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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삶

고성 오광대놀이 ‘농부 춤꾼’ 이윤석

“천한 민족은 신명을 아랫도리로 풀고 귀한 민족은 어깨 위로 끌어올리지”

  •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사진 정경택 기자

고성 오광대놀이 ‘농부 춤꾼’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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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설득, 바위 같은 약속

고성 오광대놀이 ‘농부 춤꾼’ 이윤석

말뚝이탈을 쓰고 오광대놀이 춤사위를 펼치는 이윤석 회장. 유연한 팔동작이 시원하고 헌걸차다.

그는 이제 어중간한 윤석이가 아니었다. 제대한 후 1975년 5월 오광대판에 들어갔다. 허판세 어른에게 진작부터 보고 들어 기본 장단과 몸짓은 이미 익혀놓은 후였다. 아내는 오광대 입단을 반대했다.

“당시만 해도 오광대판에 들어가면 사람 베린다고 했거든요. 잡놈들이 하는 것이란 평도 있었고…. 조한량이 처가의 재종처남인데 무매독남으로 귀하게 커서 동래고등학교를 보내놨더니 공부는 안 하고 소리와 춤과 그림에만 미쳐 여자를 여럿 거느리고 파란만장하게 살았거든요. 그분도 오광대판에 있었으니….”

철든 윤석은 아내를 설득한다.

“오광대는 우리만의 소중한 신명이다. 그걸 대대로 이어가는 게 도리다. 농사짓는 기운은 그렇게 여럿이 모여서 한과 흥을 풀어내야 새로 얻을 수 있다. 당신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다른 걸로는 절대 마음 아프게 할 리 없다!



내가 세 가지를 약속하마. 첫째, 평생 술 먹고 헛소리하는 일 없을 거고 둘째, 노름판엔 근처도 안 갈 것이며 셋째, 여자문제로 애먹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그 설득에 3년이 걸렸다. 그리고 평생 그 약속을 바위처럼 지켰다. 유연하고 활달한 동작으로 춤판을 휘어잡는 그에게 유혹의 손길이 없었을 리 없다.

“과부가 허벅지를 찌르는 심정으로 그걸 이겼다니깐요” 해놓고는 멋쩍게 씨익 웃는다.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요? 그렇게 내 곁에 맴돌다 간 애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이번에는 다시 날 찾아와 주례를 서달라고 한단 말이에요. 우리 부부 사는 게 좋아 보인 모양이지요. 참 나!”

그는 제대하고 돌아와 말씨부터 고쳤다. 아내에게 꼬박꼬박 경어를 썼다.

“살다보면 짜증나는 일이야 없을 수 없지요. 그러나 높임말을 해 버릇하니 갑자기 욕을 할 수도 없고 소리를 지르기도 어렵드라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단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암만 늦게 들어가도 집사람한테 낮에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해요. 설령 그 사람이 잠들었더라도 듣든 말든 나 혼자 궁시렁궁시렁 하면 그게 전부 느낌으로 전해지나봐요.”

그는 꿈을 확실히 이뤘다. 어렸을 때 혼자 결심한 대로 안 싸우고 사는 가정을 만들었을뿐더러 환갑 나이에도 아내를 늙지 않게 가꾸는 데도 성공했다.

“그게 다 남편이 관리를 잘한 탓이거든요. 우리 집사람 뒤에서 보니까 서른 살 같지요?”

말뚝이춤과 덧배기춤

이윤석의 춤은 말뚝이춤과 덧배기춤이다. 굿거리로 뛰다가 급작스레 방향을 전환해 땅에 엎드렸다가 천천히 일어서는 남성적이고 웅장한 춤이다. 무대 위에서 추는 춤이 아니라 너른 마당에서 다 함께 신명을 지펴내는 춤이다.

말뚝이춤은 예전부터 전해오는 말뚝이탈을 쓰지만 무대 위에서 혼자 덧배기춤을 출 때 그는 탈을 벗는다. 덧배기 춤이란 이윤석만의 춤이다. 그는 오광대 다섯 과장을 전부 배웠지만 그 중 두 번째 과장에 나오는 말뚝이춤이 전문이다.

말뚝이는 서민을 천대하고 멸시하는 양반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서민의 대변자로 커다란 몸짓으로 단연 놀이마당을 압도한다. 특히 힘있게 뻗는 춤사위, 말채로 땅을 내리꽂는 동작은 역사의 아픔을 풀어내고 인간 평등을 주창하는 활달하고 장엄한 은유의 몸짓이다. 보고 있는 이의 석 달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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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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