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저승사자’ 전립선암, 조기 진단만 하면 ‘자비로운 암’?

  • 천 준 /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

    입력2006-09-06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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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 전립선암, 조기 진단만 하면 ‘자비로운 암’?

    국립암센터 제공

    골프의 제왕 타이거 우즈는 7월24일 브리티시 오픈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직후 그린 밖으로 뛰어나가 오열했다. 그는 우승의 순간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했다. 평소 우즈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롤모델(role model)이던 아버지 얼 우즈는 전립선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숨졌다.

    흔히 서양 남성에게 주로 걸리는 병으로 인식되어온 전립선암. 하지만 이젠 한국인에게도 더는 간과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지난 20년 사이 20.6배나 증가했고, 국내 남성암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질환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망률 또한 20년 만에 15.6배나 높아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립선암 말기(4기) 발견 환자의 70%는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검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전립선암의 경우 특히 정기검진이 강조되는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서서히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립선암은 인체의 주요 장기로 전이되면 40~60주밖에 살지 못할 정도로 치명적이라 초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반면 전립선암은 조기에 진단되면 10년 생존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치료 효과가 좋다. 전립선암을 ‘저승사자’라고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비로운 암’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증상의 유무를 떠나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선 매년 한 번씩,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검사) 등을 하는 게 좋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하는 PSA 검사만으로 전립선암의 약 90%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중 70%는 치료가 가능하다.

    전립선암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내인성,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55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의 상당수가 유전적 소인을 보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조기 검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암의 발병률은 높아지며, 50세를 전후해서는 유병률도 급격히 상승한다. 외부 환경적 요인으로는 주로 서구식 식생활이 문제가 되는데 육식 위주의 서양식 식습관보다는 토마토와 같은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50~60대 가장이 갑작스레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하는 현실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단 한 번의 비뇨기과 방문과 PSA 검사로 전립선암을 정복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대한비뇨기과학회가 매년 9월 ‘블루리본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전립선암 조기 검진과 예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학회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블루리본 캠페인을 통해 전립선암과 관련된 무료검진 행사, 무료 상담, 자료 전시회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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