상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스라엘과 아랍국 사이의 군사적 균형은 이미 1990년대 초에 깨졌다.
그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걸프전쟁으로 이라크의 군사력이 위축됐고, 다른 하나는 소련의 붕괴로 아랍국의 주요 군사물자 공급원이 끊긴 것이다. 소련은 동서냉전 구도 아래서 우방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1980년대까지 아랍국들에 막대한 군사물자를 댔다. 그러한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러시아와 아랍국의 군사적 관계는 일반적 상거래(무기 수출입)로 변질됐다.
무기 수출은 한 국가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다. 이스라엘은 2002년 41억달러에 가까운 무기를 수출, 세계 제3위의 무기 수출국이 됐다(미국이 132억달러로 1위, 러시아가 44억달러로 2위).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들과 마찬가지로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공군력과 미사일을 이용, 마음만 먹으면 대량살상무기를 중동지역 어느 국가로든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화한 지역
중동지역은 세 가지 잣대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화한 지역이다. 국내총생산(GNP)과 정부총예산(CGE)에서 국방비 지출 비중, 수출입 통계에서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수입 비중 등이 그 잣대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앤서니 코즈만이 2004년 가을에 펴낸 ‘중동의 군사적 균형’에 따르면, 중동지역 국가 대부분이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국방비는 평균적으로 GNP의 6.8%, CGE의 21.4%이고,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수입 비중은 7.9%에 이른다(1999년 통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방비가 CGE의 43.2%, GNP의 14.9%에 달하고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 수입 비중이 27.3%로 가장 높다. 이스라엘 역시 만만치 않다. CGE의 18.5%, GNP의 8.8%가 국방비이고, 무기 수입액 비중은 총수입액의 7.2%다. 가장 흔한 비교 잣대인 GNP 대비 국방비를 살펴보면, 이집트 2.7%, 요르단 9.2%, 시리아 7.0%다(참고로 2003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GNP의 3.16%).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이 해마다 미국으로부터 무상으로 건네받는 엄청난 군사원조가 통계에 잡혀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국의 군비증강 비율은 더욱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