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현역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개헌·권력구조개편 구도

“대통령 4년 중임제(71%), 정·부통령제(77%)로 개헌 필요(80%)하다”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5-07-2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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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는 제17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개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의원 10명 중 8명꼴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의원의 71.3%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했고, 개헌 논의시점에 대해서는 64.4%가 2006년 지자체선거 직후나 하반기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의원들 사이에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개헌·권력구조개편 구도
    ‘신동아’는 7월1~12일, 현역 국회의원 297명을 대상으로 개헌(권력구조 개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무기명을 원칙으로 이메일과 팩스로 이뤄졌다. 다만 소속당과 선수(選數)는 기재토록 했다.

    설문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의원들은 ‘아직은 좀 이르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7월4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聯政) 발언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민감한 사안’이라며 답변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설문에 응답한 의원은 101명에 그쳤다.

    응답자를 소속 당별로 분류하면 열린우리당 의원이 47명으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 40명, 민주당 3명, 민주노동당 2명이다. 그리고 자민련과 무소속, 소속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는 모두 9명이다. 선수별로는 역시 초선이 58명으로 가장 많으며 재선 이상은 37명이 응답했고 6명은 선수를 답하지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특기할 것은 다수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낸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거의 같은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항목별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한나라당 초선, 개헌 반대 비율 높아



    ▶개헌은 필요한가?

    응답 의원의 절대다수인 80.2%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기상조’라는 응답과 ‘필요없다’고 답한 의원은 각각 9.9%에 불과했다. 시기상조라는 답은 사실상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조하는 의견인 만큼 개헌 자체에 대해 반대한 의원은 9.9%,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셈이다.

    소속 당별로 보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응답자 전원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88.9%,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11.1%여서 사실상 전원이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필요하다’ 87.2%, ‘시기상조’ 6.4%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필요없다고 답한 비율은 6.4%에 그쳤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67.5%가 필요하다, 15%가 시기상조라고 답했고, 필요없다고 답한 의원도 17.5%나 됐다. 그만큼 한나라당 내 스펙트럼이 다른 당에 비해 넓고 엷게 분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수별로 보면 초선 의원이 재선 이상 의원보다 개헌이 필요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재선 이상 의원 가운데 개헌이 필요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한 반면 초선 의원은 15.5%나 됐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그룹에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이 가장 많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한나라당 재선, “개헌논의 지금 하자”

    ▶개헌논의 적정시점은 언제?

    개헌논의 시점과 관련, 응답 의원의 40.6%가 2006년 하반기를 적정시점으로 꼽았고, 23.8%가 2006년 지자체선거 직후인 6월을 선택했다. 이 둘을 합하면 64.4%의 의원이 내년 지자체선거 이후인 6월 이후부터 12월말까지를 개헌논의의 적정시점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14.9%의 의원이 올해 하반기를 선택했고, 2007년 이후 6.9%, 2006년 상반기 5%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개헌논의의 적정시점에 대한 각 당의 견해차이가 분명하다는 것.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 의원 모두 2006년 지자체선거 직후인 6월을 꼽았고, 민주당 의원 100%가 2006년 하반기를 적정시점이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는 2006년 하반기 46.8%, 지자체선거 직후인 6월 27.7% 등 74.5%에 해당하는 의원이 지자체선거 직후를 포함한 2006년 하반기가 적기라고 답했다. 그리고 10.6%의 의원이 2006년 상반기를 선택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의 경우 응답 의원의 32.5%가 2006년 하반기를 개헌논의의 적기라고 답했고, 그보다 조금 낮은 25%가 2005년 하반기를 선택했다. 어차피 개헌논의를 시작할 거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는 의견이 다른 당에 비해 많은 편이다.

    비주류인 자민련이나 무소속, 소속을 밝히지 않은 의원 그룹에서도 지자체선거 직후를 포함한 2006년 하반기를 개헌논의 적정시기로 보는 응답자가 많지만, 한나라당과 비슷한 수준인 22.2%는 2005년 하반기를 선택했다.

    초선 의원의 경우 2006년 하반기 44.8%, 지자체선거 직후 27.6% 순이고, 재선 이상 의원은 2006년 하반기 35.1%, 2005년 하반기 29.7%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05년 하반기에 곧바로 개헌논의를 시작하자는 부류는 대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재선 이상 의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개헌·권력구조개편 구도


    ▶가장 바람직한 권력구조는?

    응답 의원의 절대다수인 71.3%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가장 바람직한 권력구조라고 답했다. 의원내각제는 13.8%, 이원집정부제는 8.9%,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5%의 의원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당별로도 큰 차이가 없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100%, 한나라당 의원의 75%, 열린우리당 의원의 70.2%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택했다. 의원내각제를 선호한 의원 비율은 극히 미미한데, 한나라당 의원(10%)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의원(14.9%)의 선호도가 조금 더 높다.

    선수별로 보면 초선 의원 그룹에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의원이 75.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의원내각제(10.3%), 대통령 5년 단임제 (6.9%), 이원집정부제(5.2%) 순이다.

    재선 이상의 경우 67.6%의 의원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16.2%가 의원내각제, 13.5%가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에 견주어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

    ‘개헌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응답한 의원의 80%는 ‘굳이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제 중에는 어떤 구조가 바람직한가?

    대통령제 중에는 완전한 대통령제보다 정·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응답 의원의 77.2%가 정·부통령제를 지지한 반면 완전한 대통령제를 지지한 의원은 14.9%에 불과했다. 소속정당별로도 큰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 의원은 77.5%가 정·부통령제를 지지한 반면 20%만 완전한 대통령제를 바람직한 권력구조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78.7%가 정·부통령제를 선호했고, 10.5%만이 완전한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선수별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재선이상 의원 중에서는 완전한 대통령제를 선택한 비율이 8.1%에 불과한 반면 초선 의원 중에서는 19%나 됐다.

    개헌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의원과 ‘필요없다’는 의원도 완전한 대통령제 보다는 정·부통령제를 선호했다. 정치권 내에 4년 중임 정·부통령제가 가장 이상적인 권력구조라는 인식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개헌·권력구조개편 구도


    소수 정당일수록 ‘정계 빅뱅’ 희망

    ▶개헌이 정계개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는 의원은 극히 소수다. 사실상 개헌은 대세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과연 정치권이 지금처럼 열린우리당·한나라당 두 거대 정당과 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등 미니 정당의 구도로 남아 있을까.

    이에 대해 응답 의원의 반수가 넘는 60.4%가 ‘개헌이 다소 영향은 미치겠지만 정당구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을 것(변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의원도 34.7%나 됐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은 소속 정당별 답변분포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가운데 66%의 의원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31.9%의 의원은 빅뱅을 예상했다. 한나라당 의원도 비슷했다. 62.5%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32.5%는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의 33.3%는 여당만 깨진다, 66.7%는 빅뱅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또 자민련과 무소속, 무응답자 그룹도 변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33.3%였고, 55.6%의 의원은 빅뱅을 예상했다.

    거대 정당 소속 의원들은 빅뱅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반면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 있는 것. 빅뱅을 바라지 않는 거대 정당 의원들과, 빅뱅을 바라는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심리가 의식적으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모두(100%)가 개헌이 되더라도 현행 정당구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소수 정당이지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갖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 과반수 정당이 없는 현재의 상태가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정당구도이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막상 개헌을 통해 권력구도가 개편될 경우 이 같은 의원 개개인의 의지가 정치판의 변화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책임정치 실종, 조기 레임덕이 문제

    개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시대상황과 남북 관계가 크게 변했고, 좀 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개헌논의가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의해 정략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또 일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아 거의 2년에 한 차례씩 선거를 치르는 데 따르는 재정적, 행정적 낭비를 없애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대목이기도 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진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조기 레임덕에 따른 국정공백 장기화와 책임정치 실종, 중장기적인 정책수립 및 집행의 어려움, 정책의 연속성 부재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도 같다.

    다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행 헌법의 문제점으로 ‘책임정치 실종’을 강조한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조기 레임덕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여야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외에도 대통령의 독선과 권력집중, 안정성 결여 등을 추가로 지적했다.

    이 밖에 ‘남북대치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이 잘못되고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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