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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기’ 중동 군사력 기상도

핵탄두 300여개, 제공권 장악… 이스라엘, ‘이슬람 연합군’ 압도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부시 2기’ 중동 군사력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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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은 지금껏 6차례 전쟁을 치렀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1956년 이집트 가말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선언으로 촉발된 군사적 충돌, 1967년 6일전쟁, 1970년과 1973년의 욤 키푸르전쟁, 1982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이다. 1967년 6일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모셰 다얀 국방장관의 전격전(blitzkrieg)으로 승리했다. 그때만 해도 숙적 이집트와 시리아의 군사력이 이스라엘에 절대 열세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대한 합동 기습공격을 벌였고, 전쟁 초반 이스라엘군은 패전을 거듭해 붕괴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는 군부의 핵무기 사용 검토안에 반대하면서, 비밀리에 미국 워싱턴으로 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외교안보보좌관에게 매달렸다. 1970년대 미국의 외교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두 개의 전쟁(욤 키푸르전쟁, 베트남전쟁)에 얽힌 비화를 다룬 키신저의 회고록 ‘위기(Crisis, 2003년판)’에 따르면, 예고도 없이 불쑥 워싱턴에 나타난 메이어 총리는 무려 1시간 동안 닉슨 대통령을 붙들고 눈물로 군사지원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30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 사이엔 군사력 불균형이 커졌다. 욤 키푸르전쟁에서 고전했던 이스라엘은 국방력 강화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미국의 신무기들을 들여왔다. 한편으로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을 빌리는 외교전략으로 주변 적성국가들을 중립화했다. 마침내 1979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평화협정을 맺게 되고 이스라엘은 남서부전선(시나이 사막)의 방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1994년 레바논 후세인 국왕과 맺은 평화협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 두 나라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막대한 양의 경제·군사원조를 받아왔다. 이집트는 해마다 13억달러, 요르단은 1억달러 안팎의 원조를 받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에 비하면 휠씬 작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1980, 90년대에 해마다 18억달러, 1999년엔 18억6000만달러, 2000년 28억2000만달러, 2001년 19억7600만달러 어치의 무기를 무상으로 원조받았다(미 대외원조 규모로 보면 1위는 이스라엘, 2위 이집트).

이러한 외교전의 승리와 더불어 아랍권의 분열과 전쟁이 이스라엘의 안보환경에 도움이 됐다. 1980년대 8년 동안 치러진 이란-이라크 전쟁이 그 본보기다. 1982년 이스라엘 당시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현 총리)이 야세르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 아래 레바논을 침공, 베이루트를 넘본 것도 아랍권의 분열에서 “더 이상 욤 키푸르의 악몽은 없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데서 비롯됐다.



시리아, 이스라엘 적수 못 돼

이라크 후세인 정권 몰락으로 40만 이라크군이 해체된 지금 그나마 아랍 쪽 군사력을 메우고 있는 국가가 시리아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정규전을 펼친다면, 시리아가 이기기는 어렵다. 병력 규모에선 시리아(31만9000명)가 이스라엘(16만7600명)을 앞서지만, 시리아의 무기체계는 1980년대 옛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동구 공산권 국가들로부터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라 낡았다. 시리아로선 군 현대화가 시급한 과제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무기체계를 바꿔 전력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 야페전략문제센터(텔아비브대 부설)가 펴낸 ‘중동의 군사력 균형 2000∼2001년’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는 1987년 옛소련으로부터 미그-29기 20대와 MI-25 전투헬기 55대를 구입한 뒤로는 보다 성능이 향상된 전투기를 전혀 사들이지 못했다. 이제는 구식이 돼버린 전투기들뿐이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들여온 최신예 F-15와 F-16을 주축으로 전투기 345대를 보유했다. 전체 전투기 가운데 최신예 전투기의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제공권(制空權)에서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시리아와 전쟁을 벌일 경우 이집트와 요르단이 중립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다. 두 나라 국민의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정치권에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절반이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채워진 요르단에서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해 있다. 아랍권의 군사강국 이집트는 이스라엘로서도 부담스런 나라다. 이집트는 미국의 군사원조 덕에 상대적으로 다른 아랍국에 비해 무장력이 강하다. 1980년대 옛소련으로부터 들여온 낡은 무기체계를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그 비율은 이집트 전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3분의 2는 미국 원조로 현대화된 무기체계다. 이스라엘은 그런 점을 걱정한다. 게다가 이집트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소량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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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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