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3월 총장직에 올랐으니, 이제 꼭 2년6개월이 흘렀다. 그는 자칫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 총장 직함은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그간 연구비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렇게 2년 동안 정부(서울시 포함)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가 총 700억원.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세일즈맨 총장’이라고 부른다.
▼ 국민대 총장으로 재직한 지도 2년 반이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7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 확보가 눈에 띄는데요.
“제가 취임하기 전인 2003년만 해도 국민대가 외부에서 수주한 연간 연구비가 60억원이었습니다. 그마저 교수 개개인이 노력해서 끌어온 게 대부분이었죠. 2004년에 총장으로 취임하자 마자 교수회의에서 ‘교수님들이 수주한 연구비 외에 100억원을 더 끌어오겠다’고 선언했어요. 국내 최초로 산학협력단을 만들고,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발로 뛰었죠. 교수님들은 밤낮없이 연구하고. 그렇게 1년이 지나자 1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97억원의 연구비가 모였어요.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확보한 것까지 합치면 총 180억원이었죠. 2005년에는 ‘2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6개월 만에 그 목표를 채웠어요. 연말까지 450억원이 모였죠.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것까지 포함하면 연구비 총액은 530억원에 달했습니다. 교수님들도 매우 놀랐고, 학교는 활력을 얻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에너지가 넘치고 있죠.”
대학이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 21세기 대한민국 대학 총장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이지만, 중·고등학교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인류를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책임이 있죠.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21세기에는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어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죠.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대학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내 도태되고 말아요. 21세기 대학의 총장들은 그 대학의 구성원 중 어느 한 명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 겁니다.”
▼ 그렇다고 발전 속도만 따라가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그래서 전 항상 발전과 조화를 함께 강조해왔습니다. 적자생존 시대에 조화를 강조한다는 것이 발전이라는 명제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조화 없이는 발전도 기대할 수 없죠. 21세기가 요구하는 가치가 바로 균형감각이고, 그것은 곧 조화로운 발전을 의미합니다. 대학의 구성원이 사회는 물론 국가, 나아가 전세계와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더라도 인류에 해가 되는 일이라면 재고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조화의 노력이 없다면, 21세기에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어요. 조화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도 총장이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