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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100년 숙대, ‘섬김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꿉니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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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에 4번 연임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사회 통념상 참 힘든 일이죠. 우리 교수님들이 더 대단한 분들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운 비전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공감했다고 봅니다. 비전을 세우고 공감대를 형성해 구성원들과 함께 실천하기 위해 같이 뛰었죠. 구성원들이 고생을 같이 했고 보람도 같이 느꼈으니까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이야기는 당자(當者)보다는 제3자를 통해 듣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언론정보학부 강미은 교수의 코멘트.

“자기 욕심이 들어가지 않은 리더십입니다. 사심이 섞이면 구성원들이 금방 알아차리고 거부하게 되지요. 그분은 자신이 총장직에 머무는 이유를 사사로운 이익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름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구성원들이 밀어드리는 거죠.”

총장감 여고생



숙대는 황실에서 내려준 토지 관리를 잘못해 캠퍼스 부지가 모두 국유지로 등재돼 있었다. 광복이 되고 전쟁의 혼란통에 법적인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7개 정부기관에 임대료를 내야 했고 안 내면 연체료가 나왔다. 학교 건물도 국유지에 지은 불법 건물로 돼 있었다.

여기에 숙명의 꿈을 펼칠 제2창학(創學) 캠퍼스는 공원용지였다. 공원용지를 해제하기 위해 용산구의회 서울시의회와 국가기관을 수없이 드나들어야 했다. 구의원, 시의원, 공무원 수백명의 명단을 작성해 아침 7시 조찬부터 만찬까지 뛰고 나면 밤 10시였다. 상대방이 밥을 먹는 동안 그녀는 먹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제2창학 캠퍼스에는 지금 100주년 기념관, 약대, 음대, 미대, 연주홀, 박물관 등이 위용을 갖추고 서 있다.

-장기 집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없습니까. ‘이경숙 공화국’이라든가, ‘독재가 심하다’든가….

“대학 사회에서 비판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죠. 사람 사는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는 다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감사하고 있어요. 대다수 숙대 교수님이 개인보다는 학교를 먼저 생각합니다. 학교가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자신들의 프리미엄이 올라가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비판적이고 불편한 이야기가 더 풍미(風靡)했겠죠.”

교수 정년은 65세지만 총장은 대학에 따라 다르다. 총장의 정년이 없는 대학들도 있다. 이 총장은 숙대 정관에 따라 2008년 8월31일 65세 정년을 맞는다.

-정년 때문에 5선은 안 되겠군요.

“해서는 안 되죠. 한 사람이 그렇게….”

-옛날에 비해 학교의 외관이 번듯해졌어요. 고급 호텔 같다고 할까요.

“사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전부 돌집입니다. 건설비가 더 들었지만 백년대계를 이루려면 건실하고 아름답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여자대학이고 21세기의 코드가 ‘문화’잖아요. 교육 현장에서 문화적인 정서를 제대로 체질화한 후 사회에 나가야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지도자로서 기본소양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경이 중요해요. 아름답고 부드럽고 편안한 곳에서 대학 4년을 다니면 인성(人性)과 사고방식도 그렇게 다듬어지는 거죠.”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당시 숙대 가정대학장 표경조 교수님이 경기여고 총동문회장을 했어요. 숙대에서 특별장학생을 모집했죠. 고등학교의 추천을 받아 학력경시를 거쳐 선발했습니다.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용돈까지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죠.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해오면 교수로 채용한다는 조건도 들어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S대학 진학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 ‘교수’라고 대답했더니 교수 자리가 보장되는 곳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농담으로 ‘표 교수님이 총장감을 보내달라는데, 정말 열심히 해 총장까지 되라’고 하셨지요. 어린 시절에 비전을 심어주신 겁니다.”

꿈을 팔아 기부금 모은다

-대학에 기부금을 내달라고 어떻게 설득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돈 달라고 하면 누가 주나요. 저는 ‘꿈을 판다’고 말합니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죠. 인재를 양성해서 대학이 쓰는 거 아니잖아요.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거지요. 기업인, 동문, 학부형, 학생들에게 먼저 설명을 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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