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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톨로라야 駐시드니 러시아 총영사의 김정일 체제 진단

“시장경제 맛들인 북한, 절대로 사회주의경제 복귀 못한다”

  • 글: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톨로라야 駐시드니 러시아 총영사의 김정일 체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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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라야 총영사가 건네는 이력서를 보니 학력과 경력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한반도 전문 외교관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Russian Academy of Science)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로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Moscow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제경제와 외교 등을 이슈로 한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을 펴낸 바 있어 학자로서 그의 자부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2003년 시드니 총영사로 부임하기 전에 모스크바에서 IMEMO(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 산하 ‘현대코리아연구센터(Center for Contemporary Korean Studies)’를 설립해 운영했는데 지금도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두 개의 모자를 쓰고 다닌다. 하나는 외교관의 모자고, 하나는 학자의 모자다. 그런데 시드니는 모자를 두 개 쓰고 다니기엔 너무 덥다”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대목에서 “사실 나는 외교관으로서뿐 아니라 국제문제나 통상문제 전문가 및 학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총영사’라고 부르지 말고 ‘박사’로 불러주면 고맙겠다”고 부탁했고, 필자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굳이 고른다면 김정일 위원장”

러시아 사람을 연상할 때 ‘백곰’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톨로라야 박사는 키가 2m에 가까운 거구다. 거기에다 러시아 총영사관의 접견실은 농구경기를 해도 될 만큼 넓다. 첫 대면에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뜻밖에 그는 아주 사근사근한 사람이었다.



우선 ‘말랑말랑’한 질문부터 꺼냈다. 그가 직접 만나본 네 사람의 남북한 지도자에 대한 느낌부터 물었다. “김영삼, 김대중, 김일성, 김정일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느냐?”는 식의 질문이었는데, 그는 “현역 외교관한테 그런 걸 물으면 답변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조크를 곁들였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예상과는 달리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답변했다. 물론 그 답변에 앞서 다음과 같은 외교적 수사를 붙였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네 분 모두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다. 그래도 굳이 고른다면 김정일 위원장이다.”

그는 네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그들의 정책성향, 음주습관 및 사투리까지 비교해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줬다. 지금부터 그의 얘기를 1인칭 화법으로 풀어보자.

시간 순서대로 얘기해보겠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평양으로 간 신출내기였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을 만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만날 때마다 그의 풍모와 언변에서 소문으로 들은 것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소련과 북한 모두 통제사회였지만,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전체주의체제였다. 50년 넘는 기간을 그런 형태로 지배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한 국가의 퇴행을 의미하지만, 그의 지도력만큼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그가 사망했을 때, 나는 모스크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남한과 미국의 내 친구들은 “김정일 체제는 곧 붕괴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내가 “후계작업은 오래 전부터 진행됐고 김정일은 그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라고 말해줬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특히 한국 친구들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더 잘 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김정일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술자리에선 통 크게 마셔야”

비교적 자주 만난 김정일 위원장 얘기부터 해보자. 나는 그와 함께 술 마실 기회가 많았는데 그는 소문대로 술이 아주 센 사람이다. 그렇다고 서방에 잘못 알려진 대로 ‘주정뱅이’는 절대로 아니고 굳이 얘기하자면 ‘애주가’다.

한번은 내가 술자리에서 포도주를 마시는 걸 보고 “지금 톨로라야가 외교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래서 내가 “장군님, 저는 술이 약해서 포도주를 마십니다” 하고 둘러댔더니 “그렇구나. 그럼 포도주를 마셔도 좋다”고 했다.

사실 김정일은 외교관과 외교적 언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외교관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정일이 술자리에서 ‘톨로라야가 지금 외교를 한다’고 말한 것은 “톨로라야가 지금 체면이나 차리면서 의례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술자리에선 탁 털어놓고 통 크게 마셔야 한다”는 게 그의 음주철학이니 내가 포도주 홀짝거리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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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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