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토피 환자를 진료하는 김정진 원장.
아토피성 피부염이 바로 그런 경우다. 10년 전만 해도 의료계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이 질환은 최근 들어 의사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 피부과 진료과목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던 아토피 질환을 따로 떼어내 ‘아토피 전문’을 표방하는 병원이 속속 나타나는가 하면, 한의사들이 연대해 아토피 전문 체인 한의원을 구성하기도 한다.
아토피 질환 퇴치를 주요 정책으로 내건 정당도 생겨났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아토피 STOP!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영·유아에게서 집중 발생하는 아토피 질환을 예방, 치유하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만큼 아토피 질환자가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2004년 자료에 따르면, 치료를 받은 아토피 질환자가 2003년보다 7.2% 증가한 123만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체 환자 중 61.5%가 9세 이하 어린이였고, 이런 추세는 계속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질환 전문가들은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아토피 질환자까지 계산하면 환자수가 최소한 2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아토피 질환은 왜 생기며, 요즘 들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한 피부과 전문의는 “아토피 질환자 수는 아파트와 자가용 숫자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아토피 질환이 이른바 ‘환경병’이자 ‘문명병’이라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아토피 질환이 환경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환경 자체가 발병의 근본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런 주장을 펴는 대표적 인물이 김정진(金正鎭·45·한의학 박사) 뉴코아한의원장이다.
아토피 질환이 세상의 이목을 끌기 훨씬 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질환을 연구해온 김 원장은 ‘아토피 질환은 철저하게 유전적 경향성을 띤 면역질환’이라 규정한다. 아토피 질환은 면역학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치료의 길이 열린다는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첨단과학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인 한의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경험칙을 중요시하는 한의사이면서도 양방적인 임상실험과 데이터로 치료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등 양·한방 퓨전의학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는 양방이든 한방이든 병원에 들르면 버릇처럼 먼저 살펴보는 게 있다.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의 표정이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은 간호사의 얼굴이 대부분 밝고, 환자에게도 자신감 있게 치료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지 못한 병원의 경우 간호사의 표정이 밝지 못한 데다 대체로 환자들을 사무적으로 대한다. 필자는 난치성 질환 전문치료를 표방하는 곳에서는 이 관찰법이 매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김 원장을 보좌하는 간호사들의 얼굴 표정이 밝다는 점에 적이 ‘안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